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성호입니다.
1년 조금 넘어 다시 브릿G의 퀴어소설 큐레이션을 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제목은 ‘익숙하지만 낯선’입니다.
1. 게이일지도 모르는 너에게(p팡팡 작)
줄거리도 간단하고, 서사 구조도 간단합니다. 독백으로 진행되는 형식인데요. 게이인 ‘나’는 아마 헤테로 남성일지 모르는 ‘너’를 짝사랑 했습니다. 흔히 퀴어라면 껶는 그런 가슴 아픈 짝사랑이죠.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더 공감이 가기도 했습니다. 저도 퀴어소설을 쓰지만 이 주제는 건드리기가 어렵더군요. 자칫하면 화자(서술자)와 나의 거리가 너무 좁혀질까봐, 작가인 내가 너무 드러날까봐 두렵기도 하고요. 저는 아직도 짝사랑하던 남자애가 꿈에 나옵니다. 연락이 끊긴 지 5년이 넘었는데도요. 꿈의 세계관은 늘 똑같고, 이어집니다. 나와 그 애는 사귀었다 헤어진 사이고 나는 어떻게든 다시 매달리는. 슬픕니다.
2. 서울국제도서전(조은별 작)
말 그대로 서울국제도서전을 소재로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입니다. 퀴어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 작품 속 ‘퀴어 작가’인 ‘당신’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더 긴 이야기로 만나고 싶을 정도로. 이 문장이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도 항상 자전적인 이야기인가 아닌가를 생각하며 읽나요?”
여러분은 어떻나요. 저는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긴 합니다만, 퀴어 당사자인 저 역시 퀴어 이야기를 읽을 때면 어 이거 본인 얘긴가, 궁금해집니다. 왜 그런 걸까요. 무의식중에 동지를 만나, 공감을 표하고 싶은 걸까요.
3. 전주국제영화제(조은별 작)
조은별 작가님의 두 번째 작품 소개입니다.
‘그의 등에는 장미문신이 있었다.’
첫 문장이 강렬합니다. 누나라는 캐릭터도, 인물도, 상황도 모두 개성적입니다.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정체란, 무엇일까요. 당신의 정체는.
4. 지옥과 퀴어 퍼레이드(천가연 작)
재밌습니다. 유쾌한 콩트라고 생각합니다. 퀴어는 지옥에 간다, 는 흔한 기독교식 무지성 논리를 흥미롭게 비틉니다. 지옥에서의 퀴어퍼레이드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퀴어퍼레이드라고 해서 꼭 천국에서만 열릴 필요는 없죠. 지옥이라면 지옥의 퀴어퍼레이드가 있을 테니까요. 지옥 퀴어의 이야기를 더 만나보고 싶습니다.
제 퀴어소설 추천 큐레이션 2탄은 여기까지입니다.
또 발굴하는대로 돌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