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 나 알아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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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뭐라도 좀 도울까?”

 

기린이 정장 재킷을 벗고 셔츠 소매를 걷으며 물었다.

 

“응, 에어 커튼 안으로 들어오기만 해봐. 네 배도 갈라버릴 테니까. 누구든 내 수술에 걸리적거리면 가만 안 둬!”

 

와, 까칠한 거 봐. 진짜 누구 꼭 닮았네.

 

닥터윤의 수술실은 에어 커튼으로 차단되어 있어서 옆에서도 감염의 우려가 없이 지켜볼 수 있었다. 수술대에는 열 개 정도의 로봇팔들이 달려있었는데, 닥터윤은 혼자서 그 모든 기계장치들을 쉴 새 없이 조작하며 엄청난 속도로 수술을 진행했다.

 

“무슨 기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네.”

 

기린의 감상에 요요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지휘자가 아니야. 혼자서 모든 악기를 직접 연주하고 있어. 정말 놀랍네.”

 

아무래도 아무런 의학 지식이 없는 기린 보다는 요요가 더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건 마치 게임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프로게이머의 신들린 컨트롤에 입이 떡 벌어지는 것과 같다. 닥터윤은 자신의 실력을 시험에 들게 하는 고난이도의 스테이지를 만난 게임광처럼 신이 나서 각종 아이템과 스킬을 사용 중이었다.

 

“와, 저게 되네….”

 

요요의 감탄이 이어진 것이 삼십 분 남짓 지났을까. 닥터윤은 로봇팔 하나에 봉합 명령을 입력하고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어깨를 풀었다. 기린은 어리둥절했다.

 

“벌써 끝? 무슨 양파 썰다 벤 손가락 꿰매는 것도 아니고.”

 

닥터윤은 에어커튼 밖으로 나와서 기둥에 붙은 스위치의 다이얼을 돌렸다.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유지되던 투명한 공기막이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커튼 안쪽이 검은 연기로 가득 찼다.

 

“수술실에서 회복실로 전환된 거야.”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기린을 위해 요요가 해설을 해주었다.

 

제 할 일은 이미 마쳤다는 듯이 수술대쪽에 시선도 두지 않고 걸어 나오는 닥터윤의 손에는 이천 씨씨 생맥주 피처 사이즈의 투명 용기가 들려 있었다.

 

“자, 기념품.”

 

내미는 것을 기린이 받아 드니, 손바닥에 서늘함이 느껴졌다. 투명 용기에 담긴 것은 부러진 용의 이빨이었다. 생각보다 날카롭지는 않았는데, 뭔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기운에 손가락이 저릿저릿했다.

 

“어쩌다 이런 게 심장에 박힌 거야? 밖에서 들어간 상처도 없이, 꼭 안에서 자라난 것처럼. 아, 대답은 안 해도 돼. 어차피 별로 관심도 없으니까. 두어 시간 있다가 데리고 가면 돼.”

 

환자가 다친 이유 따위는 관심도 없고, 진짜로 수술 자체에만 미쳐있구나. 백옥처럼 윤기가 흐르는 용의 이빨을 들여다 보던 기린이 고개를 들었다.

 

의료용 헬멧을 벗은 닥터윤이 앞에 있었다.

 

투명 용기가 기린의 손에서 미끄러졌다.

 

떨어진 용기는 기린의 발 앞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박살이 났고, 용의 이빨은 바닥에 나뒹굴었다.

 

“뭐야? 기껏 챙겨 줬더니. 가져가기 싫으면 얌전히 두고 갈 것이지.”

 

황당한 표정으로 투덜대는 닥터윤 앞에서 기린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얼어붙었다. 닥터윤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이래? 어디 아픈가? 혹시 수술이 필요하려나!”

 

닥터윤은 기대에 찬 얼굴로 정밀 검사를 위해 헬멧을 다시 쓰려고 들어 올렸다. 기린이 재빨리 손을 뻗어 헬멧을 쓰지 못 하게 붙들었다.

 

“뭐 하자는 거야?”

 

“… 언니.”

 

“뭐?”

 

“언니, 나 기린이야!”

 

기린이 어깨를 잡고 울부짖자 닥터윤은 그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기린…?”

 

“나 알아보겠어?”

 

“… 기린이구나.”

 

“그래, 나야, 언니!”

 

“코끼리는…?”

 

“뭐?”

 

닥터윤은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결국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아니, 나는 기린이면 코끼리랑 함께 다니는 줄 알았지. 실 가는데 바늘 간다. 푸하하.”

 

재미도 의미도 없는 농담을 하면서 혼자만 웃는 것까지, 윤아린이 확실했다. 뭐, 덕분에 눈물 바다가 될 뻔한 감동은 싹 말랐네.

 

“기린, 닥터윤이 네 언니라고?”

 

요요까지 나서서 확인을 하자 닥터윤도 마냥 웃을 일만은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헬멧을 가슴 앞에 들고 괜히 뒷걸음질을 쳤다.

 

“언니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밤새 지구 배경 드라마라도 본 거야? 여기 정장은 그렇다 쳐도 그쪽은 멀쩡하게 생겨서 말릴 생각은 안 하고 같이 그러면 어떡해?”

 

“뭐야? 나는 멀쩡하게 생기지 않았단 거야?!”

 

“아이고, 가만 좀 있어 봐.”

 

발끈한 기린이 주먹을 불끈 쥐자 요요가 말렸다.

 

“닥터윤, 어차피 환자가 회복할 동안 기다려야 하는데,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아니, 나는 본관 가서 다른 수술 하고 싶은데. 다 시시한 상처들뿐이겠지만 아쉬운 대로 그런 거라도 해야지.”

 

닥터윤은 문워크를 계속 했다.

 

“아! 그 헬멧을 쓰고 기린을 검사해 봐.”

 

요요의 제안에 닥터윤은 냉큼 헬멧을 쓰고 묻지도 않은 자랑을 시작했다.

 

“내가 직접 개조한 최첨단 의료용 헬멧이야. 이것만 있으면 환자의 상태를 다각도로 스캔할 수 있고, 필터를 바꾸면 뼈, 근육, 혈관, 신경계를 나눠서 볼 수 있지. 그리고 이 필터를 쓰면 영력의 강도는 물론 속성까지… 한… 눈에… 뭐야, 얘?”

 

기린의 빵점 영력에 놀란 닥터윤은 헬멧의 버튼을 이리저리 조작하다 급기야 손바닥으로 헬멧을 두드려댔다. 결국은 헬멧을 벗고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