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모노레일

잠깐 남의 꿈에 들렀다 나온 것 같은 그런 단편, 러브 모노레일 비평 브릿G추천

리뷰어: bridge, 17년 7월, 조회 107

예전에는 마냥 긴 글이 우월한 쪽에 속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근래 들어 단편집들을 조금씩 챙겨보기 시작하면서, 때로는 단편에 도전을 해보기도 하면서 느낀다. 긴 글 만큼이나 짧은 글, 단편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러브 모노레일은 공모전 수상작이라 알게 되었다. 타임리프라는 소재는 언제 들어도, 언제 읽어도 흥미롭긴 하지만 이런 부류의 글이나 영상을 자주 접하다 보면 으레 ‘이것도 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던 중에 러브 모노레일이 수록된 작품집의 표지가 꽤나 감각적이고 예뻐서 관심이 확장되었고, 단편을 읽은 누군가의 리뷰를 읽고 한번 더 마음이 이끌렸고, ‘미리 읽기’를 해본 후에는 이야기의 끝이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갈지 궁금해서 가슴 한켠이 간질간질거렸다. 결국 브릿G를 찾아와 단편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야 속이 시원해지더라.

긴 글이 유원지 나들이라면, 짧은 글인 단편은 인기 많은 놀이기구를 즐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유있게 돌아다니며 무얼 사먹기도 하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이 다른 놀이기구를 탐색하기도 하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 확인하며 하루의 스케줄을 가늠해 보는 유원지 나들이와 다르게 단편은 단숨에 이미지를 머릿속에 심어주고, 이야기를 고조시켜 끝까지 올라갔다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마무리가 된다.

그렇다고 러브 모노레일이 굉장히 격한 이야기였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많은 SF 소설이 내세우는 설정이나 배경 등에 비하면 굉장히 사소한 에피소드를 전해주는 단편이다.

줄거리는 이러했다. 결혼을 앞둔 ‘늘’은 우연히 러브 모노레일을 탔다가 이상한 경험을 한다. 과거의 연인들이 모두 떼거지로 나타나고, 그 중 누군가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신기한 점은 남자친구들이 모두 과거 ‘늘’을 가장 사랑했던 그 때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

처음에 소재만 보고서는 꽤나 감성적인 이야기이지 않을까 했건만, 의외로 담백한 것이 러브 모노레일의 매력포인트였다. 너는 이래서 나랑 안됐고, 너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나와 헤어졌고……, 직설적으로 전 남친들을 까대는 장면에선 웃음이 피식피식 났다. ‘이런 소재를 활용했으니 이런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했던 나의 예상을 깨부수고 정말 현실의 ‘늘’이 할 법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러브 모노레일에서의 짧은 경험이 선택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그게 가장 큰 관심사였기에 단편이지만 결말을 앞두고 상상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결말을 읽고 뒤늦게서야 느낀 건, 마치 한여름밤의 꿈같은 그런 단편이었다는 것.

사실상 러브모노레일의 문체나 분위기가 아주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늘‘이 선택하는 사람이 누구일지가 궁금해 끝까지 읽어내려갈 수 밖에 없었던 걸 생각해보면, 독특한 매력을 갖춘 것은 확실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