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 예전의 내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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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운을 부르는 먹구름 같은 소각장의 매연에 감싸인 소장관사는 첨탑처럼 좁고 높은 건물이었다. 중앙이 뚫려 있는 나선형 계단을 따라 십 층 높이를 올라가면 꼭대기에 가인의 집무실이 있었다. 소각장을 지나 소장관사의 입구가 보이자 오는 다자고짜 돌진했다. 그런 그를 요요가 불러 세웠다.

 

“까막귀, 잠깐!”

 

“너, 또 까마귀를 일부러 까막귀라고 발음했겠다?”

 

“계획을 말해 줘도 들어 먹질 않으니 그렇지! 이 건물은 좁아서 그냥 올라갔다가 퇴로가 막히면 꼼짝 없이 당하게 되니까 신관에 있는 적들을 먼저 처리하자고 했잖아!”

 

“잖아!”

 

무당도 복숭아나무 가지로 삿대질을 하며 오를 나무랐다.

 

“그, 그럼 좋은 말로 알려주면 되지.”

 

“그래, 말 나온 김에 한 번 묻자. 언제까지 좋은 말을 기대하는 거야? 삼백 년이면 많이 참은 거 아니냐? 그 정도면 굳이 얘기를 해주지 않아도 직접 알아서 할 만도 한데, 매번 얘기를 해줘야 하고 그것도 듣기 좋은 말로 친절하게 해야 한다니, 바라는 게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에베베베!”

 

오는 양손을 빠르게 귀에 댔다 뗐다 하며 신관으로 앞장섰다.

 

잠긴 출입문 앞에 도착하자 문이 벌컥 열리더니 칸자가 달려들었다. 오는 높이 공중제비를 돌며 갈고리처럼 휘젓는 손을 피했다. 그런데 뒤따르던 요요는 미처 피하지도 무기를 꺼내지도 못한 상태였다.

 

쉭 쉭.

 

오가 공중에서 쌍검을 뽑아 칸자의 머리를 베고 몸통을 반으로 갈랐다. 그리고는 멋진 자세로 착지해서 요요의 감사 인사를 기다렸다. 으이그, 폼 잡기는!

 

“뒤.”

 

“뭐?”

 

“네 뒤에 칸자들 또 온다고.”

 

“아, 알아!”

 

오는 상대를 보지도 않고 검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칸자들이 더 달려오는 걸 몰랐던 게 분명했다. 물론 몰랐더라도 쉽게 당할 실력은 아니었지만. 칸자의 살점과 누런 진물이 사방으로 튀자 요요가 철선(鐵扇)을 펼쳐 얼굴을 가렸다. 둘이 신관 안으로 들어가고 무당도 뒤를 따랐다.

 

걱정과는 달리 넓은 강당 안에는 길 잃은 칸자 몇 마리 외엔 텅 비어 있었다. 진짜로 다들 허둥지둥 계족산으로 지원 간 것일까. 기린이 때려부순 후문 역시 아직 제대로 수리가 안 되고 낡은 캐비넷 따위로 막혀 있었다. 굳이 움직일 필요도 없이 강당 중앙에 있으면 칸자들이 달려와서 어서 목을 쳐달라며 꾸엑거렸다.

 

준비운동 거리도 안 되는 잔챙이들을 처리하고 안도감 반, 실망 반으로 돌아서는데 출입문이 철컹하고 닫혔다. 실내에 음산한 기운이 흘렀다. 요요가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고 주변을 살폈다. 강당 둘레에 있던 캐비넷이며 탁자 등의 가구들이 꿈틀거리며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또 몽달이들인가? 번거롭게 숨어있고 그래. 이것도 정성이다.”

 

“딱딱딱!”

 

투덜거리는 요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당이 이를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무당이 빙글빙글 돌며 노란 부적을 사방으로 날렸다. 펄럭거리며 날아간 부적이 붙은 가구들은 사제로 마저 변신을 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꼼짝없이 굳어버렸다. 부적에는 ‘압류’라는 빨간 글자가 적혀 있었다.

 

“오, 임시방편이지만 괜찮은데? 잘했어, 무당!”

 

“그래, 여긴 이렇게 두고 소장관사로 어서 가자.”

 

“가자.”

 

이 강당 내부의 상황에 대해서는 기린과 호랭이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게 전부였기 때문에, 셋 중 누구도 이곳에 있어야 할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기린과 호랭이는 연구실의 자료들을 서색연대의 서버로 전송한 후 모조리 삭제했다. 보낸 연구 자료들은 나중에 민석과 똑똑이들이 잘 분석해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복도를 지나 제2 연구실을 향하자 소라가 쭈뼛거리며 따라왔다. 기린이 짜증을 냈다.

 

“뭐야?”

 

“아, 아니, 이제 여기 있기도 뭐해서….”

 

“우리랑 같이 가겠다고?”

 

“그것도 좀 별로긴 한데….”

 

“벼얼로오? 나는 네가 호랭이를 죽이려 했던 사실을 절대 잊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어. 감히 어딜 따라오려고 폼을 잡아?”

 

“그건 내가 정말 잘못했어. 진심으로 사과할게. 그래도 결론은 안 죽었잖아. 천만만만다행이야. 그… 내가 한 번 돌아서면 뒤를 안 보는 스타일이라서 그래. 예쁜 너희가 한 번만 봐줘라. 내가 또 곁에 두면 엄청 유용해.”

 

“뭐래는 거야? 호랭아, 어디서 익숙한 냄새가 나지 않니? 이거 완전 여자 태준인데? 둘이 아주 천생연분이겠어.”

 

“으윽, 내 스타일 아니야!”

 

“맘대로 해라.”

 

기린은 제2 연구실의 문을 걷어차려고 오른 다리를 뒤로 빼고 자세를 잡았다.

 

“잠깐!”

 

소라가 호다닥 뛰어오더니 보안 패드에 지문을 찍었다. 문이 스르릉 열렸다.

 

“유용하지?”

 

소라가 씨익 웃는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기린과 호랭이는 못 본 척하며 연구실 안을 살펴 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하긴 바로 옆 방에서 그 난리를 치렀는데 여기에 남아 있는 것도 이상하지. 둘은 다시 컴퓨터의 연구 자료들을 민석에게 보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여기 이 주소로 보내면 되는 거야? 오케이, 이 컴퓨터는 내가 맡을게.”

 

소라도 은근슬쩍 동참했는데, 기린이나 호랭이에 비해 손이 훨씬 빨랐다. 둘이 감탄하는 표정을 짓자 별 것 아니라는 얼굴로 너스레를 떨었다.

 

“맨날 어둠 먹고 하는 일이 이거였는데, 뭘! 여기 내가 다 할 테니까 둘은 잠깐 쉬고 있어. 피곤들하지? 저기 미니 냉장고에 밴타리움 드링크 있는데, 그거라도 마시든지. 참, 너는 세인이랬나? 그럼 효과 없겠다. 와, 세인이라니 대단해. 그러니까 너희가 서색연대였다 이거지? 그럼 기범이도 봤어? 덩치가 그렇게 크고 멋있다던데.”

 

손가락과 입을 쉬지 않고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