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러가겠다고 무리하여 산을 넘지 말라’는 충고. ‘형보다 먼저 벼슬길에 오르지 말라’는 은유. 홍안락의 삶을 지배한 것은 형을 뛰어넘어서는 안 된다는, 스스로의 잘남을 자랑하지 말라는 압박이었다. 하지만 홍은락은 자신의 운명에 거역하기로 한다. 우선은, ‘산’을 넘어볼까 한다. 그것이 설령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흉산이라도.
치밀하게 얽힌 복선. 그러나 전혀 어렵지 않다. 독자의 이해를 고려하여 설명할 것을 모두 설명하였고 설명하지 않을 것을 모두 설명하지 않은 글이다. 작가가 독자와 호흡하는 내공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이 짧은 글에서 모두 느낄 수 있다. 결말에 이어서는 그 복선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며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준다. 그야말로 ‘조선 공포물’이라는 과목이 있다면, 그 교과서에 실려도 될 법한 단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