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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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사들인 것이 슬라임이었다. 하은이가 먼저 사달라고 한 유일한 장난감이었다. 처음에 산 것은 문방구에서 산 것으로 질이 좋지 않았는지 손에 잔뜩 묻기만 하고 제대로 갖고 놀 수가 없었다. 나는 슬라임이란 이런 건가 싶어 짜증을 내며 관두라고 했지만 하은이는 의외로 포기하기 않았다.

이런 저런 곳에 갈 때마다 슬라임을 사들이고 나한테도 수제 슬라임을 온라인 가게에서 사 달라고 하더니 마침내 같은 반 친구 중 하윤이라는 애한테서 꿀팁을 얻었다며 슬라임을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진짜 만들 수 있어?”

“응. 하윤이가 그러는데 착풀이랑 리뉴 섞은 거에 베이킹 소다 조금씩 넣으면서 끈적끈적하게 만들면 된대. 많이 넣으면 땅땅해지니까 조금만 넣으래. 거기다 글리세린 넣으면 쭉쭉 늘어난대.”

나는 주말에 아이랑 다이소와 문구점에 가서 준비용품들을 사서 플라스틱 접시와 베스킨라빈스 숟가락을 준비해 만들어보았다. 정말 슬라임이 만들어졌다. 거기다 식용 색소까지 넣으면 원하는 색깔도 낼 수 있었다.

그 뒤로 하은이는 자신이 직접 끈끈하게 붙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슬라임에 푹 빠졌다. 주말에 같이 간 슬라임 카페에서 직원 언니들에게 바풍 만드는 법을 배워 그날 가장 큰 바풍을 만든 아이라며 칭찬 받기도 했다.

학교에서는 수업 때도 조용하고 발표도 거의 안 하고, 어쩔 수 없이 발표해야 할 때는 모기 소리로 말하는 하은이였지만 슬라임, 특히 바풍에만은 진심이었다. 슬라임을 한참 주물럭거리다가 딱 적당해졌을 때 구멍 하나 없이 잘 늘려서 바닥에 착- 하고 붙여야 붕- 하고 떠오르면서 둥그렇게 부풀어 오르는 바풍이었기에 누구한테든 만들어 보일 때마다 와! 하고 감탄하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하은 자신이 감탄하고 기뻐했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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