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삶과 죽음의 사이에 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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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자가 뭔데?”

 

기린의 물음에 대답할 여유가 없다는 듯이 호랭이와 마고는 소리가 난 쪽으로 달려갔다. 깨진 것은 일층 욕실 앞 유리창이었다. 깨진 창으로 시커먼 대가리가 쑤욱 들어와서 두리번거리다 이쪽을 보더니 허연 이빨을 드러내고 카아악, 하는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마고가 공기를 뭉쳐 창을 막으려 했지만, 놈이 더 빨랐다. 창을 훌쩍 뛰어 넘어 바닥을 한 바퀴 구르더니 바닥에 두 손을 대고 엎드린 자세로 눈을 희번덕거렸다.

 

그것은 꼭 사람처럼 생긴 짐승이었다. 아니면 짐승처럼 구는 사람. 온 몸에 화상을 입은 건지 혹은 피부가 썩어 괴사한 건지, 누더기 같은 피부 곳곳에서 누런 진물이 뚝뚝 떨어졌다. 눈알도 백탁해서 피 묻은 탁구공 같은 흰자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놈이 어디를 보는 지는 고개의 방향으로만 가늠할 수 있었다. 그 눈깔이 뭔가를 볼 수 있다면 말이다. 그것이 바로 세인도 사자도 아닌, 삶과 죽음의 사이에 끼인, 칸자였다.

 

“조, 좀비잖아?”

 

카아악, 가래를 긁는 듯한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칸자가 달려드는 것을 마고가 공기 풍선으로 튕겨 냈다. 놈이 부딪힌 충격으로 떨어져 나온 역겨운 살점 조각과 진물이 공기 중에 붙어 있다가 마고가 영력을 풀자 철벅 철벅 바닥에 떨어졌다. 호랭이가 날렵한 동작으로 목을 노리고 칼을 휘둘렀는데, 놈의 방어에 막혀 왼쪽 손목만 절반 정도 자르고 다시 뒤로 물러서야 했다. 마고가 공기를 뭉쳐 놈을 붙잡으려 했지만, 칸자가 허공을 차고 몸을 옆으로 날리더니 그대로 마고에게 달려들었다. 그 움직임은 가까이에 있었다면 눈으로 좇기에도 벅찬 속도였다.

 

마고가 급히 영력을 회수했지만 다시 방어막을 치기에는 늦었다 싶은 찰나, 호랭이가 빙글 몸을 돌려 원심력을 가한 발차기를 칸자의 복부에 적중시켰다. 갯벌에 커다란 돌멩이를 던진 듯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호랭이의 발이 놈의 뱃속에 파묻혔다. 썩은 살점 조각이 사방으로 튀고 호랭이의 발목 옆으로 시커먼 내장이 주르륵 흘렀다. 호랭이는 발을 빼려 했지만, 손목이 절반 쯤 잘린 왼손에 그만 발목을 붙잡히고 말았다. 척추가 부러진 듯 괴상한 각도로 몸을 꺾은 놈이 악취 나는 입을 벌리고 날카로운 이빨을 호랭이의 다리를 향해 들이 밀었다.

 

“으아아압!”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멀찍이 서서 안절부절하던 기린이 한달음에 앞으로 몸을 날려, 막 호랭이의 다리를 물려던 칸자의 머리를 걷어차 버렸다. 그 무지막지한 힘에 놈의 머리는 몸에서 떨어져 뒤로 날아가 철퍼덕 벽에 납작하게 달라 붙었다. 그제야 움직임을 멈춘 몸뚱이도 스르륵 쓰러졌다.

 

“우와아!”

 

썩은 고깃덩이에서 발을 빼낸 호랭이가 기린을 향해 환호성을 질렀다.

 

“고마워, 기린! 네가 날 살렸어.”

 

호랭이가 기린을 꼭 껴안았다. 기린의 이마가 호랭이의 어깨에 닿았다. 덕분에 새로 갈아입은 옷에 진물과 썩은 살점이 묻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뭘 그 정도까지.”

 

“정말이야. 물렸으면 나도 저렇게 됐을 거야.”

 

“아아, 그런 건 영화에서 본 좀비랑 똑같은가 보네. 생각보다 훨씬 빠르기는 했지만.”

 

영화에서 본 좀비들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칸자는 그냥 맨 몸이었다. 온통 검게 그을린 듯 썩어있고 너덜너덜해서 시각적으로 맨 몸이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지만.

 

“저게 칸자야. 두 세계의 중간에 끼인 존재들. 지구에도 있어?”

 

“책이나 영화 같은 허구 속에서만 있지. 아니, 모르겠다. 이제 뭐가 허구인지 나도 잘 모르겠어. 이렇게 저승에 와 있으니.”

 

호랭이가 기린을 안았던 팔을 풀고 흥분한 표정으로 눈을 맞췄다.

 

“정말 굉장해! 한 방에 칸자를 처치하다니.”

 

마고는 둘의 호들갑이 마음에 안 드는 듯 혀를 차더니 난장판이 된 집안 꼴을 보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바닥 여기저기에 칸자의 살점과 진물이 떨어져 있었고, 쓰러져 있는 몸의 배에 난 구멍과 머리를 잃은 목에서도 체액이 흘러 나왔다. 머리가 날아가 부딪힌 벽도 끈적한 체액이 천천히 흘러 내리고 있었다.

 

“좀 더 깔끔하게 처리할 수는 없었을까? 쯧쯧.”

 

“어쩔 수 없었잖아. 내가 물릴 뻔한 순간이었다고.”

 

그리고 호랭이가 그런 위기에 처한 건 너를 구해 주려다 그런 거고, 이 할망구야. 물에 빠진 놈을 구해 줬더니 어쩐다더니, 내가 좀비님을 밖으로 모셔서 해치웠어야 했는데 실수했네. 투덜댈 걸 투덜대야지. 기린은 기가 찼지만, 속으로 삭였다. 최대한 마고의 비위를 맞추며 유용한 정보를 모아 보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서두르느라 미처 신경을 못 썼어. 내가 치울게.”

 

“야! 손 대지마! 경찰 불렀어.”

 

마고가 또 버럭 소리를 질렀다.

 

“현장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저러는 거야. 신경 쓰지 마.”

 

호랭이가 놀라고 서러운 마음이 든 기린을 토닥이며 마고를 째려 봤다.

 

잠시 후 커다란 오토바이에 탄 제복 차림의 경찰과 하얀색 밴 한 대가 집 앞에 도착했다. 경찰 제복은 진한 파란색 상의와 검은색 바지, 왼쪽 가슴에 찬 경찰 배지까지, 이승과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오토바이의 시동을 끈 경찰이 헬멧을 벗어 핸들에 걸고 검지로 선글라스를 올리며 현관으로 향했다. 밴에서는 전투용 방어구를 착용한 사자 둘과 우주복 같은 해즈맷 차림의 둘이 내렸다.

 

“마고! 다친 데는 없는 거야?”

 

“걱정하는 척 할 필요 없어. 칸자 한 마리 나와서 처치했다니까 뭐 이리 요란스럽게 망나니까지 데려 왔어?”

 

학예회 연극 무대에서 술주정뱅이를 연기하는 톤의 과장된 목소리로 안부를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