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게 너무나 아쉬운 연재작

지난 4월, 과거 창작 판타지 소설이 출판의 드넓은 영토에서 영광의 깃발을 나부끼던 때를 기억하는 이라면 첫화를 보고 단박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작품이 브릿G에서 연재를 시작하였다. 당시에 낯선 필명의 저자를 보곤, 어디 숨어 있다 이제 나타나셨냐며 부리나케 추천사를 써내렸다. 추천 글엔 아직 도입부에 지나지 않으니 앞으로 기대가 크다-라고 했으나, 어느덧 6개월이 지나 130회에 이르러 이야기가 종반을 향해 달리고 있다고 판단하는 중에도, 대부분의 독자들은 여전히 도입부이길 주장하고 싶은 마음이리라.

물론 황금가지 편집장 역시, 행여나 앞으로도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999회 정도 남았다는 저자의 선언을 듣게 된다 해도, 한 박스에 들어가지도 않을 장대한 서사시를 출판해야 한다는 부담감보다 앞으로 읽을 이야기가 까마득하게 남았다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지 않을까? 종반을 향해 치닫는 『피어클리벤의 금화』 연재에 지금이라도 동승하는 것이 어떠한가.

2017년 4월 넷째 주 편집부 추천작

한국 창작 판타지 소설의 전성기를 기억하는가?

가난한 영주의 열세 자녀 중 여덟째인 울리케는, 바닷가에서 조개를 줍던 중 용에게 식용감으로 납치된다. 한입에 자신을 먹겠다는 용에게 고작 17세의 소녀는 특유의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하고, 심지어 교섭을 통해 용의 협력까지 이끌어낸다. 그리고 이를 기점으로 울리케는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교섭’의 재능을 발휘하는데…

이 작품의 서장은 230여 문단에 이르는 꽤 긴 프롤로그를 갖고 있다. 어떻게 용과 울리케가 이야기를 나누고 교섭하게 되는지의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다루면서도, 작품의 큰 줄기가 될 두 인물 울리케와 빌러디저드의 캐릭터를 한 회만에 확고하게 독자에게 각인시킨다. 그러곤 단순히 용과 소녀의 만남만으로 장편을 끌고가기엔 소재가 부족하다 싶을 때, 작가는 새로운 사건과 캐릭터로 이야기를 전환하며 독자에게 눈을 뗄 틈을 주지 않는다.

서장을 포함해 총 14회까지 연재된 현재까지도 전체 이야기 중 도입부에 불과한 느낌이지만, 흥미진진한 대사 처리나 개성 넘치는 캐릭터, 그리고 판타지라는 세계관을 전혀 모르는 대중도 손쉽게 빠져들 수 있도록 하는 솜씨는 과거 한국 창작 판타지 소설의 전성기를 풍미했던 몇몇 작가를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저자가 오랜 습작과 다독, 그리고 판타지 소설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 가고 있다는 뜻이다. 주인공 울리케의 행보만큼이나 작가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