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차 편집부 추천작

판타지 민담에 얽힌 자매의 기구한 운명

외딴 섬마을에 일어난 호환을 잠재우기 위해 아이가 있는 언니 ‘희현’을 대신하여 제물이 된 ‘모현’. 형부 단오를 따라 산으로 오르던 그녀는 겁탈을 당할 뻔한 위기에서 호랑이를 만나 물리고 정신을 잃게 된다. 놀랍게도 죽지 않고 살아남은 모현은 호랑이를 잡으러 떠났다가 실종됐다던 수령 ‘홍옥’과 함께 마을로 무사히 돌아오지만, 마을 사람들과 언니 희현은 환대가 아닌 매몰찬 태도로 모현을 맞이한다. 홍옥의 비호 아래 고된 삶을 견디며 그를 향한 연심을 키워 가던 모현은, 갑자기 나타난 매력적인 외지인 사내 ‘명’에게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기이한 민담이 전해지는 외딴섬을 배경으로 한 『오직 달님만이』는 저마다의 인물이 뒤틀린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파멸로 나아가는 판타지 작품이다. 어머니의 사랑, 자매간의 사랑, 연인 간의 사랑 등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사건에 다면적으로 녹여내 복잡다단한 인간사와 입체적인 인물상을 풍부하게 보여준다. 특히 모현을 둘러싼 로맨스가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되어 눈길을 사로잡고, 동생 모현에게 양가감정을 느끼는 희현의 의뭉스러운 행동들이 긴장감을 높인다. 호랑이, 이무기, 신내림 등 전설상의 존재들이 벌이는 활극이 이야기의 대미를 장식해 결말까지 단숨에 읽을 수밖에 없는 한국형 판타지를 만나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