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 안마에 중독된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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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불빛이 따스하게 실내를 덥히면 두 눈을 가린 손님이 침상에 올라 편한 자세로 엎드렸다. 잠시 후 검붉은 빛깔의 커다란 손이 손님의 등과 팔다리를 주물렀다. 자신의 뒤에서 등을 매만지는 존재가 무엇인지 손님들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느덧 안마가 끝나고 손님들이 개운한 기분으로 잠이 들면 거대한 붉은 손은 악마의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애란은 어려서부터 안마를 곧잘 해서 아빠와 집안 어른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손이 야무지다는 칭찬도 꽤나 받았다. 어려서는 용돈이 생기고 칭찬도 받는 기쁨에 어른들의 어깨를 주물렀지만 이제 자신도 그때의 부모님만큼 나이가 들자 다른 사람이 해주는 안마가 간절했다. 마흔이 넘어서자 팔다리가 쑤시고 어깨가 무거워 온통 안 아픈 데가 없었다.

 

“여보, 나 어깨 좀 주물러주면 안 될까?”

 

남편에게 요구를 해봤지만 퉁명스러운 답만 돌아왔다.

 

“엄한 데 돈 쓰지 말고 안마기나 하나 사. 나도 좀 하게.”

 

애란도 안마기를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워낙 다양하고 성능 좋은 물건이 쏟아져 나와 직접 시연을 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기계로 하는 안마는 사람의 손길과 확연히 차이가 났다. 적어도 그녀는 그 차이점을 확실히 느꼈다.

 

“에휴, 사람 손이 최고인데.”

 

아쉬운 대로 중학교 1학년인 아들 주원에게 안마를 시켰다. 하지만 영 신통치가 않았다.

 

“넌 손끝이 하필 아빠를 닮아서. 어휴, 답답해.”

 

애꿎은 아들에게 불평을 하며 성에 차지 않는 안마를 받을 무렵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눈이 번뜩하는 정보를 물어온 건 맘모임에서 알게 된 정현이 엄마, 고미숙이었다. 아들 주원이 초등학생일 때는 자주 만나던 사이지만 아이들이 다른 중학교에 들어가고부터 연락이 뜸해진 터였다.

 

“어머, 정현이 엄마가 웬일이야?”

 

“웬일이긴,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서 했지. 근데 자기 요즘도 어깨 아프고 그래?”

 

“여전해, 아무래도 주원이 낳고 산후조리를 잘 못했나봐.”

 

“나도 마찬가지야, 요즘 들어 팔다리도 쑤시고 머리도 지끈거려서 엄청 고생했어. 근데 거기 다녀오고부터 싹 좋아졌다.”

 

“거기? 거기가 어딘데?”

 

“호호, 이럴 줄 알았다니까. 내가 효과보자마자 딱 자기 생각나서 전화한 거야.”

 

“그래서, 거기가 대체 어디야?”

 

#

 

다음날 애란은 고미숙의 차를 얻어 타고 안마의 장인이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업소는 아니고 일반 가정집인데 그래도 내부는 그럴 듯하게 꾸며놨어. 겉에서 보기엔 그냥 주택이지만.”

 

“그래?”

 

가정집이라는 말에 약간 거부감이 일긴 했지만 고미숙이 허튼 곳을 데려갈 리 없다고 애란은 굳게 믿었다.

 

‘애들끼리도 친구고 한데 설마 이상한 곳에 데려가겠어?’

 

하지만 고미숙의 차가 산길로 접어들자 애란의 마음이 조금씩 흔들렸다.

 

‘여기는 너무 깊은 숲인데 이런 곳에 집이 있다고?’

 

애란은 차창 밖에 보이는 어두컴컴한 숲과 잔뜩 습기를 머금은 이끼를 보며 두려움을 느꼈다.

 

‘하필이면 이런 데서 장사를 해? 이상하네.’

 

애란이 불안감을 안고 밖을 살피는 사이 어느새 고미숙의 차는 목적지에 도달했다.

 

“내가 말한 데가 저기야! 어때? 근사하지?”

 

고미숙이 가리킨 곳은 가운데에 마당을 품은 미음자형 기와집이었다. 전통가옥치고는 담을 높게 쌓아 안쪽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기운이 너무 탁한 거 아니야? 그런 쪽으로 나도 잘 모르긴 하지만 왠지 귀신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

 

애란의 말에 고미숙이 피식 웃었다.

 

“에이그, 주원 엄마도 참, 별 걱정을 다 한다. 일단 들어가서 한 번 받아 봐. 그런 생각 싹 다 잊을 테니까.”

 

“그 정도야?”

 

애란은 머쓱한 표정으로 안락원이라 적힌 현판을 지나 안으로 들어섰다. 기와집으로 둘러싸인 마당에는 아무도 없고 툇마루 위에 덩그러니 나무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저 상자에 요금을 내면 돼. 그리고 저기, 안내사항 읽어보고.”

 

툇마루 바깥 기둥에는 안락원에 온 손님이 지켜야 할 사항이라는 벽보가 붙어 있었다.

 

“여기 명칭이 안락원인가 보네?”

 

애란은 툇마루에 붙어 벽보를 읽기 시작했다.

 

“흐음, 원하는 만큼의 요금을 상자에 넣은 후 신발을 벗고 들어온다. 다른 사람의 신발이 있을 경우, 안에서 손님이 나올 때까지 대기한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마루로 올라와 왼쪽 방으로 들어간다. 지시사항에 따라 기다리면 곧 굳은 몸을 풀어주고 안 좋은 기운을 빼내는 작업이 진행된다.”

 

앞 손님이 없는 걸 확인한 고미숙은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한참 후 그녀는 세상 개운한 표정으로 나왔다.

 

“그렇게 좋아?”

 

“응, 날아갈 것 같다니까. 아, 잠깐 나 물 좀…”

 

그녀는 나오자마자 가져온 물 한통을 모두 비웠다.

 

“무슨 물을 그렇게 많이 마셔? 그거 받으면 땀이 많이 나?”

 

“그렇지는 않은데 그냥 목이 좀 말라서. 자기도 얼른 들어가 봐. 신세계를 경험하게 될 거야.”

 

못 미덥긴 했지만 내친김에 한 번은 받아보자 생각하며 애란은 마루에 올라 왼쪽 방으로 들어갔다.

 

“어, 방이 어둡네.”

 

안에 들어가니 희미한 전등 하나만 깜빡일 뿐 전체적으로 어두컴컴했다. 좋게 표현하면 따스한 느낌이지만 어딘지 음습한 기운이 물씬 풍겼다. 방 한편에는 그 음습한 기운을 고스란히 머금은 침상이 놓여있고 침상과 맞붙은 벽에는 전면 거울이 달려 있었다. 반대편 벽에는 다른 방과 연결된 낮은 장지문이 있었다. 애란이 중앙에 우두커니 서서 방안 이곳저곳을 살피는데 갑자기 탁 하고 불이 꺼졌다. 그리고 좀 전에 확인한 침상 반대쪽 장지문이 스르륵 열리는 소리가 났다. 방안은 새카만 어둠에 휩싸여 애란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침상 머리맡에 있는 안대로 눈을 가리십시오.”

 

“네?”

 

“지시대로 따라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 네…”

 

애란은 툇마루 기둥에 붙어있던 안내문을 떠올리며 더듬더듬 안대를 찾아 눈을 가렸다.

 

“이제 온몸에 힘을 풀고 침상 위에 엎드리십시오.”

 

애란은 남자가 시키는 대로 침상에 올라 엎드렸다. 안대를 했는데도 저도 모르게 눈이 감겼다. 그녀가 자세를 취하자 다시 딸깍 전등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