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를 찾아 도시를 유랑하는 난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공포라는 장르로 풀어낸 장은호 작가의 「천장세」는 6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다시 한번 추천해도 과하지 않을 작품이라 하겠다. 새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이 있었지만, 현실에서 도시 난민들에게 빛나는 세상이 오려면 오랜 인고의 기다림이 필요하리라. 기다림 속에서 「천장세」를 다시 읽어보자.
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여전히 유효한 도시 난민들의 이야기
2017년 6월 셋째 주 편집부 추천작
도시인의 현실적인 공포를 소설로 만나다
‘나’는 대학 졸업 후 악착같이 일을 해왔지만, 버는 족족 쓸 데가 생기는 바람에 통장 잔고는 늘지 않는다. 5년째 원룸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와중에, 평소 나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던 집주인이 건물을 리모델링한다는 명목으로 퇴거를 종용한다. 하지만 당장에 나가서 구할 방이 없다 보니 고민 끝에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낸다. 바로 월세 세입자가 ‘월월세 세입자’를 구하여 계약을 함으로써, 기존 계약을 자동스레 연장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사는 원룸의 화장실에 월월세를 살겠다며 기이한 신혼부부가 찾아오는데….
장은호 작가는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시리즈에서 도시를 배경으로 한 여러 편의 공포소설을 발표해 왔다. 특히 4번째 단편집에 수록된 「첫출근」은 회사원의 비애를 공감가도록 잘다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천정세」 역시 각박한 도시의 삶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직장인의 불안한 모습을 섬뜩하면서도 이질감 없이 그려내는데 성공한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전세난민이라는 웃지 못할 단어가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요즘, 월월세, 천정세라는 기막힌 설정을 통해 저자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웃프면서도 마냥 소설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소름끼치는 현실을 큰 울림으로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