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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를 찾아가는 목각 인형의 이야기에 담긴 백성의 길

조선 후기, 득세하는 사학을 경계하는 규장각 대신들의 불만이 빗발치던 시기에 궐 안팎으로 인기를 끌던 잡서가 대두된다. 무려 3부작이나 되는 이 소설을 쓴 장본인인 집현전 학사는 임금 앞에 끌려와 작품 해석을 두고 논쟁을 벌이게 된다. 자아를 찾아가는 인형의 이야기에서 과연 학사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익숙한 설화처럼 한 지방의 혼약에 대한 이야기로 물 흐르듯 시작하는 이야기는 점차 더해지는 디테일과 예상을 비트는 전개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가와 독자 관계에 놓인 신하와 임금이란 구도가 주는 소소한 익살스러움이 더욱 재미를 더한다.

2019년 7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임금의 마음을 뒤흔든 한 권의 SF

재산이 많으나 청빈하고 온순한 성품의 선비 최학인에게는 두 가지 고민 거리가 있었다. 하나는 최학인의 조부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던 임금이 최학인 그 자체의 인품이나 능력이 탐이 나서 곁에 두고자 회유하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딸 여진이 혼기를 넘기도록, 완강하게 거절하며 혼담을 깨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진은 마을을 헤매던 선비 약현을 집에 초대한 것을 계기로 그와 인연이 닿는다. 일사천리로 혼사가 이루어진 이듬해, 약현이 과거에 급제하면서 한양으로 일가 전체가 거처를 옮기게 되면서 최학인은 첫 번째 고민까지 해결하게 되지만, 약현이 쓴 서책이 문제시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작중 인물 약현이 쓴 서책이란 본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로부전’으로, 한 청년의 손에서 탄생한 목각 인형 로부(勞婦)가 점차 자아를 갖고 청년의 삶에 깊게 연관되어 가는 내용이다. 요즘 식으로는 인간을 닮아 가는 안드로이드 얘긴데, 이 내용을 두고 임금과 신하 사이에서 펼쳐지는 국가와 백성에 관한 논쟁으로 흘러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작가 코멘트에는 실제 사건이나 인물과 관계가 없다고 되어 있기는 하지만, 사학이나 여유당이 언급되어 있다 보니 시대 배경을 추측하며 읽어 나가는 재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