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 10인의 작가 랜덤 인터뷰!

2017.11.10

한국 사회에 내재된 공포와 불안을 다양한 장르와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브릿G의 첫 번째 앤솔러지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 출간을 기념해, 각 작품을 수록한 10인의 저자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면으로 질의서와 답변서를 교환했는데, 질의 답변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우선, 아래와 같은 질의 사항을 공통되게 보내드리고 질의 사항 중에서 답변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한하여 응답해주십사 요청하였습니다. 다만 이번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과 관련된 3번 질문은 필수 사항으로 포함하였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많은 작가님과 한꺼번에 질의와 답변을 교환한 것은 저도 처음이었는데, 새롭게 전해 듣는 이야기들을 거듭해 살피며 즐겁고도 여러 고민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모쪼록 같은 마음으로 살펴주실 수 있기를 바라며 지금부터 그 이야기들, 한데 모아 전해드립니다.

 

① 처음 쓴 글은 어떤 이야기였는지?
② 언제 처음으로 작가가 되고 싶다고 느꼈는지?
③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 수록작을 쓰게 된 계기.
④ 당신의 첫 독자는?
⑤ 지금까지 쓴 소설 중, 가장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과 그 이유는? 또는 애착이 많이 가는 소설 속 등장인물과 그 이유가 있다면.
⑥ 이럴 때, 작가인 것이 좋게 느껴진다 또는 서글프게 느껴진다.
⑦ 특정할 만한 작업 스타일이 있다면?
⑧ 한국에서 장르소설을 쓴다는 것.
⑨ 도무지 글을 쓸 수 없는 때가 있는지?
⑩ 요즘 가장 재미를 붙였거나 몰두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⑪ 글을 쓸 때나 집필 전, 특별한 징크스가 있는지?
⑫ 재능을 부러워하고,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여기는 작가가 있다면?
⑬ 지금까지 써왔던 글에 관해 가장 기억에 남는 타인의 평가가 있는지?
⑭ 작가로서 희망하는 단 한 가지를 꼽아 본다면?
⑮ 마지막 독자는 누구였으면 하는지?

 

「허수아비」 배명은 작가가 답하다

1. 처음 쓴 글은 어떤 이야기였는지?

제가 공포소설을 쓸 때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괴담을 스릴러로 써보자고 했던 것이 「로스트」였습니다. 중국으로 신혼여행을 간 신혼부부가 택시기사의 계략으로 신랑이 차에서 내린 후 신부를 납치한다는 괴담이었는데 신랑이 그 신부를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죠. 지금 브릿G에 올린 건 여러 버전 중 하나인데, 처음 쓴 건 다시 보기가 무서워서 컴퓨터 깊숙이 묻어뒀습니다.

2. 지금까지 쓴 소설 중, 가장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과 그 이유는? 또는 애착이 많이 가는 소설 속 등장인물과 그 이유가 있다면.

단편 「폭풍의 집」과 그 연작소설인 「괴물의 집」입니다. 「폭풍의 집」 모티브는 꿈인데요, 제가 집을 너무 갖고 싶어 한다는 걸 대리만족시켜 주려는지 꿈에 제 집이 나와요. 근데 그 집에 들어가면 매일 밤 라디오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를 찾아 나서니 숨겨진 방들이 나오고 꼭 누군가가 있었던 흔적이 있어 무섭더라고요. 그때 한 남자가 등장하는데 그렇게 마음이 놓이고 좋은 거예요. 하지만 꿈에서 깨어나면 너무 허무해서 이걸 글로 써보자 했어요. 그게 연작소설의 시작인 「폭풍의 집」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두 번째 「괴물의 집」은 쓰기가 너무 괴로웠어요. 심리 묘사를 보여줘야 해서 내 자신이 마치 ‘소영’처럼 계속 그 핍박과 괴물에 대한 두려움을 견디는 고독 등을 자꾸 되새겨야 했어요. 워낙 친구들을 자주 만나는 편인데 이걸 쓰는 동안엔 철저하게 외로워지자고 다짐했거든요. 그랬더니 우울해지고 괴롭고 글도 안 써지고. 죽겠더라고요. 결말을 짓고 나니 「괴물의 집」만 2년을 붙잡고 있었어요. 애정보단 애착이죠. 집착일지도.

3. 「허수아비」를 쓰게 된 계기.

처음엔 그냥 타 카페에 올린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새벽같이 갔던 여름휴가 때 깊은 숲길 언덕을 지나 걷는데 어떤 사람이 손을 흔들고 있었어요. 누가 저리 나를 반기나 했는데 사람이 아니라 마네킹이었습니다. 뜨악했죠. 뜬금없이 깊은 산속에 마네킹이라니. 근데 점점 들어갈수록 여기저기에서 마네킹이 튀어나오더라고요. 어찌나 무섭던지, 컴퓨터에 묵혀놨던 이야기가 떠오르고 이거다 했습니다.

8. 한국에서 장르소설을 쓴다는 것.

작년까지는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공포 쪽으로요. 텔레비전만 틀어도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현실에서 굳이 공포 문학을 찾아볼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시도를 했어요. 순문학으로 도전하자, 웹소설로 도전하자. 하지만, 올해 브릿G에 오고 나서 공포 소설을 마음껏 쓸 수 있었고 출판 기회도 있었습니다. 브릿G 덕분에 장르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한국에서의 장르문학은 크게 성장할 거라 생각됩니다. 그게 꿈이기도 하고요.

14. 작가로서 희망하는 단 한 가지를 꼽아 본다면?

지금까지 써 왔던 글에 뒤처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걸 뛰어넘는 성장을 하고 싶어요.

배명은  2008년 『한국공포문학단편선』을 보고 매료되어 공포문학에 입문. 일상과 자연의 틈에 토속신앙을 입힌 공포를 쓰는 걸 좋아함.

 

 

「그네」 사마란 작가가 답하다

1. 처음 쓴 글은 어떤 이야기였는지?

「이야기 발전소」라는 프로그램을 본 걸 계기로 글을 쓰게 되었어요. 당시 그 프로그램 카페에 처음 올렸던 글은 두 명의 노파에 대한 이야기로 기억합니다. 글이라고 하기도 뭐한 시놉시스 같은 것이었는데 제 오래된 ‘할배컴’이 사망하고 카페도 폐쇄되어 확인할 길은 없네요.

2. 언제 처음으로 작가가 되고 싶다고 느꼈는지?

아주 오래전, 국민학교 6학년인가. 그때 장래희망을 작가라고 적은 기억이 납니다. 딱히 되고 싶은 것이 없어서 그렇게 썼었어요.

5. 지금까지 쓴 소설 중, 가장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과 그 이유는? 또는 애착이 많이 가는 소설 속 등장인물과 그 이유가 있다면.

모란. 작품에 대한 애정이라기보다는 인물에 대한 애정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아요. 네 명이 물귀신을 주제로 글쓰기를 하다가, 제 앞 사람이 물귀신의 탄생을 너무 옛날로 만들어버렸어요. 울며 겨자 먹기로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잡고 쓰기 시작했는데 변사가 읽어주는 느낌으로 써서 문체도 조금 다릅니다. 모란이라는 주인공은 제가 그린 인물 중 가장 불쌍하고 못돼먹은 여자예요. 그 글을 쓸 때 주인공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도덕적 잣대에 엿 먹이는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장편으로 출판하려고 더 못돼먹은 여자로 만들다가, 호러에서 기생이 나오는 로맨스로 전환하라는 압박을 수용하지 못해 포기하고 손놓은 지 오래됐습니다.

9. 도무지 글을 쓸 수 없는 때가 있는지?

슬프게도, 도무지 글을 쓸 수 없는 때를 묻는 것보다, 글을 쓸 수는 있느냐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한 시간 만이라도 방해받지 않고 아무것도 신경 안 쓰고 앉아 있어보고 싶어요. 책 읽을 시간도 없어서 브릿G에 올라오는 추천작도 제대로 못 읽고 있는 형편입니다.

3. 「그네」를 쓰게 된 계기.

몇 년 전, 한밤중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아파트 입구에서 문득 뒤돌아보니 놀이터의 그네 하나가 혼자 움직이고 있었어요. 인적은 없었고 바람도 잠잠했고요. 귀신인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14. 작가로서 희망하는 단 한 가지를 꼽아 본다면?

글 써서 먹고 사는 것. 아마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15. 마지막 독자는 누구였으면 하는지?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당신.

사마란  ‘사마란’은 필명이다. 의상디자인을 전공했으나 전공과 상관없는 삶을 살다가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스토리텔링 공모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글쓰기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고속버스」 엄성용 작가가 답하다

1. 처음 쓴 글은 어떤 이야기였는지?

처음 쓴 글은 왕따가 악마와 거래해서 신비한 능력을 얻고 난리치는 단편입니다. 그 글의 수정본이 바로 「흑백논리」입니다. 계약에 관한 글이었죠.

5. 지금까지 쓴 소설 중, 가장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과 그 이유는? 또는 애착이 많이 가는 소설 속 등장인물과 그 이유가 있다면.

제 작품 중 가장 애착이 많이 가는 글은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3권에 실었던 「스트레스 해소법」과 브릿G에 올라와 있는 「아직 살아있나요?」입니다. 「스트레스 해소법」은 개인적인 업무 경험을 살짝 비틀어 접목시킨 글인데, 완성본을 만들어 내기까지 가히 반년의 시간을 보냈어요. 정말이지 너무 안 풀려서 반쯤 포기하려 했을 때쯤, 새벽 두 시에 미친 듯이 써내려간 기억이 납니다. 그 초고이자 완성본이 바로 통과되어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에 실리기도 했고요. 「아직 살아있나요?」는 개인적으로 손에 꼽는 글인데, 제가 경험한 많은 매체들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들을 오마주한 것도 있고, 굉장히 처절하게 집필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가판에 서서 작은 노트에 8시간 동안 끄적이며 완성했어요. 힘들게 쓴 글들은 제대로 된 보람을 느끼죠.

7. 특정할 만한 작업 스타일이 있다면?

저는 조용한 분위기에 약합니다. 뭔가 시끌벅적하거나, 다른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와중에 오로지 집에서(!) 글을 써야 합니다. PC방이나 카페에 가면 글을 잘 못 써요. 편안함이라는 부분도 있겠고, 한글 프로그램으로만 글을 쓴다는 규칙에 얽매이는 걸 수도 있겠네요. 약간은 잡음 혹은, 생활 소음이 있어야 글이 나옵니다. 너무 조용하면 글은커녕 제 자신의 상상에 몰두하느라 다 뭉개져 버리죠.

3. 「고속버스」를 쓰게 된 계기. 

대학 시절 지방과 본가를 고속버스로 오고갔었는데, 언젠가 한 번은 낯선 사람이 자신의 가방을 툭 내려놓더니 안하무인으로 행동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느낀 건, 분노도 분노지만 뭔지 모를 공포감이었어요. 그 가방엔 뭐가 들어 있을까? 이 사람은 뭘 하는 사람일까? 가장 무서웠던 건, 아무것도 못 하고 그저 생각에만 몰두하는 현실과 제 자신이었어요. 버스가 운행되는 두어 시간 동안 온갖 상상을 다 하게 되더라고요. 한 달에 두어 번 타고 올라가던 고속버스였는데, 그때 느꼈던 두려움이 굉장히 기억에 남습니다. 달아나지 못 하는 상황에서 뭔가 일이 벌어진다면? 하는 생각이 뇌리에 남아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답니다.

8. 한국에서 장르소설을 쓴다는 것.

저는 처음 글을 썼을 때부터 괴담을 올렸고, 황금가지가 출간한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의 시초인 1권에 참여한 멤버이자 십 년 넘게 공포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에 크나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아직도 한국 공포 소설의 대우는 박하지만,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날아오를 거라 믿어 의심치 않기에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처럼 장르소설 시장이 우리나라도 커질 거라 믿고, 묵묵히 나아가는 거겠죠. 호러와 스릴러 장르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 때문에 제 자신부터 뭔가 힘을 보태야 하지 않겠냐는 의무감도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 장르문학 화이팅입니다!

12. 재능을 부러워하고,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여기는 작가가 있다면?

필립 K. 딕입니다. SF로 유명하지만 사실 이 작가님은 호러에 일가견이 있거든요. 살아 있을 때는 무시당하다가, 죽어서 인정받는 스토리도 매력적이고요. 개인적으로 글이 영상화되는 것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서 필립 K. 딕의 작품들이 영상으로 만들어진 걸 볼 때마다 소름이 돋았고, 저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단편을 사랑하는 저로서는 빼놓을 수 없는 영향을 끼친 작가 중 한 명입니다.

14. 작가로서 희망하는 단 한 가지를 꼽아 본다면?

제 작품이 출간되어(이건 이미 이뤘죠.) 영상화 되는 것입니다. 제 글 대부분은 영상화에 매칭되어 있고, 그런 부분이 눈에 띄어 좋은 작품으로 탈바꿈되는 것이 꿈입니다.

엄성용  ‘후안’이라는 필명으로 2004년경부터 괴담들을 웹상에 올리기 시작, 전 매드클럽 공포작가모임 일원으로 「한국공포문학단편선 시리즈」에 『감옥』과『스트레스 해소법』을 수록했다.

 

 

「이화령」 왼손 작가가 답하다

1. 처음 쓴 글은 어떤 이야기였는지?

올해 2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인의 집 근처에 있는 논에 과녁을 놓고 활을 쏘며 놀고 있는데, 아저씨 한 분이 골프채를 들고 농로를 따라 산으로 올라가고 계시더군요. 제가 알기론 그 방향에 있는 건 버려진 비닐하우스밖에 없었습니다. 뭐 하는 사람이지? 뭐 하러 가는 길이지? 궁금하더라고요. 언젠가 이야기를 써본다면 그 아저씨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3월 초에 브릿G를 알게 되었고 ‘나도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의 일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쓴 글이 「동호회」라는 글입니다. 이름 모를 아저씨에겐 그저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4. 당신의 첫 독자는?

브릿G에 「동호회」를 올리고 나서 처음 며칠은 블로그에 써놓은 일기 형식의 글보다도 조회수가 나오지 않더군요. 뭐 재미난 경험했다 생각하고 글을 접으려 생각하고 있었는데 브릿G의 ‘M님’(풀네임을 밝히면 왠지 실례가 될 것 같아서 줄였습니다.)께서 댓글과 공감을 남겨주셨습니다. 제가 글 쓰는걸 그만둘 때까지 기억할 만한 순간이었습니다. 고마워요!

3. 「이화령」을 쓰게 된 계기.

힘들게 두 편의 단편 소설을 쓰고 나니 소품이 쓰고 싶었습니다. 스포츠물을 쓰고 싶었고 읽는 분들도 숨이 차오르는 기분이 들게 하고 싶었습니다. 잘 아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떠오른 건 스노보딩과 자전거였어요. 국토종주를 했을 때 인적도 불빛도 하나 없이 이따금 정체불명의 물체가 튀어 오르는 소리만 들렸던 낙동강에서의 두려웠던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평지를 달리는 이야기는 뭔가 밋밋하잖아요? 조금 더 숨가쁘게 이어갈 만한 장소를 떠올리니 몇몇의 산들이 떠오르더군요. 올라가는 데만 몇 시간이 걸리는 지리산이나 강원도 일대의 산들을 무대로 하면 이야기가 늘어질 테고, 경기도 일대의 산들은 늘 인파로 북적이니… 해서 딱 떠오른 게 ‘이화령’이었습니다. 장소도, 길이도, 경사도도 다 적당하더라고요. 속도감이 중요한 이야기니 글도 빨리 써야겠다 싶어서, 일요일 저녁 예능프로그램 시작하는 시간에 쓰기 시작해 뉴스 시작하기 전에 마무리 했던 것 같습니다.

이화령 옛길 오르막 사진

5. 지금까지 쓴 소설 중, 가장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과 그 이유는? 또는 애착이 많이 가는 소설 속 등장인물과 그 이유가 있다면.

「장강객잔」이요. 처음으로 어떤 의도(공모전 말입니다!)를 가지고 방향성을 정해서 써본 글이고, 처음으로 글이 마음에 안 들어 전면 수정을 해본 글이고, 처음으로 대사 톤을 꾸미듯이 신경을 써본 글이고… 아무튼, 매우 쓰기 힘들었습니다.

10. 요즘 가장 재미를 붙였거나 몰두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모터사이클이요! 자전거는 아무래도 내 몸의 연장선이라거나 근사한 도구란 생각이 드는데 바이크, 특히 대배기량 바이크는 가끔 심장이 뛰고 있는 생명체와 같이 달리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어서 매혹적입니다. 코너에서 위험 속으로 몸을 내던져야 더 잘 탈 수 있다는 것도 좋고요.

12. 재능을 부러워하고,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여기는 작가가 있다면?

아무래도 어렸을 적에 강렬하게 이끌렸던 작가들이 떠오릅니다.
스티븐 킹의 거의 모든 소설을 다 읽었고, 거의 모든 소설을 다 좋아합니다만 『롱 워크』를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하인라인 같이 타고난 이야기꾼은 늘 감탄스럽고요. 브릿G의 다른 작가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써먹었던 표현인데 ‘보험약관을 써도 보는 사람을 웃고 울릴 수 있는 재주’를 가진 유형의 작가라 생각해요.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 시리즈」나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 같은 글들은 제 유년기를 지배했던 글들이고요. 어째 밝히기 좀 부끄럽긴 한데 고룡(古龍) 작가의 글들을 좋아합니다. 그 한심하고, 궁상맞고, 지금에 와서는 시대착오적이기까지하고, 위험천만한 동시에 낭만적인 캐릭터들 정말 좋아해요.

왼손  바닷가 태생. 컴퓨터와 대화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 공포와 판타지 색채가 강한 작품들을 집필중.

 

 

「더 도어」 우명희 작가가 답하다

1. 처음 쓴 글은 어떤 이야기였는지?

중학교 2학년 때 「주인 없는 베일」이라는 로맨스 소설을 썼습니다.(당시에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 유행했었고, 고등학생이던 언니 덕분에 가끔 훔쳐볼 수 있었어요.) 가난하지만 어여쁜 모로코 여자와 잘생기고 부유한 알제리 남자의 유치찬란한 ‘밀당’이 소설의 핵심이에요. 당시 시험지(16절지 누런 종이) 한 묶음을 사서 틈틈이 글을 쓰고, 마분지로 겉표지를 만들고, 거기에 그림을 그리고, 꼼꼼하게 묶어서 ‘아무도 볼 수 없게’ 자물쇠 달린 서랍에 넣어 보관하다가 이사를 하면서 미련 없이 버렸어요.
대중에게 공개한 첫 장르소설은 「10월15일 p.m10;15」이라는 위장살인을 소재로 한 추리소설입니다.(제목을 왜 이 따위로 지었는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자가 막대한 재산을 노리고 결혼한 남편과 그의 내연녀를 살해한 뒤,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범죄를 형사에게 고백하는 내용인데, 이 소설 덕분에 ‘매드클럽’ 창안자이신 이종호 작가님과 인연이 닿았고 이렇게 작가가 됐습니다.

2. 언제 처음으로 작가가 되고 싶다고 느꼈는지?

솔직히, 저는 작가가 되기 전까지 작가가 될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고, 되고 싶었던 적도 없었습니다. 작가가 될 가능성이 아예 없었기에 되고 싶다는 희망조차 갖지 않았다는 말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2006년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에 단편을 싣고 난 후에 ‘작가가 되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3. 「더 도어」를 쓰게 된 계기.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창문’이나 ‘대문’ 등, ‘문’이라는 자체가 다양한 공포를 조성하는 도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가위에 눌린 적이 있는데 문손잡이가 심하게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습니다.(깼다고 생각했어요.) ‘누구냐’고 물으니 ‘오빠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그런데 이유 없이 문을 열어주기가 싫었어요. 이유는 그 다음에 떠올랐는데, 우리 집을 모르는 친정 오빠가 야심한 밤에 불쑥 찾아왔을 리가 없고, 미친 듯이 달그락거리는 문손잡이는 대문이 아니라 안방 문이었으니까. 이처럼 저주가 깃든 그림이란 소재에 공포를 주는 ‘문’을 접목 시켜본 것입니다.

5. 지금까지 쓴 소설 중, 가장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과 그 이유는? 또는 애착이 많이 가는 소설 속 등장인물과 그 이유가 있다면.

출간된 소설 중에 꼽는다면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6권에 수록된 「헤븐」과 이번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에 수록된 「더 도어」입니다. 두 단편은 운 좋게도 거침없이 술술 써져, 단기간에 완결했고 출간 전, 최소의 수정 과정만 거쳤습니다. 큰 부담 없이 즐겁게 작업한 원고들입니다. 이런 작품을 어찌 안 예뻐할 수 있나요.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헤븐」의 ‘석태’입니다. 「헤븐」은 ‘광신’이라는 주제에 일본 범죄영화 「형법제39조」에서 열연한 배우 ‘키시베 이토쿠’ 캐릭터(극중에는 형사역)만으로 풀어낸 소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딘지 모르게 묘하게 기분 나쁜 외모와 태도(부처 같은 생김새와 얼음장처럼 차갑고 느릿한 말투)의 키시베 이토쿠를, 그릇된 믿음에 빠져 가족을 해치는 석태로 꼭 출연시키고 싶었습니다.

6. 이럴 때, 작가인 것이 좋게 느껴진다 또는 서글프게 느껴진다.

작가라서 좋은 점은 글로서 뭐든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수시로, 다양한 방법으로 남편을 죽일 수 있어서 좋습니다.) 현실은 아니지만 스트레스를 푸는 데 그만합니다.
서글픈 점은 저는 주로 공포 소설을 쓰고 출간 작품도 모두 공포 단편입니다. 공포 소설 애독자가 아닌 일반인들은 공포 소설을 하대하는 경향이 있어요. 제가 40대 중반인데 귀신이나 좀비, 살인 소설 등을 쓴다고 소개하면 열에 다섯은 키득거리고 열에 넷은 이상한 여자로 봅니다. 제가 그런 대우를 받는다는 건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익숙해졌으니까. 단지 장르소설, 그중에서도 공포 소설이, 공포 소설가들이 그런 하대를 받는다는 게 서글픕니다.

영화 엑소시스트

9. 도무지 글을 쓸 수 없는 때가 있는지?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못 합니다. 직장을 다니거나, 공부를 하거나, 육아를 하면서도 짬을 내서 글을 쓰는 작가들도 많지만 저는 그게 힘들어요. 머리가 나쁜 건지, 게으른 건지 여하튼 그래요. 3년 전부터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했어요. 물론 글 쓰는 일이 제게는 더 즐겁지만 자격증 취득을 꼭 하고 싶어 글 쓰는 일을 미뤘습니다. 카페 같은 공공장소에서는 글을 쓰지 못하고, 생활소음은 상관없지만 TV나 음악소리에도 집중을 못 합니다.

10. 요즘 가장 재미를 붙였거나 몰두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이에요. 2년 전에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거기에 길고양이들이 놀러왔어요. 호기심에 통조림을 주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어엿한 길고양이 집사가 됐습니다. 덕분에 많이 부지런해졌고 매일 행복합니다.

12. 재능을 부러워하고,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여기는 작가가 있다면?

스즈키 고지와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 소설을 좋아합니다. 일단 재미있고, 두 작가 모두 공포감을 조성하는 묘사가 탁월합니다. 스즈키 고지는 국내에서 『링』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두컴컴한 물밑에서』라는 단편집을 더 좋아해요. 활자를 통해 늘 가까이에 있는 어둠과 물을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영역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솜씨가 역시 대가답습니다.

15. 마지막 독자는 누구였으면 하는지?

우리 남편(외국인)입니다. 14년을 함께하면서 책을 들여다보는 꼴을 못 봤어요. 제가 작가라는 건 아는데 무슨 소설을 쓰는지, 어떤 내용인지, 언제 책을 출간했는지 도통 관심이 없어요. 남편의 한국어 능력도, 저의 영어 능력도 바닥을 기는지라 남편은 평생 제 소설을 읽을 일이 없을 듯합니다. 남편이 제 마지막 독자였으면… 하는 바람만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우명희  1972년생. 부산 출생. 「한국공포문학단편선 시리즈」에 「들개」, 「담쟁이 집」, 「불귀」, 「늪」 등을 수록하였다. 2009 환상문학웹진 『거울 중단편선』에 「사라진 아내」를 수록하였고, 「미스터리 노블 시리즈」에 「나락」, 「파라다이스」를 수록하였다.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종점」을 게재했다.

 

 

「위탁관리」 유사본 작가가 답하다

1. 처음 쓴 글은 어떤 이야기였는지?

인형 뽑기에 계속 실패하던 아이가 막판에 동물 인형을 하나 뽑아요. 딱 봐도 대충 만들어진 싸구려지만, 아이는 자기 힘으로 겨우 얻은 인형을 안고 귀가하지요. 그날 밤, 아이는 인형에게 잡아먹힙니다.

3. 「위탁관리」를 쓰게 된 계기.

일상을 공포와 의심으로 물들일 수 있는, 그러나 어디에 말도 못 할 이상한 사건이 일어난다면? 만약, 방금 일을 보고 일어난 변기 안에 내 배 속에서 나온 손톱깎이가 있다든지… 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화장실에 책을 안 갖고 들어가서 심심했어요.

7. 특정할 만한 작업 스타일이 있다면?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장면을 메모장 프로그램에 전부 적은 뒤, 각 장면 위치를 정하고 사이사이를 메우며 줄거리를 정리합니다. 그리고 도저히 수습이 안 된다 싶을 때 한글 파일을 열고 초고를 쓰기 시작합니다.
쓰면 또 막히는 때가 오는데, 메모장과 한글을 오가며 내용을 다시 정리하고, 두 번째 한글 파일을 열어 이게 정말 마지막 초고이기를 바라며 처음부터 쓰기 시작합니다. 또 막히면 아까의 메모장과 첫 번째 파일을 오가며 답을 찾고…… 의 반복.
결국 단편 하나 완성하는 데 파일이 세 개는 만들어집니다. 여기저기 산만하게 오가는 스타일이에요.

13. 지금까지 써왔던 글에 관해 가장 기억에 남는 타인의 평가가 있는지?

‘재미는 있지만 이야기는 되지 못하는 느낌이던데.’
제 글 전반에 대해 뼈를 파고든 평가였습니다. 항상 곱씹으며 변하려 하는데 쉽지 않네요.

14. 작가로서 희망하는 단 한 가지를 꼽아 본다면?

돈이 아주, 매우, 엄청나게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대부분의 시간과 자원을 글 쓰는 데에만 투자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핑계거리가 사라진다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나아갈 수는 있을까. 그게 정말 궁금해요.

유사본-호두빙수(2017.11.02)

유사본  어릴 때 접한 하이텔 공포/SF 게시판에서 공포문학의 다양한 매력을 느꼈고 불 켜고 자는 청소년이 되었다. 사람이 무서운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다.

 

 

「증명된 사실」 이산화 작가가 답하다

1. 처음 쓴 글은 어떤 이야기였는지?

처음으로 소설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쓴 글은 초능력자, 악마, 음모론과 화학이 나오는 시끌벅적한 얘기였어요. 처음으로 완성해 본 글은 천문학 소재의 로맨스 단편이었고요. 참 꾸준히 과학 이야기를 써 오긴 했네요.

2. 언제 처음으로 작가가 되고 싶다고 느꼈는지?

아주 옛날부터 이야기 만들고 낙서하고 그러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작가’라는 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건 중학생 때였어요. 친구 꿈이 작가였거든요. 그 친구 따라서 쓰기 시작한 거죠.

3. 「증명된 사실」을 쓰게 된 계기.

영혼의 물리적 성질과 사후세계에 대한 아이디어 자체는, 그냥 갑자기 찾아왔어요. 괜찮은 소재 같아서 처음에는 신참 퇴마사를 주인공으로 한 「국제퇴마제령국 기동 1팀」이라는 엽편으로 만들었죠. 그걸 애인한테 보여줬는데, 아이디어가 정말 괜찮으니까 제대로 길게 좀 써보라는 거예요. 경험상 애인이 이런 판단을 내릴 땐 빗나가는 법이 없더라고요. 그러니 어떡하겠어요, 써야죠.

5. 지금까지 쓴 소설 중, 가장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과 그 이유는?

아무래도 오래 붙잡고 있던 소설에 애착이 더 가네요.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는 가장 최근에 쓴 장편이고, 완결을 낸 첫 장편이기도 해요. 좋아하는 소재를 아낌없이 넣어서 썼고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죠.

6. 이럴 때, 작가인 것이 좋게 느껴진다 또는 서글프게 느껴진다.

오래도록 고민하다가 마침내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의 짜릿함은 포기할 수가 없어요. 그 순간만큼은 세계 최고의 천재가 된 것 같고. 반대로 뭔가 써야지, 써야지 생각만 하고 정작 글이 안 나올 땐… 내가 작가이긴 한 건가, 애초에 왜 사서 고생을 하고 있나, 그런 생각만 막 들고 그래요. 그러면서도 글을 쓰겠다고 붙잡고 있는 게 작가의 불행한 숙명이죠.

7. 특정할 만한 작업 스타일이 있다면?

뭔가 떠오를 때까지 일단 자료 조사를 합니다. 그러니까 책을 읽거나, 웹 서핑을 하거나, 아무튼 딴짓을 한다는 거죠. 재미난 소재가 충분히 쌓이면 그걸 갖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을 해요. 그러다보면 원래 쌓아 둔 소재랑은 별 관련도 없는 무언가가 하늘에서 뚝 떨어집니다. 천운에 의지하는 이런 샤머니즘 작법보다는 더 효율적인 수단이 있지 않을까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8. 한국에서 장르소설을 쓴다는 것.

한국의 장르문학계에 중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서 글을 써 나가야겠다… 그런 사명감은 없고요, 제가 좋아하는 장르의 좋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다양하게 선보이려고 합니다. 제 취향의 글을 독자들이 더 많이 좋아해주길 바랄 뿐이에요. 이걸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장르의 저변 확대’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9. 도무지 글을 쓸 수 없는 때가 있는지?

술을 마셔야 글이 나온다고 하는 작가들이 종종 있잖아요? 저는 정반대입니다. 흔들흔들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글에 담고 싶어서 몇 번 시도는 해 봤는데, 작중 인물이 아무리 취해 있어도 제 뇌는 말짱해야지 글이 나오더라고요.

10. 요즘 가장 재미를 붙였거나 몰두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생활환경이 좀 바뀐 걸 계기로, 적극적으로 맛있는 걸 먹으러 돌아다니고 있어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끼는 지금까지 안 먹어본 음식을 먹으려고 합니다. 이런 경험이 다 글 쓰는 데 도움이 되는 거라고 자기 합리화를 열심히 하면서요.

12. 재능을 부러워하고,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여기는 작가가 있다면?

곽재식 작가의 팬입니다. 얼핏 부조리해 보이는 상황이 합리적으로 맞물리면서 이야기가 기막히게 풀려나가는 글이 특기인 작가인데, 이런 스타일이 너무 좋아서 일부러 안 닮으려고 신경을 쓰고 있어요. 쉽지는 않더라고요.

ⓒ이산화, 화이트보드에 마카, 2017

이산화 이공계 대학원에서 과학의 경이와 부족한 연구비의 공포에 대해 배웠다. 현재는 그 공포로부터 도망쳐 SF와 미스터리에 몰두하고 있다.

 

 

「천장세」 장은호 작가가 답하다

2. 언제 처음으로 작가가 되고 싶다고 느꼈는지?

중1 때, 마이클 크라이튼의 『쥬라기 공원』을 보고, 소설의 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후, 여러 소설을 거치다 『토탈호러』라는 공포소설 모음집을 보고 ‘나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공포라는 장르를 택하게 된 것도 『토탈호러』의 영향을 받았다고 봅니다. 아직도 책 속에 삽입된 일러스트나, 단편 하나하나의 내용이 기억납니다. 최근에 H. R. 기거의 작품을 보고, 일러스트의 정체를 깨달았죠.

1. 처음 쓴 글은 어떤 이야기였는지?

중2 때 쓴 「승철이의 죽음」입니다. 중학생인 주인공이 밤에 혼자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토크쇼에서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기 시작하죠. 사회자는 주인공이 과거에 실수로 저지른 사건에 대해 말합니다. 괴기스러우면서 기묘한 느낌이 나는 글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비틀쥬스」의 영향을 받은 것 같네요. 최소한의 수정을 거쳐, 브릿G에 올려놓겠습니다.

3. 「천장세」를 쓰게 된 계기.

도시에 살면서 도시라는 공간이 인간의 본능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현대 문명은 구조적으로 인간을 도시로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도시에 가면 행복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더불어, 도시에 못 가면 불행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무의식에 심어놓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몰려들면 도시는 언젠가 포화 상태가 오겠죠. 하지만 도시는 만족을 할까요? 블랙홀처럼 더 많은 사람을 끌어당기려 하지 않을까요? 이미 채워진 공간에 인간을 더 밀어 넣는 모양을 상상했습니다. 거주의 공간이라 여겨지지 않는 공간까지 상상은 확장되었고요. 화장실, 천장 위 공간까지 말이죠. 그리고 그곳까지 사람들이 살아가게 된 모양을 이야기하고 싶어졌습니다. 제 단편 「첫 출근」처럼, 도시를 하나의 생명체로 정의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은 제가 좋아하는 작법이기도 합니다.

5. 지금까지 쓴 소설 중, 가장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과 그 이유는? 또는 애착이 많이 가는 소설 속 등장인물과 그 이유가 있다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은 「수면증후군」입니다.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정신적 궁지에 몰린 정신과 의사가 주인공이었죠. 이야기는 시골 정신병원에서 환자와 의사의 길지 않은 대화로 시작하고 끝납니다. 하지만 그 속에 많은 사연과 감정이 숨어 있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두 남녀는 결국 마음을 열고 합일점에 닿게 되죠. 모든 게 순조롭게 해결된 시점에 독자는 엄청난 반전을 맞이하게 됩니다. 「수면증후군」은 문장하나 하나에 힌트를 숨겨놓은, 공이 많이 들어간 작품입니다. ‘네이버 장르문학’에 실려 열띤 토론을 만들어낸 작품이기도 하죠.

장은호  소설가, 의사, 싱어송라이터. 공포문학작가모임 ‘매드클럽’ 창단 멤버. 한국공포문학단편집 1~6권에  작품 수록.

 

 

「완벽한 죽음을 팝니다」 지현상 작가가 답하다

1. 처음 쓴 글은 어떤 이야기였는지?

음, 장난삼아 써보던 글 말고 진지하게 써본 글에 대한 질문이겠지요? 그렇다면 신과 인간에 관한 글이었어요. 주인공이 신들 사이의 분쟁과 지구 종말에 휩쓸려 고군분투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하하. 20대 초반 때였고, 다 쓰는 데만 해도 1년 가까이 걸린 장편이었는데 지금 보면 욕심이 너무 과했다 싶은 이야기입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와 설정을 다 때려 넣었거든요. 스토리가 그리 나쁜 편은 아닌 것 같은데, 너무 제 입장에서 써서 아마 신화나 종교에 관심 없는 분이면 절반도 못 알아들을 것 같은 이야기예요. 요약하고 요약해도 A4용지 5장은 나올 것 같아 자세한 내용은 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필력이 받쳐준다면… 다시 써보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2. 언제 처음으로 작가가 되고 싶다고 느꼈는지?

서점에서 일하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어릴 때는 그저 책이 좋은 수준이었는데, 매일 책을 보고 정리하고 팔다 보니까 작가에 대한 로망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사실 고등학교 때도 막연히 소설을 끄적이긴 했었는데, 본격적으로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확실히 서점에서였어요. 어쩌면 ‘작가’라는 타이틀보다도, 제 이름이 인쇄된 ‘종이책’이 가지고 싶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7. 특정할 만한 작업 스타일이 있다면?

종이로 인쇄해서 탈고하는 걸 좋아합니다. 장편을 쓰게 되면 무척 버거울 이야기지만, 아직은 단편 위주의 작업을 주로 하는지라 큰 문제가 없습니다. 연필로 죽 긋고, 대체할 문장을 대충 휘갈겨 쓰고… 나중에 컴퓨터 파일을 열어서 최대한 머리를 비우고 수정한 내용을 옮겨서 적용하려고 노력합니다. 아무래도 고칠게 눈에 보이거나, 바로바로 고칠 수 있는 상황이면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질 못 하는 성격이거든요. 계속 고치고, 고치고, 그러다가 맥이 끊기곤 합니다. 그래서 컴퓨터를 이용해서 탈고하면 시간이 두 배는 더 걸리는 느낌이에요. 같은 이유로, 제가 집에서 쓰는 한글 프로그램은 아무리 맞춤법을 틀려도 빨간 줄이 나타나지 않아요. 문장 중간에 빨간 줄이 뜨면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그냥 생각 없이 쭉 쓰고, 맞춤법 검사기를 돌립니다.

3. 「완벽한 죽음을 팝니다」를 쓰게 된 계기.

「완벽한 죽음을 팝니다」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쓴 글이 아니라서 답변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너무 오래전에 쓴 글이기도 하고, 문득 이런 이야기를 쓰면 재밌겠다 싶어서 곧바로 써 내려간 글이거든요. 초고를 쓰는 데 2일도 안 걸렸던 것 같습니다. 쓰고 나니 이런 이야기였죠. 사실 몇 날 며칠 고민해서 쓴 글보다, 이렇게 뜬금없이 나와 주는 글이 반응이 더 좋아 걱정입니다.

6. 이럴 때, 작가인 것이 좋게 느껴진다 또는 서글프게 느껴진다.

아직 대놓고 먼저 말하기에는 민망한 경력이라 제가 먼저 말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여차저차 나름 ‘작가’라는 게 알려졌을 때 주변 반응이 달라지는 게 보인답니다. 순전히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요. 아무래도 ‘작가’라는 타이틀에 알게 모르게 고상하고 지적인 느낌이 있어서 그렇지 않나 싶은데, 실상의 저는 그런 의미의 ‘작가’와는 거리가 좀 있지 않나 싶어요.

지현상  꿈을 찾아 이것저것 일을 저질러보던 중 책을 좋아해 서점에서 꽤 오래 근무했다. 조금씩 글을 쓰며 많은 책을 읽었고, 그보다 훨 씬 많은 책을 팔았다. 여전히 이것저것 일을 저질러보고 있다. 제1회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그날의 꿈」으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른 새벽의 울음소리」 해도연 작가가 답하다

1. 처음 쓴 글은 어떤 이야기였는지?

제게 첫 글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초등학생 때 썼던 우주괴물 소설인데,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의 아류작 같은 거였죠. 지금 보면 유치해서 심장이 오그라들어요. 그래도 처음으로 어떤 이야기를 완성한 경험이기에 아직도 아껴두고 있습니다.
이후로 20년 가까이는 소설을 쓰지 않았어요. 쓰고는 싶었지만, 항상 마음에만 머물렀죠. 그래서 브릿G에 처음 올린 「에일-르의 마지막 손님」 역시 첫 글이라고 생각해요. 테이스티 공모전을 계기로 쓴 건데, 낯선 나라의 낯선 식당에서 형언할 수 없는 식사를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요. 평소에 소설을 쓰지도 읽지도 않았다보니, 일단 경험에 기반한 걸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배경은 제가 직접 가본 곳을 떠올리며 썼고, 음식 역시 먹어본 걸 토대로 썼죠. 물론 맛에 대한 묘사는 전부 가공이지만.

2. 언제 처음으로 작가가 되고 싶다고 느꼈는지?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지금도 작가라고 불리는 게 왠지 어색해요. 그저 글을 쓰고 싶었고, 써보니 재밌고,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즐거워서 계속 쓰고 있어요. 그러다가 글이 책에 실리게 되니 기쁘면서도 좀 어안이 벙벙해요. 지금은 앞으로도 쓰고 싶은 글을 쓰고, 그걸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길 바랄 뿐이에요. 그게 작가라면, 지금도 작가가 되고 싶은 거겠죠. 하지만 제가 진짜로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작가라고 부르는 건 여전히 조심스러워요. 아, 물론 작가라고 불리면 기분은 좋습니다!

5. 지금까지 쓴 소설 중, 가장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과 그 이유는? 또는 애착이 많이 가는 소설 속 등장인물과 그 이유가 있다면.

「위대한 침묵」입니다. 애정이 많이 간다기보다, 끝냈을 때 가장 후련했어요.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이야기였고, 원래는 이걸 제일 먼저 쓰려고 했었어요. 하지만 경험한 적도 없는 세계를 갑자기 글로 쓰는 게 어려웠어요. 그래서 그때 일단 뭐라도 완성시켜보자는 생각으로 쓴 게 직접 가본 곳을 배경으로 잡은 「에일-르의 마지막 손님」이었고, 이 글을 완성하고 나서 다시 쓰기 시작했지만 결국 지우고 쓰기를 반복하다가 한동안 방치했어요. 그렇게 몇 개월 지나는 동안 다른 이야기를 몇 개 더 썼고, 조금 익숙해졌다 싶었을 때 마음먹고 마무리 지은 거죠. 또 항상 SF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위대한 침묵’은 처음으로 쓴 본격적인 SF였어요. 그래서 마침표를 찍었을 때의 기분이 남달랐죠.

3. 「이른 새벽의 울음소리」를 쓰게 된 계기.

트위터에서 어떤 농담 한 구절을 읽은 적이 있어요(이미지 참고). 마침 첫 육아를 시작했을 때라 힘들었던 경험을 생각하며 여러 가지 상상을 했죠.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문장을 메모해 놓았고, 그게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어요. ‘우리 아기는 분명 내 품에 안겨 자고 있는데, 집안 어디선가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요’. 그리고 작가 프로젝트에서 공포 단편을 모집한다는 걸 알고는 이 메모가 생각났고, 그게 시작이었죠.

 

7. 특정할 만한 작업 스타일이 있다면?

대개는 문득 떠오른 걸 아이폰에 몇 줄 메모해두고, 나중에 종이 노트에 풀어쓴 다음, 초고를 쓰는 거 같아요. 집에 아기가 있다보니, 집에서 글을 쓸 때는 가족이 모두 잠든 새벽에 써요. 주말에는 아내와 교대로 자유시간을 가지면서 카페에서 씁니다. 언제나 ‘스크리브너’라는 유명한 글쓰기 앱을 사용하지만 기능에 대해선 잘 몰라요. 작업실에 들어가는 것처럼, 그냥 글 쓰는 기분을 내기 위해서 사용할 뿐이에요. 아, 그리고 언제나 맥북과 아이패드 프로로 씁니다. 네, 애플 좋아해요.

11. 글을 쓸 때나 집필 전, 특별한 징크스가 있는지?

항상 2/3 정도 쓰면 자괴감에 빠집니다. 왜 이따위 글을 쓰고 있는 거지? 문장은 이빨 빠진 톱니바퀴 같잖아! 이런데 소중한 시간을 쓰다니 삶을 그렇게 낭비해도 되는 거야? 진짜 해야 할 일은 이게 아니잖아. 뭐, 대충 이런 생각들. 그럴 땐 그냥 접어놓고 해야 할 일을 하거나 트위터로 도망을 갑니다. 요즘엔 다 쓰고 나면, 지금까지 쓴 것 중에 가장 형편없어! 다들 실망할거야! 같은 생각이 들어요. 아마도 지난 몇 작품이 주목을 받은 것에 대한 부담일지도 모르겠어요. 쓰고 보니 징크스 얘기는 아닌데, 뭐, 괜찮겠죠.

12. 재능을 부러워하고,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여기는 작가가 있다면?

가장 사랑하는 작가는 마이클 크라이튼이고, 부디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처음으로 이 작가가 좋다! 라는 생각을 하며 읽은 게 『쥬라기 공원』과 『잃어버린 세계』였어요. 지금은 그가 SF작가가 아니었다는 것도 이해하지만, 전 크라이튼의 작품을 SF로 알고 자랐어요. 과학이나 기술을 철저히 긴장감을 유발시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불필요한 감정묘사는 과감히 생략해서 때론 차갑게 느껴지는 개성이 좋아요. 이렇게 쓰고 보니 그다지 영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네요. 브릿G에서는 이산화 작가님의 낭비 없는 문장과 매끄러운 전개를 좋아합니다. 배우고 싶어요.

해도연 초등학생 때 우주괴물 소설을 쓴 이후로 소설과는 무관한 삶을 보내다가, 2017년 뜬금없이 소설 쓰는 취미를 시작했다.

 

 

작가가 묻고, 작가가 답하다

각 작가와 편집부가 1:1로 소통하는 것과 별개로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에 작품을 수록한 다른 작가에게 묻고 싶은 내용을 남기면, 편집부 담당자가 질의 사항을 대신 전달하였습니다. 해당 질의는 선택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질의와 답변이 모두 교환된 경우에 한하여 덧붙입니다.

이산화 작가가 해도연 작가에게

이산화 지금까지 겪은 가장 초자연적이었던 경험은 무엇이었나요? 이런 질문은 가장 초자연적인 경험을 안 믿을 법한 사람한테 물어야 의미가 있는데, 작가소개에 의하면 물리학과 천문학을 공부하셨다고 하니 기회다 싶어 여쭤봅니다.

해도연 중학생 때, 한밤중에 컴퓨터의 바탕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어요. 화면 속에는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어떤 캐릭터가 있었는데, 배경과 캐릭터 채색 모두 시뻘건 색깔이었어요. 근데 갑자기 집 안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리더군요. 집안 구석구석을 살폈지만, 출처를 알 수 없었어요. 괜히 소름이 끼쳐서 바탕화면을 바꿔버렸죠. 아마 조금 독특한 이명현상이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초현실이라기보다는 미확인 현상입니다. 역시 중학생 때, 친구와 아파트 옥상에서 별을 관측하고 있었어요.(저는 뼛속부터 너드였습니다…) 그때 북쪽 하늘에서 밝은 별 하나가 갑자기 나타났어요. 조금씩 더 밝아지더니 나중엔 결코 별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을 만큼 밝아졌고, 그리고는 점차 사그라들다가 사라지더군요. 다음 날 학교 선생님이나 천문학 게시판 등에 물어봤더니 ‘아마 군부대의 신호탄이 아니었겠냐’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 방향엔 군부대가 없었고, 훈련 같은 게 있을 만한 장소도 아니었어요. 그리고 빛의 위치는 보이는 동안 조금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신호탄처럼 보이지도 않았고요. 초신성이 육안으로 보인 거라면 다음날 뉴스특보라도 났겠죠. 그때 내린 결론은 아마 시선방향으로 떨어진 유성일 것이다,인데 사실 이것도 가능성은 희박해요. 그래서 지금도 그 빛이 무엇이었는지 모릅니다. 뭐였을까요? 대체….

 

해도연 작가가 지현상 작가에게

해도연 서점에서 근무하시면서 많은 책을 읽고 또 팔았다고 하셨어요. 서점에서 일하시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읽은 책’ 그리고 ‘판 책’으로는 어떤 게 있나요?

지현상 일단 인상 깊게 ‘판 책’은… 딱히 기억나는 게 없어요. 그냥 유행 타고 많이 찾으면 많이 팔게 되거든요.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님께서 저를 지목해 물어봐 주신 질문이므로, 종종 서점 신입들에게 하는 농담 하나 풀어보겠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조지 오웰의 『1984』를 보고 영감을 받아서 썼다고 알고 있어요. 제목도 패러디를 한 건데 소문자 q가 9와 생김새가 비슷하고, 일본어상의 발음도 비슷해서 ‘1q84’가 된 거죠. 근데 책표지에 이걸 대문자로 박아버려서 ‘아이큐 84’를 찾는 손님이 서점에 수두룩했었습니다. 끔찍했어요. 게다가 제가 첫 근무를 할 때 베스트셀러 1위가 몇 주 동안이나『1Q84』 3권이었는데… 베스트셀러 목록에 1Q84.3이라고 적혀 있었거든요. 아, 벌써 감이 오시나요? 그래요. 심지어 ‘아이큐 팔십사 점 삼’은 어디에 있냐고 묻는 손님도 있었습니다, 하하. 글로 쓰다 보니 이게 웃기려나 모르겠네요. 여하튼 그래서 좀 색다른 의미로 『1Q84』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가장 깊게 읽은 책은, 사실 소설은 아닙니다. 티모시 페리스의 『4시간』이에요. 문학 파트 담당이니 뭐니 말은 했지만 자기계발서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실제도 사고방식에도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책인 것 같습니다.
소설 중에서 고르라면 닐 게이먼의 『샌드맨』 시리즈를 뽑겠습니다. 사실 이것도 소설은 아니고 그래픽 노블입니다. DC코믹스 만화책이죠. 하지만 슈퍼맨이나 배트맨 같은 느낌의 히어로 만화는 절대 아닙니다. ‘꿈’이라는 개념을 의인화한 심오한 내용이에요. 닐 게이먼의 ‘소설’을 몇 개 더 찾아서 읽어 봤지만, 아무래도 『샌드맨』이 최고입니다.
번외로 근래 읽은 소설 중에 인상 깊었던 건 장강명 작가님의 『댓글부대』입니다. 무척 재미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소설이에요. 한번 잡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으실 겁니다, 하하. 부디 원하시는 답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엄성용 작가가 해도연 작가에게 

엄성용 「이른 새벽의 울음소리」의 해도연 작가님에게 묻고 싶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오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도대체 어디서 그런 훌륭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감춰두었다가 빵빵 터트리시는지요.(웃음)

해도연 과한 칭찬에 몸이 비틀어지지만, 무작정 부정하는 것도 실례겠죠? 기억 속에서 관련된 걸 되짚어본다면… 어릴 때 사교성이 없어서 혼자 공상에 빠지길 좋아했어요. 근데 디테일에 대한 고집은 있어서 때로는 새벽까지 여러 번 다듬었어요. 물론 그런 공상들은 글로 남지도, 입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지만…. 그리고 쉽게 감정이입을 하는 편이에요. 이건 한창 중2병에 시달릴 때, 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걸까, 사람들이 날 싫어하는 건 아닐까? 라는 깊은 고민에서 얻어진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훌쩍) 마지막으로 영화를 줄곧 본 것 때문일까요? 중학교 땐 거의 매일, 고등학교부터는 일주일에 한두 편은 봤어요. 제게 스토리텔링과 관련된 무언가가 있다면, 그건 영화에서 배운 거라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영화는 질릴 때까지 봤고요. 아마 이런 경험들이 글쓰기에 반영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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