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마와 다르마 감상 브릿G추천

리뷰어: 루주아, 21년 4월, 조회 61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마치 도도한 강물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장치들은 서로 짜임새 있게 작동했습니다. 그러니까 좋았어요. 악역인 최석태의 동기는 끝까지 궁금했고 박사는 적절한 비전을 제시하는 동시에 강력한 장애물로 작동했습니다. 그럼에도 T 덕분에 주인공에게 새로운 분기를 열어주었죠.

동료들의 헌신적인 도움은 박사의 방해라는 장애물을 적절히 차단했고 때문에 주인공이 마지막에 소원을 이루는것이 크게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장치들이 세심하고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고 덕분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무난하게 흐르는 한줄기 강 같았어요.

그러나 아쉽게도 제 취향에 맞지는 않았네요. 취향이 아닌 글에 리뷰를 남기는 것은 사실 번거롭고 귀찮으며 작가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일입니다. 하지만 이게 왜 취향에 맞지 않았나 정리하는 것은 저에게 도움이 되니까 한마디 남기고자 합니다.

먼저 최석태의 동기가 끝까지 궁금했다고 했는데 동기 이후에 최석태라는 캐릭터 자체는 좀 불분명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초반부에 대학에 직장까지 따라다닌 동기라고 표현했으니까요. 장치들이 잘 동작했다고 리뷰 서두에 써 두었듯이, 최석태와 송과장을 초반에 배치하고 후반에 최석태를 다시 그리는게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시점에서 최석태의 가훈을 설명하는 신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없더라고요. 물론 최석태가 이 소설의 메인 빌런 보다는 맥거핀이고 핵심은 카르마니까 납득할만 하지만 여전히 취향에는 맞지 않는 지점이었습니다.

두번째는 T가 너무 숭고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극기와 자기희생중 어느것이 더 높은 가치인가? 라고 한다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말하는게 맞지만, 아무래도 자기희생을 좀 더 쳐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이미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자기희생을 한 T가 주인공의 극기에 오롯히 몰입하는걸 좀 방해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주인공에 집중하는걸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숭고한 캐릭터를 배치하는 것보단 좀 더 사리사욕에 눈이 먼 옹졸한 소인배를 배치하는게 더 취향에 맞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론, 아무래도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된 결정적인 까닭인데, 마지막에 트라우마 장면에서 저는 당연히 그 돈을 넘겼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최석태가 지금까지도 실실거리면서 너 히어로잖아. 라고 하는 부분도 설명이 되고 주인공이 계속해서 자신의 카르마를 곱씹는 것도 설명이 되니까요. 그래서 거기서 돈을 주지 않아 얻어맞는게 어색했습니다. 저라면 20만원을 주고 그걸 불량배들이 떨떠름해서 받지 못하고 그 어정쩡함 때문에 고생하는게 트라우마일거라 생각했거든요.

카르마에 대한 해석이 다양할수 있지만 다진에게 카르마는 본인의 행동원리고 이것이 지금까지 자신을 계속해서 괴롭히던 것이라면 그 순간이 주박이 걸리기 가장 좋은 순간이고 그 주박때문에 고생하는게 맞지 않나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이 영 취향에 맞지 않았네요.

카르마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행동원리를 개발해 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남네요. 다르마 라거나, 이게 가훈인 만큼 다른 해석의 여지를 찾아내거나 하는 식으로요.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취향에 맞지 않는 글에 대한 리뷰를 남기는건 작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롯히 저를 위해서입니다. 그렇게나 취향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저는 끝까지 읽었고, 그게 작가의 힘이겠지요. 아마도 장치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서라 생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