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풍 단편 앤솔러지 ‘야운하시곡’ 7인 저자 인터뷰

2021.4.27

옛이야기를 소재로 깊은 여운을 남기는 단편 앤솔러지 『야운하시곡』 출간을 기념해 7인의 저자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각 저자 분들께 서면으로 질의서를 보내드리며 응답을 요청드렸는데요. 처음부터 한 주제로 기획을 한 것이 아니라, 작품들을 하나씩 모아서 분량이 된 후 책으로 나오다 보니 출간까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출간을 기다려 주신 독자분들과 작가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 말씀을 드리며, 다음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Q. 책을 받으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언제나 새 책을 받는 건 기쁘고 설레는 일입니다. 오래전에 쓴 단편이 다시금 빛을 보게 된 일이라 개인적으로는 더욱 뜻깊습니다. 제가 쓴 단편들 중에서(적어도 공개한 것 중에는) 가장 마음에 드는 글이거든요. 표지도 잘 나왔고 책이 예쁘고 아담하게 만들어져 실물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Q. 작품을 쓰실 때 소재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주로 제가 접하는 다른 예술 작품들에서 얻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문학일 때도 있고 영화나 게임, 음악일 때도 있고요. 최근에는 미술 작품들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Q. ‘야운하시곡(夜雲下豺哭)’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오래전에 쓴 것이라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그 무렵 무협 스타일의 단편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동적이라기보단 정적인 분위기를 살린 서정적인 무협을요. 모든 이야기는 첫 문장 ‘아들을 묻은 지 열하루가 지났다.’로부터 시작했고 그렇게 마지막까지 흘러갔던 것 같습니다.

 

 

 

 

Q. 때로는 어리석게 느껴지고 때로는 안타깝게 느껴지는 악인과 선인의 경계가 불분명한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주인공에게 해 주고 싶은 충고가 있으시다면?

젊은 시절 당신에게 적이 없을 때에는 천하가 당신 것 같았겠지요. 하지만 과거란 결국 나를 구성하는 일부분이고 언젠가는 나를 따라와 그 책임을 묻게 합니다. 소중한 것이 생긴 뒤에야 남에게도 소중한 것이 있었음을 깨달으면 늦습니다. 아무튼 당신도 나름으로 슬픔과 후회를 느끼고 속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바를 했겠지요. 동정할 순 없지만 서글픈 당신, 적어도 마지막엔 휴와 함께일 테니 그것으로 되었는지도요.

 

Q. 싸우고픈 마음이 없다던 자운이 사혈공의 마지막 상대라는 점도, 그가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는 강호의 은원도 서글프네요. 이후의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갔을까요? 작품의 마무리는 완벽하지만, 그 뒤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강호에 일 대 일로는 더이상 적수가 없어 보이는 자운입니다. 어찌 보면 과거의 사혈공을 떠올리게 하지요. 하지만 반드시 그와 같은 길을 걸을 거란 근거는 없습니다. 희대의 암살자였던 아버지의 발자취를 좇으며 자운도 느끼는 바가 있었을 겁니다. 그에 따른 선택은 온전히 그의 몫이지만, 분명한 것은 그렇게 강인한 무사를 강호가 그냥 잊히도록 놔두지는 않을 거란 겁니다.

 

Q. 자신의 작품을 제외하고 작품집 중 다른 작품 하나를 추천하신다면, 어떤 작품을 추천하시겠어요?

다른 작품들 모두 재미있습니다만, 저는 한켠 님의 「서왕」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런 분위기의 글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든요.

 

Q. 브릿G에 바라는 점?

꾸준히 공모전을 열고 출판 지원 사업도 하고 개성 있는 작품을 발굴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계시다는 게 느껴집니다. 옛이야기와 무협, 설화 등을 담은 이번 단편집도 그런 면모가 있다고 보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은

1984년생.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를 졸업했다. 2008년 장편소설 『얼음나무 숲』으로 데뷔하며 독자들에게 작가의 이름을 명징하게 각인시켰다. 그밖에도 장편소설 『모래선혈』,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 『녹슨달』, 『오만한 자들의 황야』, 『눈사자와 여름』을 출간하였으며, 2010 경계문학 베스트컬렉션 『꿈을 걷다』에 「나를 위한 노래」, 글틴에 「밤 구름 아래 늑대 새끼 우짖는다」,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볼레니르에게 집착하지 마라」 등의 단편을 발표했다. 차기작 『언제나 밤인 세계』를 집필 중이다.

 

 

Q. 책을 받으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물론 너무 기뻤고요(웃음) 솔직히 옛날 이야기 단편선이라 뭔가 낡고 얇고 어두운 그런 걸 상상했나 봐요. 넘 예쁘고 번듯하고 밝은 책이 와서 더 기뻤던 듯합니다.

 

Q. 작품을 쓰실 때 소재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내 안의 기억창고. 일상에서 보게 되는 일들이나 인터넷에서 본 것들 기타 등등? 생각하다가 내 기억창고에서 기어 나오는 것들? 다들 그런 거 아닌가요, 흑흑.

 

Q. ‘호식총을 찾아 우니’를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오래전에 호러 카페에서 유령 소재 글쓰기 하는데. 저는 창귀를 소재로 정하고 검색하다가 어린 소녀의 호식총 이야기를 보게 되었어요. 거기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끼어들어 그런 이야기가 되었네요.

 

 

 

Q. 작가 소개글이 신박하세요. 보통 ‘번아웃 되어 일을 그만두었다’라고 하시는데, 작가님은 특이하게도 ‘번아웃 되지 않았음’을 깨닫고 ‘뭐든지 대충하고 있었음’을 깨닫고 여전히 ‘대충하고 계시다’고 하셨는데,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여전히 대충하고 계신가요? (웃음)

일이 너무 많아서 대충하면서 버티는 건 줄 알았는데 그냥 모든 일을 대충하는 게 천성이더라고요. 점점 더 적은 일을 더욱 대충 하게 되네요. (흑흑)

 

Q. 작품 속 여러 인물들 중 특히 혜랑의 속내가 궁금했어요. 어째서 그녀는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진심으로 수찬을 마음속 정인으로 여겼기 때문인가요?

사랑한 거죠? 근데 내 것이 될 것 같지는 않고, 잡으려 들면 점점 더 달아나는 남자라는 걸 아니까(눈물) ‘나 딴 데 시집갈까?’ 하고 나름 밀당을 해 봤지만 전혀 먹히지 않고…… 그 순간 그녀로서는 제일 영리한 선택을 한 거라고 생각해요.

 

Q. 자신의 작품을 제외하고 작품집 중 다른 작품 하나를 추천하신다면, 어떤 작품을 추천하시겠어요?

저는 모든 작품이 다 마음에 들지만 추천은 읽으실 분의 취향을 따라야 하니 곤란하고, 다만 지언 작가님, 브릿G에 처음 올린 단편에 첫 댓글을 단 게 접니다.(^^;;)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어요. 제가 그런 처연한 공포를 좋아하기도 합니다.(웃음)

 

Q. 브릿G에 바라는 점?

이대로 오래오래 계속해 주시기를 빕니다.

 

호인

한 번도 쉬지 않고 학위와 면허를 따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한 번도 쉬지 않고 그렇게 살다가 어느 순간 내가 번 아웃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그 많은 일들을 건성으로 대충대충 돌을 팔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표를 내고 자격증도 없이 혼자 구슬을 꿰며 아주 적은 일들을 대충 하며 살고 있다.

 

 

Q. 책을 받으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제 글이 인쇄된 책을 받을 때는 늘 두려움에 떱니다. 다시 읽어 보니 교정할 때 미처 발견 못한 오류가 있다거나, 낯 뜨거운 문장을 써놓은 것을 발견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입니다.

 

Q. 작품을 쓰실 때 소재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로부전은 정조와 심환지의 서간집인 정조어찰첩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흔히 조선 후기의 당파 논쟁에서 숙적 관계로 알려진 두 사람이 주고받은 서간집의 내용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던 관계와 사뭇 달라서 즐거운 충격을 주었는데요, 정적과 은밀히 편지를 주고 받으며 정국을 조종하는 모습에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임금’의 성격과 철학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인물관계나 당대의 사건은 조선왕조실록을 참조로 했지만 이야기 진행상 바꾸거나 실제 역사와 맞지 않는 부분도 많습니다.

 

Q. ‘로부전(勞婦轉)’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전반부인 약현과 여진의 혼인담은 원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기담류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막연한 욕심에 시작했습니다. 원래 구상했던 이야기는 연산군 시절 사관의 이야기였습니다. 금과 밀착하여 가감없이 역사를 기록하는 강직한 사관이 주인공이었고, 그 강직한 성격으로 인해 비극에 휘말리게 되어 여진이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를 구상했다가 글을 쓸 역량이 안되다고 생각하여 흐지부지 방치했던 원고입니다.

위에 언급한 정조어찰첩을 읽다가 문체반정 시기에 난문으로 지목되는 글을 쓴 학사의 이야기를 쓰면 어떨까 하는 구상이 떠올라 뒷부분을 덧붙이게 되었습니다. 임금과 약현의 논쟁은 글을 쓰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따라붙었습니다.

 

 

 

Q. IT 노동자라고 본인을 표현하셨는데요, 예스러운 소재로 글을 쓰실 때도 그런 부분이 반영되신 걸까요? 작품 속 작품인 ‘로부전’에 로봇이 등장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역시 직업의 영향이실까요?

직업적으로 읽는 사람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문서를 만드는 일이 주업이기 때문에 소설을 쓸 때는 그런 피로에서 벗어나는 글쓰기를 하게 됩니다.

고문체의 문장은 처음 쓰다 보니 아마 이 분야에 정통하신 분들에게는 지적당할 오류가 한두 가지가 아닐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진행상 권력자와 소설가의 가치관이 충돌하고, 한쪽은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충돌이 일어나려면 약현의 글이 SF여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쓰는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나만 재밌으면 됐지’ 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그 때문에, 솔직히 이 작품이 재밌다는 반응을 듣고나서 좀 당황했습니다.

 

Q. 뒷이야기가 궁금해요. 약현은 결국 소설을 완성하고, 임금님은 밤잠을 이루실 수 있게 되었을까요?

아마 만족할 만한 완성은 못 봤을 것 같습니다. 유배에서 풀려나자마자 다른 일에 불려다니며(예를 들어…… 암행어사 차출?) 고생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오히려 여진이 부업으로 몰래 로맨스 소설을 쓴다는 구상을 한 적은 있습니다.

 

Q. 자신의 작품을 제외하고 작품집 중 다른 작품 하나를 추천하신다면, 어떤 작품을 추천하시겠어요?

표제작인 「야운하시곡」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기대했던 것을 기대했던 만큼 돌려주는 이야기였습니다.

 

Q. 브릿G에 바라는 점?

지금처럼 계속 다양한 작가님들의 글을 만날 수 있는 귀한 플랫폼이 되어 주세요. :)

 

이재만

IT 노동자, 읽고 쓰는 사람. 2012년 「연애소설 읽는 로봇」(《크로스로드》)로 데뷔했다.

 

 

Q. 책을 받으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최근에 쓴 원고가 아니라 예전에 썼던 원고가 책으로 나온 거라서 선물을 받은 듯한 기분입니다. 원고 수정할 때 다시 읽어 보니까 썼던 문장도 잘 기억나지 않아서 내가 쓴 게 맞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표지와 삽화가 정말 예쁘지 않나요? 진짜 선물 같아요.

 

Q. 작품을 쓰실 때 소재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저는 주로 사료에서 얻습니다. 아니면 전문 서적요. 요즘에는 차기작 소재를 얻기 위해서 『상택지』와 『중국어 사법통역 이론과 사례』, 『사법 통역의 이론과 실제』를 읽고 있습니다.

 

Q. ‘다시 쓰는 장한가(長恨歌)’를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이 글은 사연이 제법 긴 글인데요. 제가 대학원을 다닐 때 다른 학과 콘텐츠 창작 수업을 수강했는데, 그때 발표를 맡았던 파트가 ‘역사’였거든요. 저는 중문과 학생이니 중국 역사로 소재를 찾았죠. 마침 전공 문학 수업에서 백거이의 장한가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양귀비와 당현종의 사랑 이야기를 아름다운 서사로 승화시켰다는 서사시였죠. 뭐 얼마나 대단한 이야기이기에 폭탄이 떨어지는 공습 때도 관중들이 자리에 머물면서 끝까지 보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자료를 찾아보니까, 생각보다 사료가 많지 않더라고요. 관련 기록에도 제법 의문이 가는 게 많았고요. 심지어 세간에 퍼진 인식과 학계의 인식이 정반대인 것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창작을 하게 된다면 이 이야기를 전혀 다르게 해석해야지, 그렇게 막연하게 결심했는데 브릿G 무술년 맞이 개 프로젝트가 열리면서 허구 캐릭터 몇 명을 집어넣어 쓰게 되었습니다. 원래 구상했던 글에서는 양귀비와 매비가 주인공이었어요.

 

 

 

Q. 덕업일치를 위해 대학에 진학하셨다고 작가 소개글에 쓰셨는데요, 특히 어떤 덕질을 하셨던 건지 궁금합니다. 어떤 배우나 영화를 좋아하셔서 전공까지 하게 되신 건가요?

음. 이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면 에세이 한 권이 나올 것 같은데요……. 최애 변천사와 덕질 포인트로 간략하게 말해야겠네요. 일단 장국영-왕가위-왕비-조미-주걸륜-이안-채의림으로 최애 계보(?)를 이을 수 있습니다. 지금 본진은 대만의 퀴어 여신인 가수 채의림이랍니다. 저는 배우나 가수, 감독을 덕질 할 때 사실 이들의 사생활보다는 작품 자체나 해당 언어와 문화, 혹은 사회적 맥락에 주목하거든요. 그래서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려고 대학도 중어중문학과가 아닌 중국문화과로 갔답니다. 물론 관심 없는 분야도 같이 공부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덕질이 업이 되니까 좋긴 하더라고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민속학 공부도 하고 싶어요. 요즘에는 민간신앙과 괴력난신을 열심히 덕질하고 있거든요.

 

Q. 역사 속 여성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해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어요. 앞으로도 이런 작품을 더 쓰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그럼요. 제 관심사와 맞닿은 거니 계속 쓰게 되겠지요. 역사 속 실존 인물의 삶을 재조명하거나 역사 속 여성들의 주체적인 목소리를 복원하는 데에 정말 관심이 많거든요. 일단은 브릿G에서 『별리낙원』을 쓰시는 이연인 작가님에게 경국지색 단편 시리즈를 써서 보여 드리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중국 역사 속 경국지색 혹은 악녀로 불리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써 볼 생각입니다. 첫 번째 단편은 여후와 척부인의 이야기가 될 것 같네요.

고려나 조선 여성의 이야기도 계속 써 보고 싶고요. 『야운하시곡』과 비슷한 시기에 첫 장편 『한성부, 달 밝은 밤에』가 나왔는데요. 한성 땅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뒤쫓는 검험 산파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자료 조사할 때만 해도 주인공이 공신부인 한계란이었거든요. 한확의 누이이자 인수대비의 고모인데 세종 때 공녀로 명나라에 갔다가 황제 넷을 모시면서 끝까지 살아남은 여인이에요. 저는 그녀가 검험 전문 여관(女官)이었다는 설정으로 여성 탐정물을 쓰려고 했어요. 근데 배경이 또 외국이 되니까…… 한국을 배경으로 글을 써 보라는 조언을 들었을 때라 고민 끝에 허구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조선을 배경으로 썼답니다. 언젠가는 한계란을 주인공으로 써 보고 싶어요. 검험물은 한번 써 봤으니까 정치 스릴러로 써 보고 싶네요. 저 양반이 정치적 수완이 정말 뛰어난 사람이었거든요.

 

Q. 자신의 작품을 제외하고 작품집 중 다른 작품 하나를 추천하신다면, 어떤 작품을 추천하시겠어요?

호인 작가님의 「호식총을 찾아 우니」요. 제가 괴력난신을 정말 좋아합니다!

 

Q. 브릿G에 바라는 점?

브릿G에서 정말 좋은 인연을 많이 맺었거든요. 소중한 인연들도 오래가고, 브릿G도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습니다.

 

김이삭

평범한 시민이자 번역가, 그리고 소설가. 황금가지 제1회 어반 판타지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워진 목소리를 복원하는 서사를 고민하며, 역사와 여성 그리고 괴력난신에 관심이 많다. 여성서사 앤솔로지 『감겨진 눈 아래에』에 단편 「애귀(哀鬼)」를 수록했으며 첫 장편 『한성부, 달 밝은 밤에』가 서울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한 ‘한류문화콘텐츠 씨앗심기’ 사업에 선정되었다. 홍콩 영화와 중국 드라마, 대만 가수를 덕질하다 덕업일치를 위해 대학에 진학했으며 서강대에서 중국문화와 신문방송을, 동 대학원에서는 중국희곡을 전공했다.

 

 

Q. 책을 받으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가볍고 작아서 귀여웠고요. 책 표지의 인물 그림과 제목이 반짝반짝해서 ‘아 역시 황금가지는 후가공을 아끼지 않는구나’ 했습니다. 「서왕」은 브릿G에 처음 올렸던 소설이라 ‘드디어(!) 책으로 나왔구나’ 하고 감격했습니다. 같이 도착한 무지 노트 표지도 ‘서왕’이라서 반가웠습니다.

 

Q. 작품을 쓰실 때 소재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뉴스에서 시사적인 내용을 얻기도 하고, 출퇴근길에 아무 생각이나 하다가 건지기도 합니다. 남의 글이나 드라마, 영화를 보다가 ‘내가 써도 저거보단 잘 쓰겠다’거나 ‘나도 저런 걸 써 보고 싶다’ 하면서 쓰기도 합니다.

 

Q. 이번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원래 구상은 2008년 쥐띠 해에 했는데, 그때가 하필 MB 정부 시절이라…… 그런 내용은 전혀 아니지만 오해 받을 것 같아서, 일단 묵혔다가 쓴다는 게 거의 10년이나 지나서 쓰게 되었네요. 쥐띠 해를 시작으로 12간지 시리즈를 쓰겠다는 계획이 있었는데…… 언젠가 쓸 일이…… 있……겠죠?

 

 

 

Q. 「서왕」은 사실 해당 작품만이 아니라, 3부작을 다 읽어야 진정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지요. 하지만 3부작을 읽으며 저는 이 시리즈가 사실 로맨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는데, 나름 합리적 의심이라고 주장해 봅니다. (웃음)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이 작품의 장르는 무엇인가요?

「서왕」 3부작(서왕-혁명가들-우음)은 ‘서왕’과 ‘최빈의 아이’가 서로를 찾아 구하는 로맨스입니다. 한날한시에 태어난 둘은 ‘또다른 나’이기도 합니다. 운명적으로 얽혀 있기도 하고요. 둘에게 왕위는 중요치 않아요. 오직 서로를 찾는 그 마음만이 중요하지요.

 

Q. 이번 작품을 쓸 때, 특히 이입하셨던 인물이 있으시다면?
‘서왕’요. 신기하게도 첫 문장인 ‘나는 자년 자시에 태어났다’를 쓴 다음부터는 사형장에서 시신을 해체해서 먹고 사는 소년에서 ‘내가 망국의 폐주가 되겠느냐’고 묻는 외로운 왕이 되는 서왕에 이입해서 후루룩 쓸 수 있었어요.

 

Q. 자신의 작품을 제외하고 작품집 중 다른 작품 하나를 추천하신다면, 어떤 작품을 추천하시겠어요?

「찔레와 장미가 헤어지는 계절」요. 호랑이의 츤데레 같은 매력과 여우의 절절한 애정이 맞부딪히면서 마지막까지 둘의 사랑을 응원하게 됩니다. (여우 남편은 쓰레기고요.)

 

Q. 브릿G에 바라는 점?

지금보다 더 독자들이 유입되었으면 좋겠어요. 단문응원이나 리뷰도 더 활성화되고요. 저도 더 열심히 활동해야 하는데…….

 

한켠

늘 현실이 버거울 때 도망칠 판타지를 찾아 헤매고 있다. 징그러운 일상에서 손톱만 한 낭만을 발견하려 한다. 글을 쓸 때마다 인물에 이입하길 즐긴다. 지은 책으로는 『탐정 전일도 사건집』과 『까라!』가 있고, 브릿G에 「서왕(鼠王)」의 연작인 「우음(偶吟)」을 썼다.

 

 

Q. 책을 받으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계약서를 썼던 때가 2017년이었던지라, 네가 이제야 내 손 외의 수단으로 세상에 나왔구나, 이제 난 너한테 더 해 줄 일이 없다…… 이런 생각과 함께 흥겨움이 찾아왔습니다. 좋았죠!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게다가 SNS에 말했듯 책 자체가 제 덕질의 큰 증거나 다름 없었는 걸요. 브릿G에서 맨 처음으로 리뷰를 쓴 글과 같이 실리질 않나, 출간 기념 그림 파티다! 하고 그렸더니 그림도 실리게 되질 않나.

표지도 멋있고, 종이 재질도 마음에 들고, 무게감도 좋고, 사이즈도 좋고. 기분이 끝내줍니다.

 

Q. 작품을 쓰실 때 소재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개성 강한 제 지인들과 나누는 대화의 사이사이, 저희 독특한 모친의 말씀, 갑자기 떠오른 상상, 자다 깬 후 방금 본 것들이 사라질까 부여잡게 된 꿈의 한 자락 이런 것들이죠.

 

Q. ‘찔레와 장미가 헤어지는 계절에’를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위에서 말씀드렸듯 대부분 갑자기 떠올린 생각이나 꿈 등에서 얻습니다만, 이 글만은 소재가 몹시 확실합니다. 저희 집 쟈그니를 한창 유치원에 데려다주던 시절에, 쟈그니가 어느 중학교 담벼락에서 먼저 핀 찔레와 나중에 핀 장미를 보다 그렇게 말했거든요.

“찔레랑 장미랑 헤어지나 봐. 그래서 찔레가 울어서 바닥에 떨어졌어.”

그런고로 이번 글 출처는 저희 쟈그니 되겠습니다. (이젠 더이상 작지 않은 저희 쟈그니…….)

 

 

 

Q. 이번 작품을 진행하며, 작가님께서 글만 잘 쓰시는 게 아니라 그림도 잘 그리신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글 쓰는 과정에 대해서는 공통 질문에서 여쭈어 보았으니 그림 이야기를 드려 보려고요. 야운하시곡 일러스트를 그리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그림 작업은 어떻게 되시는지도 궁금해요.

저는 원래 그림쟁이입니다.(그림과는 전혀 상관없는 업으로 밥 먹고 살고 있긴 합니다만.) 시간이 나지 않아 그림을 거의 그리지 못하는 지금도 그림쟁이라고 생각하고요. 누군가 제게 글 쓰는 사람이라고 하면 “내가?(;;)” 하고 돌아보겠습니다만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고 하면 “그렇지, 난 그림을 그리지(끄덕덕)” 하고 납득할 만큼 애착이 있습니다.

이번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제 건강 문제입니다. 양안이 다 백내장이라는 판정을 올 1월에 받았습니다. 아직 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꽤 충격이었어서, 눈을 아낄까/잘 보일 때 최선을 다해 쓸까(?)로 헤매다 그 갈림길에서 그림을 남기기로 했지요. 정말이지 눈은…… 건강할 때 아끼십시오. 일이 벌어지고 나면 늦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출간 기념 자가 파티(!!!)가 이유겠지요. 때마침 설 연휴로 시간도 있겠다, 같이 나온 글들 전부 좋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책갈피나 엽서를 만들어 볼까! 하면서 그렸던 그림들입니다. 인쇄를 생각하고 그린 그림이긴 했습니다만, 계약 이야기가 나왔을 땐 좀 놀랐습니다. (결국 책갈피는 다른 그림을 그려서 만들게 되었다는 뒷담도 전합니다^^;)

그림 작업에 대해서라면, 저는 배워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그리기보다는 막 그리는 타입이란 말씀을 드려 봅니다. 스케치 완성본(완성본이 맞습니다.)을 동봉합니다.

 

Q. 이야기가 너무 슬퍼요. 나중에 언젠가는 호랑이와 여우가 다시 인연이 이어질 수 있을까요? 작가님께서 상상하신 뒷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좀 들려주세요.

그 많은 생 중 서로 만나 사랑할 생 하나 없을까요. 분명 둘은 언젠가 어디선가 만나서 휘어잡고 휘어 잡히며(?) 잘 살 거라 생각합니다. ^^ 취향 대로 상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자신의 작품을 제외하고 작품집 중 다른 작품 하나를 추천하신다면, 어떤 작품을 추천하시겠어요?

작품집의 모든 글이 다 좋습니다만, 딱 하나만 추천해야 한다면 저는 「서왕」입니다. 「서왕」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네요.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이번 단편집을 받고 모친께 한 권 드리면서 모친께 드린 말씀이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서왕」은 꼭 읽으셔. 이거 엄니 취향!” ……그렇습니다. 제 취향의 상당 부분은 제 모친에게서 기원했고, 저희 모친은 최애 배우가 제레미 아이언스인 분입니다……. 이걸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겠네요(?).

 

Q. 브릿G에 바라는 점?

항상 같습니다. 브릿G 흥해라!

 

서번연

아직도 자신을 글쟁이보다는 그림쟁이라고 생각하는 취미생활자양지에서 일하며 음지를 지향하고 있는 성실한 가장이지만6회 ZA 문학 공모전 이후 어쩐지 작가로 불리고 있다단편집 『록커흡혈귀슈퍼맨 그리고 좀비』에 「아들에게」로 참여하였으며이북으로 「견폐」를 출간하였다.

 

 

Q. 책을 받으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비록 제 아이는 아니었지만, 예전에 갓 태어난 아기를 안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수치를 재어보면 한없이 가벼운데도 세상 그 무엇보다도 무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의 느낌도 그때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책을 가만히 쥐어 보면 마냥 기쁘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제가 과거에 쓴 작품과의 경쟁을 공식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조금은 더 무거워진 것 같습니다.

 

Q. 작품을 쓰실 때 소재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법한 고전에서부터 소재를 얻는 편입니다. 그것이 완벽한 작품이라면 그 구조를 처음부터 끝까지 과감하게 비틀어 보고, 제가 보기에 불완전한 작품이라면 저만의 해석을 덧붙여 다시 만들어 내는 편입니다.

다만 정말 생뚱맞은 곳에서부터 소재가 떠오르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이야기를 완성하고 나서 작품을 만든 계기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말 이런 데에서 소재가 나왔나 싶을 정도로 저조차 놀랄 때가 많습니다.

 

Q. ‘은혜’를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늑대나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사례는 자주 들어보았어도, 여우가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사례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근대화 무렵부터 여우는 인간에게 피해를 끼친 것 이상으로 과도한 벌을 받아 멸종 직전까지 이르렀습니다.

비단 현실에서뿐만이 아닙니다. 심지어 설화 속에서도 여우는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교활한 사람을 이르러 ‘여우 같은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여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아직까지도 부정적입니다. 사람을 잡아먹는 구미호와 여우 누이 설화도 그러한 부정적인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우를 좋아합니다. 여우는 호기심이 넘치지만 함부로 모험하는 것을 꺼리고, 불필요한 힘겨루기를 하는 대신 먼저 자리를 피합니다. 언뜻 보기에는 겁쟁이처럼 보일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 그 무엇보다도 현명한 동물입니다.

「은혜」는 그런 여우가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일 리가 없다는 저만의 확신에서부터 시작된 작품입니다. 여우 누이 설화는 연출적인 측면에서는 훌륭한 호러 서스펜스이지만, 인물들의 동기나 심리 묘사에 있어서는 조금 부족한 점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 부족한 부분을 여우 누이에 대한 변호로 채워 넣었습니다.

 

 

 

Q. 여우 누이 설화라면 전래동화를 읽고 자란 아이라면 정말 누구나 아는 이야기죠. 어릴 때 읽으며 무서웠던 기억이 있어요. 지언 작가님이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하신 건 언제셨나요? 그리고 그때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유치원에 다닐 무렵, 전래동화 전집에 끼어 있는 여우 누이 동화책을 접한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당시 책을 한 권을 다 읽으면 책 모서리에 스티커를 한 장씩 붙였는데, 그 책에 붙어 있던 스티커만 8장이 넘어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유치원 시절의 기억이라 기억이 안 날 법도 합니다만, 그 당시 읽었던 동화들은 정말 신기하리만치 처음 읽었을 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주머니 속 이야기 귀신’, ‘반쪽이’, ‘돈절래’, ‘보이나? 보이네’ 등등 당시 읽었던 동화를 이야기하라면 끝도 없이 나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두렵고 매혹적이었던 동화는 여우 누이였습니다. 그 동화 특유의 소름끼치는 일러스트 때문에 밤에 화장실도 혼자 못 갈 만큼 무서워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몇 번씩이나 꺼내 읽은 것을 보면, 우리가 일부러 매운 음식을 먹는 것처럼 어릴 때부터 호러와 서스펜스에서 즐거움을 얻는 기질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동화를 들으며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흔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우 누이’는 그 정도가 심했던 것 같습니다. ‘여우 누이가 왜 오빠를 죽이려고 해?’, ‘왜 간을 빼먹으려고 해?’, ‘왜 그 집에서 태어난 거야?’ 이런 질문을 동화를 읽을 때마다 수도 없이 부모님께 여쭙곤 했으니까요. 아무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해 주지 못해서 제가 직접 그 답을 찾아내야 했습니다.

인터뷰를 작성하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여우 누이야말로 제가 지금의 길을 걷게 해 준 소중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Q. 민담을 좋아하신다고 하셨는데, 최근 수집하신 이야기 중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으셨다면 하나만 들려주세요.

어느 마을의 개들은 집에서 키우는 개나 들개나 가릴 것 없이 입천장이 유독 붉은 개체가 만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1910년대, 일제에 의해 한창 해수 구제 사업이 진행될 무렵, 그 마을 근처의 산에서는 호랑이는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았지만 늑대가 제법 많았다고 한다. 평소에 늑대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이 많아 마을 사람들은 대체로 사업을 환영하는 분위기였고, 실제로 그 이후 늑대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그 마을의 외곽에는 은행원 가족이 살고 있었는데, 두 남매가 평소에 늑대 울음소리를 따라하는 것을 즐겼다. 어머니는 그 소리를 듣고 소름이 끼친다며 만류했지만 장난기 많은 자식들을 막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어느 날, 은행원의 부인이 밤새 숙직하는 남편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했다. 또 짐승 소리를 내며 놀던 자식들을 재우고 언덕을 오르는데, 등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문득 등 뒤를 돌아보았다.

등 뒤에 쫓아오던 것은 커다란 개 한 마리였다. 그 모습이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기에 부인은 ‘휘!’ 소리를 내어 개를 쫓았다. 도시락을 남편에게 전해주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다리가 길쭉하고 덩치가 산만 한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늑대 같았다. 부인은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생각하며 불을 켜놓고 바느질을 했다.

그런데 방 밖에서 무슨 기척이 들려 밖을 내다보니, 문풍지 그림자로 늑대 형상이 어른거렸다. 늑대는 문 앞까지 다가와 냄새를 맡다가, 이내 등을 돌려 집을 떠났다. 그 다음 날 부인은 아이들을 깨워 두 번 다시 늑대 소리를 내지 말라며 야단쳤다.

그런데 몇 달 뒤, 그 집에서 키우던 개가 배가 불렀다. 부인은 들개와 흘레붙었다고 생각하여 손수 산후조리를 해 주었는데, 낳은 새끼들이 모조리 늑대를 닮아 있었다. 며칠도 안 지나 마을에 그 소문이 퍼져, 늑대개는 놔두면 주인을 해한다는 이유로 한 남자가 나서서 새끼들을 모조리 데려갔다.

그날 이후로 개가 시시때때로 슬프게 울었는데, 저녁에 개한테 밥을 주러 나오던 부인이 새까만 늑대와 마주치게 되었다. 몸집과 다리 길이가 그날 밤 언덕에서 보았던 것과 거의 닮아 있었다.

그 늑대는 부인은 본체만체하며 뭔가를 핥고 있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추위 때문에 어미가 구덩이에 넣어 두었던 새끼 한 마리였다. 늑대는 새끼를 한참이나 핥다가 마당을 떠났다.

며칠 뒤, 늑대개 새끼들을 모조리 데려갔던 청년이 밤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원체 밖을 나돌던 버릇이 있어 마을 사람들은 어디서 술을 마시고 누워 있을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 은행원 가족의 현관 앞에 그 남자의 신발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신발은 반쯤 씹다 버린 듯 넝마가 돼 있었고 누구의 것인지 분명한 피가 묻어있었다고 한다.

몇 주가 지나, 산을 이 잡듯이 뒤진 끝에 검은 늑대는 끝내 잡혀 죽었다. 그러나 청년이 데려갔던 늑대개 새끼들은 행적이 묘연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때 그가 데려간 늑대개 새끼들이 어디선가 살아남아 동네 개 사이에서 새끼를 많이 보았을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Q. 자신의 작품을 제외하고 작품집 중 다른 작품 하나를 추천하신다면, 어떤 작품을 추천하시겠어요?

「찔레와 장미가 헤어지는 계절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여우가 나왔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오해가 생겼다가 풀려가며 점점 깊어지는 애정을 너무도 애절하게 잘 표현한 작품이었습니다. 더욱이 작가님 특유의 필체가 너무 매력적이라 순식간에 끝까지 다 읽어 버렸습니다. 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제대로 깨닫게 해 준 작품이었습니다.

 

Q. 브릿G에 바라는 점?
브릿G가 종이책 출간뿐만 아니라, 여러 웹소설 플랫폼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홍보해 주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카카오페이지, 시리즈 등에서 브릿G라는 브랜드가 널리 알려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언

경희대학교 일본어학과 졸업 예정. 동일 대학 동양어문학과 대학원 입학을 준비 중이다. 새것보다는 옛것을 사랑하며,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민담과 전설, 신화를 비교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즐긴다. 작품으로는 「은혜」, 「도공」, 「녹색빛 연구」 등이 있으며, 현재 자전적 소설 『시골 사람이 들려 주는 이야기』를 브릿G에서 연재 중이다.

 

 

『얼음나무 숲』 하지은의 신작 단편부터 백거이의 「장한가」나 전래동화 ‘여우 누이’ 이야기를 재해석한 작품에까지 다채로운 색으로 가득 찬 7인7색 단편선 『야운하시곡』은 종이책으로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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