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에 대해 끊임없이 기대하게 만들고 새로운 작품에 대한 목마름을 남긴 인생작품.
야근 중 생긴 조각 시간에 다소 두서 없는 순서로 적에 된 부분에 대해 미리 양해의 말씀을.
어느 평범한 일요일 아침. 한 남성이 교회 앞에 있던 송경호 국회의원과 목사, 그리고 경호원 한명을 참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또 다른 경호원의 손에 죽고 이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기 위해 수사 본부가 결성되게 된다.
범인과 피해자 간에는 어떠한 인과 관계도 찾을 수 없으며 심지어 범인이 살인 사건때 보여준 움직임은 그의 평소의 몸놀림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미궁으로 빠져 들어 가는 가운데, 수사 본부에 소속된 경사 장욱은 범인이 즐기던 팔란티어라는 게임을 의심 하고 이에 대해 의견을 묻기 위해 지인이자 프로그래머인 원철을 찾게 된다.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의 활약과 함께 이 소설의 구성 방식에 대해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팔란티어에서는 [현실]과 [가상 세계], [원철]과 [보로미어]와 같이 서로 반대되는 소재, 궁극적으로는 [의식]과 [무의식]의 마찰과 충돌에서 파생되어 지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무엇 보다도 이 소설에서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무의식]은 상식과 의식 사이에 억눌려 있던 그것이 현실로 튀어 나왔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깊은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다소 거칠게 마지막을 향해 진행됐던 이야기의 끝은 소름 끼치게도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의심만 받고 있었던 그것이 정답이라는 현실을 눈 앞에 던져 주었다.
이야기를 모두 읽은 후, 남은 것은 전율. 그리고 한발 들여 둔 어둠에 대한 공포.
가장 무서운 것은 아예 모르는 것이 아닌 가까이에 있는 일상적인 것이 공포로 바뀔 때라 하지 않는가!
묵직한 사회성이나 주제의식도 기억에 남지만 이 소설이 이야기 하는 게임이라는 부분에 더 관심을 두었던 건 그 무엇 보다도 게임 개발에 종사하는 제 상황많이 반영 되었을 지도 모른다.
내가 직업으로 삼은 것에서 파생할 수 있는 어둠을 본 공포는 꽤 오래 나 자신을 지배했다.
심지어 회사에서 가상현실 관련 프로젝트 이야기가 나오기만 해도 팔란티어 생각이 나면서 소름이 끼칠 정도이니….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SF라는 장르는 막연히 멀거나 아니면 다가올 법하게 가까운 미래를 그려 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기에 팔란티어를 판타지로 분류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저는 종래에 코앞까지 다가온 현실이 된 이상 (스릴러가 가미된)SF로 분류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의견을 던지는 것으로 마무리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