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지 모르게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읽기 시작했다. <꽃밭에 가자> 속 도입부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 같았다. 하루하루 시간이 어떡해 돌아가는지로 모르게 해와 달이 훌쩍 넘어가지만 다시 되돌아 보면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8평의 공간에서 교대근무를 하고 있는 주인공의 고단함과 가족과 함께하고픈 마음이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통화는 쌍방향이 맞아 떨어져야만 할 수 있는 대화지만 제한적이다. 용건만 간단히 하기에는 그들이 갖고 있는 무게감이 산적해 있다. 영상통화도 있지만 어쨌든 작품 속에서는 두 사람의 일방적인 마음이 한 곳에 쏟아진다. 자신이 생각하고, 말하는 것들이 오롯하게 옳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아내와 아이들을 종용한다. 그들에게 있어 그것은 아버지의 마음 보다는 훅하고 치고 나오는 어퍼컷 같은 폭력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기 싫은데 어쩔 수 해야 하는 것이고, 일종의 애정이라고 보기에는 ‘잔소리’로 느껴진다.
그러나 <꽃밭에 가자> 속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상대방은 모른다. 그가 갖고 있는 공간 속의 답답함이나 일이 갖고 있는 스트레스를 알아주지 못하고, 그 또한 아내가 처한 상황 인식을 전혀 하지 않은채 각자 공을 던져버린다.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한 방향을 향해 흐르는 마음은 폭력이다. 자신이 어떠한 처지인지 모르고 무조건 명령에 가까운 일을 하라는 것은 결국 서로에 마음에 멍울을 지게 하는 것이다.
<꽃밭에 가자>는 쉬이 잘 읽힌다. 때때로 블랙 코미디 같이 느껴졌고 읽다보면 어느새 다시 전조가 바뀌어 또 다른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그들의 이야기는 결국 색색깔의 색을 드러냈고, 아이들은 그가 잡히지 않는 곳으로 멀리 떨어진다. 결말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한 인간의 무게와 가장으로서의 관심이 삐뚤게 그려졌다. 어쩌면 많은 아버지들이 주인공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에게는 무척이나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가족에게는 그것이 또다른 색채로 드러날 줄은 아무도 몰랐겠지. 그런 점에 있어서 환상괴담님의 이야기는 교훈적이면서도 일상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다. 오싹하지는 않지만 어딘가 우리가 지금도 하고 있을 무모한 행동을 한 번쯤 되돌아 볼만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