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슬라임이 굉장히 많은 인기를 누렸고, 요즘도 유튜브를 보면 여전히 아이들에게 슬라임은 인기 많은 장난감인 것 같아요. 가지고 놀아보진 않았지만 재미있어 보여서 흥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슬라임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니 바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읽는 독자에 따라 정말 다른 인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재미있는 소설인 것 같습니다. 아픈 동물들에게 바풍을 만들어주는 아이의 따뜻한 마음을 생각하면 미소가 슬쩍 지어지지만, 아슬아슬한 위협처럼 느껴지는 바풍이 어느덧 주인공에게 다가왔을 때는 왠지 섬뜩한 느낌도 듭니다. 작가님께서 어떤 감정을 더 강조하고 싶으셨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다채로움이 이 작품의 좋은 포인트처럼 다가옵니다.
“내가 그거 만들 때 편안해 하니까. 바풍이 풍- 하고 솟았다가 터질 때 내 속에 시커먼 것들이 다 시원하게 터져서 사라지는 것 같아서.”
제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눈에 띄었던 부분은 바로 위의 대사였습니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느껴지는 동시에, 왠지 모르게 슬픈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저 어린아이의 속에 있는 시커먼 것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 때문에 하은이의 안에서 남모르게 자라난 외로움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 마음이 누군가 나처럼 힘들고 아픈 사람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에 바풍을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고요.
이런 식으로 해석과 확장의 여지가 많은 소설이다 보니, 이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디테일이 더 들어간 중편소설로 나아가도 또 다른 재미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아니면 하은이와 엄마가 나오는 다른 이야기가 나와도 이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여러모로 흥미로웠던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