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고 절절한 사랑 이야기 「찔레와 장미가 헤어지는 계절에」에서 작가는 자신을 돌아봐 주지 않는 여우만을 바라보는 무뚝뚝한 호랑이 이야기를 우아하고 짙은 감수성으로 그려낸다. 처음에는 불쾌했고, 그 뒤에는 까닭 없이 화가 났고, 점차 애처로웠으니 그 모든 감정이 사랑이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끝이 비극으로 치달을 것이 자명한 터라 호랑이와 여우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흘러갈수록 읽는 이의 가슴에는 애잔하고 아련한 울림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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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을 예감하기에 그 울림이 더욱 아련한 글
2017년 7월 셋째 주 편집부 추천작
가질 수 없고, 가져서도 안 되고, 가질 생각도 해 보지 않은
천제의 명을 받아 구중의 곤륜을 지키는 문지기인 호랑이 육오. 본디 어떤 일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고 무뚝뚝한 성품인 그의 앞에 도를 닦아 인간의 형을 갖춘 천호 한 마리가 나타나, 만날 이가 있으니 문을 열어 주기를 청한다. 신선의 길을 걷는 여우에게 하늘이 계단을 내리지 않을 까닭이 없으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계집의 말간 얼굴을 죄인의 그것이라 여긴 호랑이는 여우의 청을 거절한다. 날이 갈수록 수척해지는 얼굴로 나타나는 끈질긴 얼굴에 대고 곤륜에 들어 보기를 청하는 이가 누구인고 물으니, 하늘의 약초를 훔친 죄로 감옥에 들어 있는 최초의 천호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하필이면 일평생 일처일부로 천년만년 해로하는 여우 새끼, 하고 호랑이 사내는 까닭모를 울컥함을 느낀다.
지아비를 한번 보고자 신발이 닳도록 먼 길을 걸어와, 맨손으로 땅을 파헤치고 먹지도 자지도 않은 채 그의 안부를 궁금해 하는 여우 계집의 정은 절절하지만, 그 지아비의 투옥에 얽힌 진실이 드러나면 그토록 사무치는 부부간의 정이 어찌 그렇게까지 일방향적일 수 있었는가 문득 궁금해지고 만다. 자신이 그간 닦아 온 신선의 길도, 생명도, 몸뚱아리도, 모든 것을 가치 없다는 듯 놓아버리는 계집의 행보에 그저 아득해지는 것은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울화만 늘어가는 사내의 마음이다. 처음에는 그저 계집이 도를 닦은 세월이 아까워서, 다음에는 그 망가진 꼴이 그저 안쓰러워서, 성이 나면서도 그저 그 목을 콱 깨물어 죽이지도 못하고 사내는 결국 자신의 마음을 그렇게 내어 주고 만다.
엇갈리듯 순서대로 피어나, 하나가 먼저 간 후에도 홀로 한참을 더 피어 있다가 지는 두 꽃. 저자가 제목을 따 왔다는, 찔레와 장미의 연유는 그리하다. 순서가 정해져 있기에 차마 동시에 시작하지 못했으나 결국에는 만나 버렸다. 하나에게는 더 이상 마음 내어 줄 자리가 없었고, 나머지 하나는 그걸 알면서도 그 흐르는 마음을 어쩔 수 없었으니, 이보다 참으로 잘 어울리는 제목을 찾기 힘들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