여기, 엄마 대신 영혼을 찾는 아이들이 있다. 아플 때, 무서울 때, 슬플 때 아이들은 대부분 엄마 혹은 엄마 같은 보호자를 찾으며 운다. 그러나 사람 중에는 그럴만한 대상이 없는 외로운 아이들이 있다. 친구조차 없는 이 아이들은 가장 외로운 순간, 사람이 아니라 낯선 영혼에게로 달려간다. 귀신과 괴물이 무서워서 도망가는 대신 스스로 그들과 함께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1)유자서 작가의 <고딕의 밤_귀신과 함께 해요>
친구도 없고, 아빠도 엄마도 돌보지 않는 여섯 살 동우는 너무 외로워서 베개 귀신을 불러낸다. 편의점에 가면 마주치는 동네 형들이 말해준 베개 귀신 부르는 법을 활용한 것이다. 동우는 도망칠 곳이 없다. 대신 차가운 현실 속에서 자신처럼 외롭고 아픈 귀신을 불러내, 귀신과 마음을 나눈다. 동우가 만난 귀신은 동우를 현실로부터 도망치게 해주지 않는다. 대신 다른 역할을 하는데, 작품에서 확인해보자.
2)조제 작가의 <다프네, 나를 데려가>
차가운 엄마와 폭력적인 오빠를 가진 소녀가 있다. 소녀는 친구가 없다. 대신 책을 보며, 위기의 순간 나무로 변해버린 신화 속 인물 ‘다프네’를 동경하고, 길을 걸으며 나무와 이야기한다. 소녀가 찾는 나무-그 나무 안에 있는 영혼-는 소녀가 현실에서 도망쳐 도착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3)honora작가의 <달빛램프>
숲에서 불의 정령을 관리하며 홀로 살아가는 소년이 있다. 부모 없는 아이라는 운명은 소년을 ‘숲지기’의 자리로 이끌어 사람 대신 영혼과만 더불어 살도록 만들었다. 물론 소년을 찾아오는 사람도 간혹 있다. 어느 날은 도망친 공주와 만나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의 뒷부분에 이르면, 소년은 어느새, 결국, 또다시 일종의 영혼과 교감하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부모라 부를 만한 존재가 없는 아이들에게, 부모는 단지 생물학적으로 연결되어있을 뿐이다. 그럴 때, 아이들은 영혼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