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업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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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와 있었군.”

 

사무실 옆 공터에 세워진 세일의 자동차를 보고 이미 짐작한 듯 박 노인은 놀라는 기색 없이 세일과 이 노인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탐색하듯 한동안 이 노인과 세일을 바라보던 박 노인은 이 노인에 내어준 자리에 주저앉아 벽면의 시계로 시선을 옮겨갔다.

 

“그럼 내일 또 보세.”

“아니.. 박형. 그전에 우리끼리 이야기 좀 해야 할 거 같은데.”

“우리? 세일 군 까지 같이?”

“그래. 사실 세일 군 관련된 이야기라..”

 

박 노인은 시계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박 형한테도 나한테 한 이야기 다시 한번 해줘.”

 

말을 꺼낼 시점을 잡지 못해 머뭇거리는 세일을 보며 이 노인이 말한다.

 

세일이 다시 한번 그간의 일을 말하는 동안에도 박 노인의 시선은 시계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진짜 듣고 계신 건가?’

 

“듣고 있으니 계속하게.”

 

눈치를 살피느라 말이 끊기고 늘어지자 바로 박 노인이 세일을 재촉한다.

 

길게 이어지는 세일의 말이 끝날 때까지 두 노인은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그래 박형 생각은 어때? 그 국정원 직원이라는 사람 진짜겠지? 국정원에서 왜 우리 사무실을 감시하는..”

“이 형 들어오기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긴 있었네. 그들 딴에는 명분과 실리가 없는 곳에 돈이 나가니 수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

“저.. 영감님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사무실에서 하는 일 이야기해줘도 될까요?”

 

항공 점퍼 남자가 박 노인에 대한 정보도 요구했다는 이야기는 차마 할 수 없었다.

 

세일의 질문을 곰 씹는 듯 박 노인은 한동안 말없이 턱을 쓰다듬었다. 여전히 박 노인의 시선은 시계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그자가 자네 어머니 병실 건 가지고 협박했단 했던가?”

“네..”

“..일단 아무것도 하지 말고 일에 익숙해지는 데에 전념하게. 당분간은 그쪽에서도 아무런 움직임 보이지 않을걸세.”

“에이.. 그러다 진짜 세일 군 어머니한테 무슨 해코지라도 하면..”

“그 쪽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야 자네를 귀찮게 하고 신경 쓰이게 하거나, 돈의 흐름을 끊거나, 법적으로 문제 될 소지를 찾아내는 정도일걸세.”

“아니 이 양반아! 사람들이 다 자네같이 무쇠 심장을 가진 것도 아니고! 누가 그런 협박 듣고, 감시까지 당하는 상황에서 일인들 제대로 하겠어! 우리가 뭔가 수를 내봐야지!”

 

박 노인이 고개를 돌려 세일과 이 노인을 바라본다.

 

“세일 군 어머니 건은 임지연 교수한테 내가 개인적으로 부탁한걸세. 치료비 나오는 출처를 문제를 삼는다면 내 개인 비용으로 처리하면 될걸세.”

 

세일이 막 만류의 말을 꺼내려 할 참에 박 노인이 손을 들어 제지한다.

 

“자네가 초조한 만큼 상대도 초조 할 걸세. 먼저 행동에 나서면 그만큼 잃을 것도 많으니 나를 믿고 당분간 일에만 전념하도록 하게. 늦어도 한 달 안에는 자네 번거롭게 하는 일 다 처리하도록 하겠네.”

 

박 노인의 말에는 거스를 수 없는 힘이 실려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사무실 일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되는 거죠?”

“자네도 그 대답은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한동안 박 노인과 세일을 번갈아 바라보던 이 노인은 답답한지 혀를 차고 물건들을 챙겨든다.

 

“그럼 나는 들어갈게. 세일 군은 박 형이 챙겨준다 하니 일단..”

“네. 알겠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노인의 떠나간 사무실에는 숨 막히는 정적이 내려와 깔린다. 또다시 박 노인의 시계가 내는 맥동에 맞추어 세일의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그런데 뭘 어떻게 하시겠다는 이야기지? 상대는 정부 기관이잖아?’

 

박 노인이 괜한 소리를 할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내 가방에서 뜨개질 도구 좀 가져다주겠나?”

 

갑작스러운 요청에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며 세일은 박 노인의 말을 따랐다.

 

세일에게서 뜨개질 도구를 건네어 받은 박 노인의 손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한다.

 

세일은 박 노인의 손이 만들어 내는 마법을 홀린 듯 바라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