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 나는, 사자가, 아닌데,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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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애액, 하는 풍절음과 함께 지룡의 아가리가 기린 일행이 숨어있는 바위를 향해 달려 들었다.

 

“다들 피해!”

 

오의 다급한 외침에 모두들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일곱 명이 몸을 숨길 정도로 큼지막했던 바위가 지룡의 한 차례 입질에 가루가 되어버렸다. 흙먼지가 안개처럼 피어 올랐다.

 

“역시 있었군, 크르르르.”

 

“지룡신이시어, 저를 괴롭힌 자들입니다. 놓치지 마소서.”

 

헐랭방구! 가해자가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건 여기도 마찬가지구만. 기린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조심해! 이놈은 폐례다와 차원이 달라!”

 

“저 이빨만 봐도 알겠어. 몸 성히 뱃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는 걸.”

 

기린이 제 몸집의 열 배는 됨직한 바위를 머리 위로 들어 지룡을 향해 힘껏 던졌다. 그 광경에 떡 벌어진 태준이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소라가 밀어 올려 닫아 주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큰 바위에 맞아도 지룡은 잠깐 움찔했을 뿐 거대한 몸을 좌우로 틀며 일행을 향해 접근했다.

 

오가 쌍검을 뽑아 들었다. 보기만 해도 베일 듯 날카로운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날렵하게 몸을 날린 오는 바람을 가르며 검을 순식간에 수 십 차례 휘둘렀다. 하지만 지룡의 단단한 비늘에 막혀 챙강챙강 요란한 소리만 냈고, 오히려 놈에게 물릴 뻔한 걸 가까스로 피해 바닥을 굴렀다.

 

지룡은 이제 꼬리까지 모두 호수 밖으로 떠올랐다. 그렇게 거대한 몸집이 공중에 떠 다니는 것 자체가 위압감을 줄 정도였다. 꼬리 끝은 뾰족했다.

 

“그래도 용은 아니야. 잘 봐줘야 이무기 정도지.”

 

기린은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손가락을 흔들었다.

 

“정도지.”

 

무당도 동의하고는 이를 딱딱딱 부딪친 후 수리부엉이 형상이 그려진 부적들을 날렸다. 지룡의 몸에 닿은 부적들은 곧바로 활활 타올랐는데, 약간 따끔한 수준의 타격밖에 주지 못하는 듯 몸을 부르르 떨더니 무당을 향해 아가리를 벌리고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소라가 두터운 얼음방패를 만들어 무당의 앞을 막아 잠시나마 시간을 끈 덕분에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소라는 산산조각난 방패를 다시 날카로운 얼음칼로 변형해 놈의 눈을 노리고 날렸다. 그러나 노란 눈알 역시 몸에 두른 비늘 못지 않게 단단해서 얼음칼은 그저 깨지거나 튕겨 나올 뿐이었다.

 

호랭이는 괴물뱀들을 상대할 때처럼 손을 휘둘렀지만 두터운 비늘에 겨우 살짝 긁힌 자국을 남기는 수준이었다. 기린의 ‘필살 용용죽겠지 펀치’ 역시 큰 피해를 입히지는 못했고, 둘은 서로를 보호하며 피하기 급급했다.

 

요요는 지룡의 공격을 피해가며 동료들에게 지속적으로 영력을 공급했다. 덕분에 다들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었지만, 이것도 무제한은 아니니 빨리 방법을 찾아야 했다.

 

태준이는 주머니에서 백반 가루를 꺼내서 주변에 여기저기 뿌렸다.

 

“뱀이 백반 싫어한다는 건 또 어디서 들었대? 근데 그거 사실이 아니래. 애초에 백반은 왜 가지고 다니는 거야?”

 

기린이 한심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 그… 봉숭아 물을 들이면 사랑이 이루어진대서….”

 

태준의 대답에 소라가 슬그머니 다가와 물었다.

 

“진짜 봉숭아 물들이는 거에 그런 효과가 있대?”

 

“그렇대.”

 

“그럼 나도 같이 물들여 줘.”

 

으이구, 저 똑같이 한심한 놈들. 둘이 만나면 될 걸 또 누굴 귀찮게 하려고 저러나. 기린은 말 없이 고개를 젓고는 지룡을 향해 주먹을 뻗으며 달려갔다.

 

이건 나중의 일이지만, 태준이와 소라가 사귀는 걸 모두가 추천해도 딱 하나 반대표가 있었다. 바로 닥터윤이었다. 태준이에게 마음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고준이 노준이의 안마를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닥터윤은 피곤한 수술을 마치고 근육 바보 둘에게 안마를 받으며 암합성을 하는 맛에 그만 푹 빠져버렸다.

 

지룡과의 싸움은 계속 이어졌다. 온 땅이 흔들리고 오름이 무너져 내리는 통에 탐라의 주민들은 그날 한라산이 다시 폭발하는 거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지룡의 공격은 폭발적인 파괴력을 지녔으나 기린 일행을 잡기에는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쪽의 공격 역시 이렇다 할 피해를 입히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은 아군이 아니어서, 일행들은 조금씩 지쳐갔다. 지룡의 공격을 피하는 거리가 점차 좁혀졌다. 이제는 그 무시무시한 이빨에 옷깃이 슬쩍 스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팔을 긁히고 다리를 물리게 될 터였다.

 

또 하나의 위험요소는 제단 위의 가인이었다. 지룡을 깨우느라 영력을 소진한 가인은 무릎을 꿇은 채로 전투를 바라만 보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힘을 되찾아 곧 싸움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었다.

 

지룡은 뱅글뱅글 또아리를 틀어 거대한 몸을 높이 세우고 산개해 있는 기린 일행을 둘러 보았다.

 

“너를 먼저 해치워야 하겠구나.”

 

놈은 이 싸움이 길어지는 이유가 요요라는 것을 간파했다. 꼬리를 휘둘러 다른 이들의 접근을 막고는 요요를 향해 이빨을 들이댔다. 꼬리 공격을 피한 오가 쌍검으로 땅을 치고 그 반동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챙그랑!

 

요요를 노리던 지룡의 이빨을 정면으로 받아낸 오의 쌍검이 그대로 부러져버렸다. 반도 안 남은 검신으로 버터봤지만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풀썩 무릎을 꿇었다. 지룡은 그대로 오를 바닥에 짓이길 기세로 계속해서 눌렀다.

 

호랭이가 합세해 날카로운 발톱의 기운으로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