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 침대 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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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이 릴리를 만난 건 3일 전, 필리핀 세부에서였다. 혼자 하는 여행이라 외로웠는데 그녀가 먼저 말을 건넸다. 현지인인 그녀는 검은 피부에 동그란 눈, 그리고 호리호리한 체형의 필리핀 여자였다. 그들은 말이 잘 통해 금방 친해졌고 같이 해변에서 수영과 스노클링을 즐기며 서로에게 익숙해졌다. 급속도로 친해진 그들은 만난 지 3일째 되는 날, 지훈의 숙소에서 조촐한 술자리를 가졌다. 지훈은 그녀를 위해 와인을 준비했다.

 

 

“훈과 마시는 와인, 괜찮은 걸?”

 

“그치, 와인하고 릴리 당신도 잘 어울리고.”

 

그들은 호텔 창으로 보이는 야자수를 감상하며 느긋하게 와인을 즐겼다. 붉게 물드는 석양을 바라보며 분위기가 무르익는데 릴리가 불현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훈! 여기 뭔가 있는 것 같은데…뭔가 들리지 않아?”

 

“있긴 뭐가 있어, 난 잘 모르겠는데…”

 

급기야 릴리는 테이블에서 일어나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며 룸 내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지훈은 낭만적인 분위기가 깨진 것 같아 못마땅했다.

 

“뭐야 릴리? 방 검사하는 우리 엄마 같아.”

 

“아, 그런가? 미안.”

 

릴리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지훈과 와인 잔을 기울였고 늦도록 분위기를 즐겼다.

 

두 사람은 다음 날도 아침부터 바쁜 하루를 함께했다. 호핑투어도 가고, 세부 시내 구경과 쇼 관람도 했다. 시내에서 저녁식사와 함께 맥주를 곁들인 그들은 전날보다 좀 늦게 호텔로 돌아왔다.

 

“더운 나라에서 술 마시니까 금방 취하네. 릴리, 오늘 내 룸에서 같이 잘래?”

 

지훈은 은근슬쩍 릴리에게 물었다.

 

“어머, 뭐야? 나 꼬시는 거야?!”

 

“왜? 우리 서로 좋아하잖아? 만난 지도 벌써 3일도 넘었고. 하하.”

 

“훈, 알고 보니 뻔뻔한 변태구나!”

 

애정 어린 장난을 치며 함께 룸에 들어간 두 사람은 가볍게 맥주를 마셨다. 지훈이 분위기를 잡으려 로맨틱한 음악을 트는데 또다시 릴리가 분위기를 깼다.

 

“정말 이상하네, 분명히 뭔가 있는데, 소리가 들려.”

 

“릴리, 자꾸 무슨 소리가 난다 그래?”

 

뾰로통해진 지훈의 말투에도 아랑곳 않고 릴리는 침대 밑으로 내려가 소리에 집중했다.

 

“분명히 여긴 것 같은데, 여기 침대 밑!”

 

릴리는 집요하게 핸드폰 플래시로 침대 밑을 살폈다.

 

“훈, 저기 뭐가 있는 것 같아.”

 

“있긴 뭐가 있어? 침대 밑에 있어봐야 먼지뿐이겠지.”

 

“아니라니까!”

 

릴리는 침대 밑으로 쑤욱, 손을 집어넣었다. 지훈은 그제야 릴리의 행동에 관심을 보이며 침대에 엎드린 채 그녀를 지켜보았다.

 

“어, 뭐가 잡히는데? 물컹한 거.”

 

“물컹한 거? 정말 뭐가 있는 거야?”

 

지훈은 릴리의 말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도대체 뭔데 그래?”

 

“그게 말이야, 사람 살 같기도 하고…”

 

“뭐, 뭐? 사람 살?!”

 

지훈은 직접 확인하기 위해 침대에서 내려와 릴리 옆에 앉았다. 그 순간,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릴리의 몸이 크게 요동쳤다.

 

“릴리 왜 그래?”

 

지훈의 다급하게 물음에 대답도 없이 릴리는 비명을 질러댔다.

 

“아, 아아악!”

 

릴리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지훈을 애절하게 바라보며 침대 밑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지훈은 그녀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그녀는 순식간에 침대 밑으로 사라졌다. 정신이 반쯤 나간 지훈은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