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 서울과 지방의 시차

대상작품: <바다가 안 보이는 마을> 외 2개 작품
큐레이터: 박성후, 2일전, 조회 21

안녕하세요, 진주에 살다가 대학 때문에 상경한 박성후입니다. 상경이라 해도 서울이 아닌 대전이지만 말입니다. 저는 시를 읽고 쓰는 것을 즐겨서 종종 시와 관련된 행사 등으로 서울에 가는데, 갈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아, 문화라는 것의 시차가 서울과 지방 사이에는 몇 년이 나는구나. 아무리 대 온라인 시대여도 서울에서 유행인 것이 지방에 물리적으로 오려면 시간이 걸리는구나. 특히 문학 행사 같은 것이 진주에서도 활발하게 열리려면, 그 문화 자체가 엄청난 파급력을 지녀야만 가능합니다. 그래야 충분한 수요가 생기고 행사를 여는 것이 수지에 맞으니까요.
그러나 그런 이익을 따지지 않고 문화를 위해 애쓰시는 존경스러운 분이 많습니다. 진주에도 물론 많지요. 아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사는 진주에는 진주문고라는 서점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참 다양한 책 관련 행사가 열립니다. 시인들도 많이 오셔서 제가 작년에 휴학하여 진주에 있는 동안 열심히 방문하기도 했지요. 그 외에도 동훈서점이라는 곳을 따로 언급하고 싶어요. 진주의 젊은 문인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곳은 읽기 중심인 진주문고에 비해 조금 더 쓰기에 치중된 모임이 열리곤 해요. 그러나 이런 공간이 서울에 비해 양적으로 크게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시를 배울 수 있는 공간도 마땅치 않고, 젊은 문인의 수도 그리 많지 않지요.

저는 사이버펑크로 분류되는 글을 쓰지만, 정작 사이버펑크라는 장르에 그리 익숙하지 않습니다. 읽기야 읽었지만 탐독하는 수준은 아니었지요. 읽기 이전에 그 장르를 먼저 쓰고 있었던 쪽에 가깝습니다. 그 이유가 사이버펑크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화려한 도시와 그 이면이 주는 간극의 이미지입니다.
저는 논밭과 도시의 경계선에서 자랐습니다. 행정적으로는 면과 동의 경계선이지요. 다니던 학교 바로 옆에 아파트와 논밭이 각각 있을 정도로요. 거기에 더해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살아 사투리에도 익숙하고, 산청에 할아버지 소유의 초가집이 있어서 자주 놀러 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향토적인 것에 대해 제 나이대에 비해 굉장히 친숙하게 느낍니다. 저는 문화를 사랑하기에 서울을 지향하면서도, 제 고향에 대한 애착이 정말 강한 편입니다. 타 지역에서 생활할수록 그 마음은 더 커지더군요. 그런 마음에 대한 시도 많이 쓰곤 했습니다. 시가 아닌 소설로 나타나기도 했고요.

향토성은 곧 제가 그리워하는 추억 그 자체입니다. 진주에 살던 시절, 그리고 어린 시절. 고등학교 때의 저는 부산에서 살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부산으로 떠나며 두 아이가 엇갈리게 되는, 위의 작품 ‘바다가 안 보이는 마을’은 일종의 자전적인 소설이기도 하지요. 그 시절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그렇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쓰는 글의 인물은 대부분 지방이 고향입니다. 의도한 것이 아니고, 쓰다 보니 계속 그렇게 되었습니다. 제가 느낀 서울과 지방의 간극, ‘시차’를 극대화하는 느낌이지요. 글을 쓸 때 그 감정에 계속 초점을 맞추게 되더군요. 거기에 과학을 전공하여 sf를 좋아하는 제 취향이 맞물리니, 저도 모르게 사이버펑크의 글을 쓰고 있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위의 작품은 제가 ‘사이버펑크 소설을 써야겠다’는 일념으로 쓴 첫 단편입니다. 사회보다는 인물의 관계성에 집중하고, 주인공 중 한 명인 곤에게는 실제 저와 비슷한 서사가 부여되기도 하지요. 그러면서도, 자살률이 높다는 소설의 배경처럼, 동시대의 문제를 사이버펑크 감성으로 발굴하여 다시 쓰기도 합니다. 나우펑크라고 분류되는 일종의 변형된 사이버펑크입니다. 거대 인공지능이 다가오고, 환경 문제가 치닫고, 우리는 어쩌면 정말 사이버펑크 세계 속에서 살고 있을지도 몰라요.

한편, 사이버펑크를 쓰는 것이 재밌다는 생각이 들면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 또한 사이버펑크 감성으로 재배치하기도 합니다. 위의 소설은 제목에서도 아실 수 있듯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명작 단편,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의 사이버펑크 버전입니다.

여러모로, 저는 사이버펑크에 비추어 현 시대를 조명하고 싶습니다. 현 시대의 여러 문제를 풍자하는 것처럼 글을 쓰고 싶기도 해요. 아직 작품은 세 개 뿐이지만, 열심히 다른 작품도 쓰는 중입니다. 이 글을 올리는 것은 그런 제 의지의 관철이자 약속함으로써 배수진을 치는 것이기도 합니다.
현재 쓰고 있는 작품은 두 개가 있습니다. 간단한 특성만 적자면, 아예 나우펑크로 에세이처럼 쓰고 있는 자전적 소설이 하나, 그리고 좀 더 본격적으로 서울이 아닌 지역의 삶을 과장하여 조명하는 소설이 하나입니다. 그 외에도 이미 쓴 것이 몇 개 있는데, 객관적으로 그 수준이 너무 떨어지는 탓에 다시 써보는 중입니다. 언젠가 여러분께 보여드릴 수 있으면 기쁘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