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은 사계절 다 맛있지만 역시 여름의 제철음식 아닐까요? 열대야를 피해 호프집 에어컨을 쐬며 맥주와 함께, 퇴근길에 한 마리 사들고 와서 가족들과, 친구들과 회사욕을 하며 먹는 치킨도 맛있지만 제일 맛있는 치킨은 역시 혼자 브릿g에 접속해서 한 손에 폰, 한 손에 닭다리를 들고 뜯는 치킨이 아닐까요? 브릿g 작품 중에 치킨이 나오는 부분만을 모았습니다. 함께 드시…아니 읽으시죠! (누군가 낭독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ㅎㅎ)
BBQ에 전화해서 치킨버거를 방 인원수만큼 시키고 대기하면, 동쪽 방 1층에 도착한 배달맨이 다시 전화를 해 주는 것이다. “도착했는데요?” 그럼 바구니에 8000원을 넣고 조심스럽게 그 바구니에 실을 달아 아래로 내려보내는데, 바구니를 받은 배달맨이 8000원을 걷어가고 버거 8개를 넣은 후 바구니를 두 번 당기면, 다시 실을 잡아 바구니를 끌어올린다. (‘기숙사와 치킨버거’ 편)
– 참 답답하구나, 애송이여. 너는 흑백논리에 빠져있구나. 왜 다각도로는 생각하지 못 하느냐? 내게 양념 통닭이라는 맛을 알게 해 준 그 공로를 인정하여, 죽어서 내 밑으로 들어왔을 때 한 자리 쥐여주려 했거늘. 오늘 먹어 본 이 짭짤한 맛은 처음에는 아쉬운 듯 해도 내내 생각이 나는 맛이니, 앞으로도 이 훌륭한 맛을 계속 즐길 수 있게 되어 내심 감사했다. 한 가지 맛이 아니라 여러 가지 맛을 알게 해 준 부분에 감사하마. 나는 대공작이다. 귀족이며 영주이며 지도자이다. 고로 약속을 매우 중시하느니라.-
남자가 나가자마자 인철은 가게문을 안쪽에서 걸어 잠갔다. 방해꾼은 사라졌다. 장사꾼에서 예술가가 되어야 하는 순간이었다. 인철은 최고의 닭을 튀겨내기 위해 숨을 고르며 다리살이 가장 두툼한 생닭을 골랐다. 기름도 새로 갈았다. 깍두기조차 반듯하게 깎인 보기좋은 것들만 골라 담았다. 노릇하게 튀겨진 닭을 건져 올릴 때 인철의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가 번졌다. 튀김옷의 기름을 탈탈 털고 서둘러 상자에 담았다. 예쁘게 포장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야말로 인철의 모든 기술과 정성이 담긴 한 마리의 통닭이었다. 인철은 맛있게 닭다리를 뜯는 미영을 상상하며 서둘러 가게 문을 닫았다.
나는 가게문을 열고 들어가 떨리는 목소리로 치킨을 주문해 뜨거운 프라이드 치킨 한마리를 샀다. 들고 오는데 치킨 냄새가 모락모락 피어올라 배가 고파졌다. 나는 아빠 사진밑에 치킨을 두고 엄마와 추모기도를 한 다음, 비로소 그 치킨을 먹었다. 눈물과 함께 먹은 치킨은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