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고립, 굶주림, 긴급상황 이런 것들은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특히 무미건조한 회사의 일상을 살다가 회사 포함 모든것이 다 뒤집어지는 세상 이야기를 읽으면 약간은 속이 시원하고 짜릿한 기분도 든다. 출퇴근중에 혹은 짬을 내어 몇 분의 시간 동안 아포칼립스, 좀비, 다 뒤집어지는 세상, 망해버렸고 망해가고 있으며 더 심하게 망해버릴 것 같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생각한다.
이 사람들도 열심히 살고 있네. 심지어 좀비들마저도.
절망적인 세계 속에서도 발버둥치며 살아가는 존재들의 모습은 애틋하고 간절해서 회사에서 딱딱해진 마음들도 어쩐지 위로가 된다.
미안하다 너네가 고생할 수록 너무 재미있다..
세상에는 이런저런 재미있는 좀비물이 많이 있지만 <우리가 먹지 못할 때>의 이야기는 조금 더 특별하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좀비물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조금 더 깊은 세계관이 있기 때문이다. 짧은 글 속에서도 클리셰 이상을 보여주려고 하는 이 글에서는 우선 좀비를 부르는 이름부터가 다르다. 좀비는 좀비가 아니라 재생체다. 다시 인간이 될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는, 그 처분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어떤 존재들. 우리를 순식간에 오염으로 끌고들어가거나 삶을 파괴해버릴 수도 있지만 우리가 그것을 부숴버리기에는 아직 망설여지는 인간 미만의 존재들.
이제 막 부서지기 시작한 세계에는 아직 문명의 부드러움 속에서 사고하는 인간들이 등장한다. 심지어 주인공은 재난통합관제센터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문명세계라고는 하지만 도시의 노동자가 겪는 서러움과 괴로움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팀의 사람들은 생존이라는 거대한 임무를 아직까지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문명을 덮친 바이러스와 바이러스에 오염된 재생체들, 그리고 그런 문명의 사다리 가장 낮은 곳에서 올라갈 기회를 노리며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닥친 거대한 시련!
클리셰와 새로움이 섞여 익숙한 즐거움과 신선한 매력이 동시에 느껴지는 <우리가 먹지 못할 때>는 마지막 장면까지 굉장히 좋았다. 좀비 아포칼립스의 스릴과 재미를 찾는 분들이라면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으실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