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오래 앓아 온 미하는 한 달 전 자살 시도를 한 뒤 입원했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갓 퇴원한 처지다. 나라에서는 미하와 같은 사람들을 자살생존자로 분류하고 보호자가 없는 경우라면 의무적으로 보호사를 파견해 돌봄 서비스를 받도록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60대 안팎의 한 여성이 미하를 찾아오며 새로운 만남이 시작된다. 미하를 관리하기 위해 파견된 보호사 정인 역시 과거에 자살 시도를 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자살생존자의 부정적 사고를 유발하는 기억을 선별해 제거하는 일명 ‘옵션’이라는 시범적 시술을 받은 끝에 병원을 벗어나게 되었다고 했다. 국가의 제도가 맺어준 이 낯선 사람 앞에서, 미하는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자신의 과거를 서서히 꺼내어 보기 시작하는데…….
「시금치 소테」는 SF적 발상이 깃든 불특정한 시대를 배경으로, 상실의 상처를 지닌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정한 음식을 소재로 섬세하게 어루만지는 솜씨가 뛰어난 작품이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과거를 톺는 문장들은 서리도록 슬픈 감각으로 충만하지만, 그것에만 집중하거나 머무르지 않고 느슨한 연대를 통해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더욱 단단하게 그려낸다. 상실을 딛고 일상을 회복하는 찬란한 모습을 담아낸 보편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빛난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