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에 참전해 강원도 전선에서 복무하던 남자는 휴전 소식을 듣고 제대증을 발부받는다. 수송 수단이 모자라 걸어서 전선을 벗어나야 했던 그는, 무조건 남쪽을 향해 걷던 중 미군 통신기지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 함께 일명 ‘펀치볼’이라고 불리던 강원도의 한 지역으로 흘러들어가게 되는데….
「돼지가면 놀이」는 한국전쟁 당시 벌어졌던 극단적인 기아 사태로 모든 것이 베일에 감춰졌던 지역의 과거를 깊숙이 파헤친다. 한국전쟁을 겪었던 의뢰인의 직접 구술과 한 달간의 조사를 마친 사립 탐정(무려 핀거튼 탐정 서울지사 소속이다!)의 기록문이 교차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런 형식에서 배가되는 스산함과 긴장감 역시 빼놓지 못할 장점으로 꼽힌다. 노인이 다 된 의뢰인이 과거를 회상하는 구술은 몽환적이고 판타지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하지만, 구술의 진위를 가려내기 위해 파견된 조사원의 기록문은 매우 건조한 톤앤매너로 사건의 중심을 향해 서서히 나아가기 때문이다. 교차적 구성으로 인물과 시간을 넘나들며 흥미를 더하는 충격적 사건의 실체를 직접 확인해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