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비인간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특히 인간적인 감정을 부여하지 않아도 되는 비인간을요. 그런 시각에서 제가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글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기준은 오로지… 제 재미입니다.
미개 외계 생명체
이게 무슨 자극적인 제목인가 싶으시겠지만 보시면 압니다.
비인간 시점을 좋아하는건 다른 시각에서만 볼 수 있는 인간의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현상도 기준 혹은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SF는 그런 관점을 뒤틀어 보는게 미덕인 ‘낯설게 만드는’ 장르죠.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꽤, 상당히, 아주 SF스럽습니다.
작중 인물들은 우리 인간이 익숙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판단하지만 읽다보면 ‘뭔가 좀 이상한데?’ 생각하게 됩니다. 그게 바로 이 글의 재미죠. 다른 관점에서 보는 우리 인간은 어떤 생물일까요? 우주 탐사의 외피를 썼지만 한 편의 연구기록같은 이 글을 추천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작성할 수는 없겠습니다. 스포일러 숏코드를 달긴 했지만 재미를 앞서서 망치고 싶지는 않네요. 직접 보는 재미가 있는 글이니까요.
눈, 사람
비인간혁명 작가님의 <눈, 사람> 입니다.
우리 인간은 투사와 투영의 종족 아니겠습니까. 굳이 비인간이 인간이 형태나 언어, 사고를 하지 않아도 어디서든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죠. 저는 이 글을 이끌어나가는 주된 정서를 눈이 내리는 바깥의 먹먹한 고요함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눈사람은 그저 바라보고, 온도를 느낍니다. 그게 전부인 이 글이 이렇게 진한 여운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직접 확인해보시길.
눈사람의 눈길을 따라가는, 그 반걸음 뒤에서 보이는 어긋난 시선이 정말 아름다운 글입니다. 눈사람과 독자의 빈공간에 차오르는 감정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리고 이건 글을 읽을 때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죠.
읽으러가시는 길에 문장 하나만 쥐어드리고 싶습니다.
“눈사람은 말이 없었다. 생각은 했지만 말할 순 없었다. 처음부터 그랬다.”
한마디만 더 얹을 수 있다면, 전부 읽으신 후에 제목을 다시 한번 봐달라고 요청드리고 싶습니다.
여기부턴 제가 소중하게 간직해둔 구독함의 글을 꺼내올까 합니다.
케이지
이번엔 인간이 되어서 비인간을 관찰해볼까요. 올해 첫 ‘이단추’에 소개된 이아람 작가님의 작품이지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글인데, 이참에 한번 더 읽고 왔고 여전히 아름답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불가해함에서 오는 안정과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이해가 필요하지 않은, 그저 그 자체로 존재하고 별개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걸 마주할 때 느끼는 경이감이요. 그런 감각이 그리우시다면 <케이지>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글의 내용은 작품소개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일러 숏코드는 따로 달지 않을게요. 다만 그 묘사와 글의 온도는 마음에 오래 남을만한 글이라는 말을 남기고 싶네요.
렙틸리언 증후군
인간이란 무엇일까요? 비인간은 또 무엇일까요. 인간이되 인간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인간은 비인간과 인간의 경계에서 어느쪽에 조금 더 가까울까요. 제가 좋아하는 서울쥐 작가님의 <렙틸리언 증후군>입니다.
‘종점’은 언제나 도달하는 곳이지 머무르는 곳이 아니지요. 그러나 그 종점까지 내밀린 사람들은 어디에 머물러야할까요. 인간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인간들은 방출된걸까요. 그게 꼭 비극이나 불행으로 비춰져야할까요? 저는 모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운이 남는 글은 말을 많이 얹으면 안된다는 제 기준이 있으므로… 하단에 문장 하나를 인용해두겠습니다.
“우리는 결국 휴면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걸.”
여기까지 마음에 드셨다면
여기까지 제 큐레이션이 마음에 드셨다면 이 글은 그냥… 아무것도 묻지 마시고 읽어주시면 안될까요? 모든걸 떠나서 이 글 만큼은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아름답고요, 아름답습니다. 그냥 읽어주세요.
마치며
이상하네요 공감을 여러개 눌러놨는데 왜 자꾸 작품이 404로 넘어갈까요? 어디로 간걸까요 제 보물 도토리들이…?
자유게시판에서 큐레이션 얘기를 하다보니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비인간을 다루는 글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제발 작가님들 비공개만은………. 출판하셨다면 출판하셨다고 광고라도 해주십시오 저같은 사람은 어떻게 삽니까……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많이 써주세요 영원히…
추가로, “그래서 당신은 무슨 글을 쓰고 있냐”고 물으시면… 보고싶은 글은 내가 써야한다는 슬픈 격언에 따라 저는 이런글 쓴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녹의 포옹>은 오랜만에 봤는데도 요즘 쓰는 글이랑 비슷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