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해가 뜨기 무섭게 행렬은 서쪽 숲 가장자리에서 첫 걸음을 뗐다. 이날을 맞이해 한껏 치장한 그들은 용왕님의 사자(使者)들이었다. 신의 뜻을 받들어 둔덕을 넘고 포구를 지나 마을로 입성할 것이었다.
새벽나절의 안개가 걷혀 날씨는 몹시 쾌청했다. 가파른 언덕에 올라 발돋움하면 아스라하니 먼 수평선 너머로 육지 끝자락이라도 보일 성 싶은 날이었다. 손에는 꽹과리며 징을 들고 어깨에는 북이며 장구를 걸친 채로 아낙들은 구성지게 목청을 뽑으며 어깨춤을 췄다.
“물렀거나, 용왕님께서 우리를 인도할지니 이 길을 따라 걸으면 새각시에게 이를 것이다.”
혼례를 하루 앞둔 날. 각시 후보인 아홉 명의 소녀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치성을 드렸다. 아궁이에 불을 때고 가마에 물을 데워 머리를 감고 몸을 정결히 했다.
이 순간 각자의 거처에서 가르마가 내려다보이도록 다소곳하게 고개를 수그리고 있을 그 소녀들의 복색은 같았다. 노랑저고리에 다홍치마. 소녀들의 어머니가 며칠 밤을 꼬박 새워 지은 새 옷이었다.
창호지가 흘려보낸 빛 속에서 진홍이 기름을 발라 보드라워진 손등으로 꿰맨 데 하나 없이 반지르르한 비단 치마의 결을 만끽했다. 그러다 한쪽 무릎을 세우고 턱을 괴고서 달이는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가늠해보았다. 그 애 역시 인두로 다려 반듯한 동정의 감촉을 느끼면서 눈썹을 내리깔고 있겠지? 한편으로는 가슴 속에 억누를 수 없는 기대감을 품은 채로 무율과 자신의 혼례를 그리고 있을지 몰랐다.
진홍은 달이가 자신에게 고마워하리라고 믿었다. 먼 훗날 진실을 알게 된다면, 결국에는. 그것이 비록 생살을 찢는 것 같은 고통을 안긴다고 할지언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