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런 요술항아리가 아니라구요! 지옥철에서 웃게 하는 소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부엉이항아리 (작가: 하늘소금, 작품정보)
리뷰어: 이유이, 2월 14일, 조회 16

이 소설, 귀엽다. 응? 소설이 귀엽다고? 당황했다면 리뷰 읽는 걸 중단하고 첫 문장만 읽고 와도 좋다. 아니지, 첫 문장을 읽으면 나처럼 끝까지 다 읽어버리고 빙긋 웃게 될지도 모르겠다. 자, 여기까지 봤는데도 리뷰 페이지에서 이탈하지 않은 당신을 위해 조금 더 짧은 평을 더해보겠다.

54매 분량으로 짧은 이 소설을 나는 어제 저녁 지옥철에서 보기 시작했고, 목적지 역에 도착할 즈음 다 봤다. 내가 빨리 읽기도 하지만, 문장도 술술 읽히는 편이었다. 다 읽고 난 뒤에 짧게 메모해 둔 나의 첫 번째 평은 ‘아기자기’였으니까.

‘저놈의 항아리가 무슨 놈의 복을 불러온다고?’라고 짧은 한 줄로 적힌 소설 소개를 보고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복과 관련한 암투라던가, 조금 더 큰 서사를 기대했는데 문장도 내용도 아기자기했다. 바로 그래서 좋았다.

오랜만에 본가로 내려갔다가 기차 표를 구하지 못해 새벽부터 기차를 타고 올라와 집에도 못 들리고 출근해서 빡세게 일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머리가 띵- 한 상태로 읽기엔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좋았고, 이 소설에 담긴 소소한 유머감각이 내 취향이었다.

여행하고 오는 길에 ‘복을 불러온다는 부엉이항아리’를 부모님이 사온 탓에(주인공은 ‘탓’이라고 여긴다) 주인공의 집에는 딱히 ‘물건’으로 기능하지도 못하고 미적으로 예쁘지도 않은 항아리가 ‘신줏단지’처럼 자리를 지키기 시작했다.

부엉이항아리를 거슬려하다가 독립하게 된 주인공의 일상이 ‘살짝’ 바뀌게 된 계기는 독립 1년 만에 아버지가 준 선물 ‘덕’이다. 이번엔 ‘덕’이라고 할 만하다. 탓과 덕의 미묘한 차이는 소설을 읽어보면 알게 된다. 왜 자꾸 영업하느냐고? 백 번 설명보다 한번 보는 게 딱 이해될 테니까.

무튼- 아버지는 “참. 우리가너한테 선물을 보냈는데”라며 운을 뗐고, 집에 있던 항아리보다 작은 사이즈의 항아리를 주인공에게 보낸다. 새로운 항아리를 못마땅하게만 여기던 주인공의 태도가 달라진 건 “어디서 쌀이라도 안 솟나”라는 혼잣말에 대꾸라도 하듯 항아리 가득 쌀이 차오른 순간부터였다.

사지도 않았는데 쌀이 ‘공짜’로 생긴다? ‘공짜’라는 말만 들어도 벌떡 일어나고, 1+1 행사에 홀린 듯 안 살 거였는데 사고 마는 물욕, 우리 모두 갖고 있을 테다. 땅을 파도 10원 하나 잘 나오지 않는 판국에 쌀이 솟아나는 항아리라니… 생각해 보라. 내 좁다란 원룸 한 켠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아니지만, 쌀이 솟아나는 요술 항아리가 하나 살고 있다.

딱히 예쁘지도 않고 아무런 기능도 못하는 장식품에 불과했던 항아리는 주인공에게 특별한 의미가 된다. 자, 지금부터 우리는 익숙하게 봐왔던 ‘흥부네 박’이라던가, 도깨비 방망이라던가… 주인공이 원하는 모든 걸 얻게 하는 물건과 그로 인한 비극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

이 소설의 ‘위트 포인트’는 바로 ‘우리가 생각하던 그 방향’으로는 가지않는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아기자기하고 귀엽게 그 ‘클리셰’를 비껴나간다. 성인을 위한 귀여운 동화를 한 편 뚝딱 읽어낸 기분으로 나는 이 소설을 다 읽었다.

지친 하루의 끝에 스르륵 읽고 빙긋 웃을 수 있는 이야기라 좋았다. 이 세상은 삭막하지만 또 그렇게 삭막하지 않기도 하다. 생각하기에 달린 게 인생사라는 생각을 한다. 이 리뷰를 읽는 모두가 어느 출근길에 혹은 퇴근길에 또는, 늦잠 달콤하게 자고 일어난 어느 휴일 아침에 이 소설을 쓰윽 읽고 나와 같이 빙긋- 웃어보면 어떨까 하며 리뷰를 써 보았다.

아, 물론 분량이 짧은 만큼 그렇다 한 서사나 갈등 구조가 없다는 부분은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살짝 클리셰를 비껴나가긴 했지만 예상가능한 흐름이기도 하다. 무언가 ‘한 방’의 장면이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뭐 어떤가. 이 분량 안에 이 정도 아기자기한 재미라면, 나는 오늘 그저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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