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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섭은 이를 악물었다. 사람들은 혼비백산한 상태로 뛰어나가고 있었고, 점원들은 사람들을 바깥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이쪽으로 나가세요! 이쪽으로!”

 

점원들은 겁에 질린 눈으로 사람들에게 손짓을 했다.

 

입구 근처에 서있던 매대에서 물건이 엎어져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고, 과자봉지가 밟혔는지 큰 펑 소리가 났다.

 

인섭은 숨을 몰아쉬고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리 지나치는 사람들을 둘러봐도 주현과 주희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 혹시 작은 여자애랑 30대 중반정도 되보이는 여자 못봤어요?”

 

인섭은 손님을 밖으로 보내던 카운터 직원을 붙잡고 물었다.

 

직원은 얼굴을 찡그렸다. 인섭과 직원 사이로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인원 하나하나 다 확인 못합니다!”

 

“아니, 아까 들어가는걸 못봤냐구요!”

 

“못봤습니다!”

 

인섭은 그의 말에 어금니를 뿌득 소리 나게 깨물었다. 사람들은 수도없이 밀려나왔고, 인섭조차 인파에 밀려 문 밖으로 끌려 나갈 것 같았다.

 

그는 옆으로 몇발짝 물러서, 난간 너머로 마트 안을 살폈다. 끈임없이 나오고 있는 사람들의 파도 너머로, 마트 안쪽을 향해 도망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경찰이나 시청 대응과에 연락 했어요?”

 

인섭은 옆에 있던 직원을 붙잡고 물었다.

 

“아마 했을겁니다!”

 

직원은 사람들을 안내하는 손짓을 계속하며 인섭에게 대답했다. 그의 말 속의 불확실성에 긴장한 인섭은 카운터에 놓인 테이프를 낚아챘다.

 

그는 매대 옆에 있던 잡지를 팔에 감고 테이프를 바르기 시작했다.

 

인섭의 모습을 흘끗 보고 있던 점원은 당황한 듯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선생님, 지금 뭐하시는…”

 

“안쪽에 사람이 아직 있잖습니까. 저 사람들 다 데리고 나와야할거 아닙니까.”

 

팔을 팡팡 쳐서 테이프가 제대로 붙은 것을 확인한 인섭은 난간을 꽉 붙잡았다.

 

난간의 칸을 밟고 훌쩍 몸을 넘긴 인섭은 마트의 안쪽에 발을 들이고 있었다.

 

“손님?”

 

직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인파를 거치고 인섭쪽으로 다가왔다.

 

“전체 방송 한번 때리고, 대응팀보고 빨리 오라고 하세요!”

 

“손님! 거기 가시면…”

 

“빨리요!”

 

인섭은 마트 안쪽을 향해 뛰어 들어갔다. 그를 부르는 점원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현재 마트 안에 위급 상황이 발생 했습니다. 손님분들께서는 속히 매장을 빠져나와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현재 마트…]

 

마트 안쪽으로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사람 수는 적어졌다.

 

바깥을 향해 뛰어나간 사람들이 태반이었는지, 통로 듬성듬성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복도 사이사이로 들려오는 경고방송 소리는 노후된 스피커를 통해 터져나왔다.

 

“주현씨!”

 

인섭은 큰 목소리로 주현을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찢어진 소리 만큼이나 갈라져 있었다.

 

“주희야!”

 

인섭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주희까지 불러보았다. 되돌아오는 응답은 없었다.

 

그는 옆에 있던 이동매대를 꽉 붙잡았다.

 

“흐읍…”

 

매대의 뒤쪽에서 사람의 숨 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누굽니까?”

 

인섭이 조심스레 말했다. 그의 말 소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사람은 매대 뒤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사… 살아있어요 저희…”

 

왜소한 아이를 끌어안고 있던 남성이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물리셨습니까?”

 

남성을 위아래로 훑어본 인섭이 물었다. 남성은 머리에 흐르는 식은땀을 살짝 훔쳐냈다. 그의 뒤에 서있던 아이는 남성의 팔을 꽈악 붙잡았다.

 

“아닙니다. 저희 둘 다 괜찮습니다.”

 

“왜 여기 남아계셨습니까?”

 

“갑자기 방송나오고… 막 사람 물렸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서 숨어있었죠…”

 

인섭은 주변을 둘러봤다. 아직 대응팀이 들어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 했다.

 

“빨리 나가십쇼. 여기 잘못 계시다가 감염되시면 큰일입니다.”

 

“들어오는 길에 뭐 없었던거 맞죠?”

 

“네, 안전합니다. 입구쪽으로 빨리 나가셔야 합니다.”

 

인섭이 고개를 끄덕이자, 남성은 아이를 안아들고는 바깥으로 나가려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 저기 혹시…”

 

나가려던 두 사람을 붙잡은 인섭은 주변을 살짝 둘러봤다.

 

“혹시 중학생정도로 되보이는 여학생이랑 여성이 한사람 보셨습니까?”

 

남성은 그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워낙 급하게 도망나온지라…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인섭은 한숨을 쉬었다. 하다못해 흔적이라도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빨리 나가세요, 빨리.”

 

그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고 다시 한번 사람들이 있는지 확인했다.

 

마트 안쪽으로 들어올때는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움직였었다. 주현과 주희가 위험에 처했을수도 있다는 사실이, 감염자가 있다는 사실이 인섭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가 입고 있는 옷은 검은 보호복이 아니었다.

 

청바지와 하얀 티셔츠를 입고, 팔에 잡지 하나를 감아 물리는 것을 방지 했을 뿐이지, 그는 천조각에 둘러쌓인 고깃덩어리였다.

 

인섭은 연거푸 숨을 내뱉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통증이 다시 몰려오고 있었다.

 

뻐근한 명치를 눌러 마사지 한 인섭은 눈을 꿈벅거리며 정신을 잡으려 했다.

 

또다시 보지 않기를 내심 바랬던 인섭은 주먹을 꽉 쥐고 호흡을 다시 가다듬었다.

 

고개를 든 인섭은 출입구 반대편에 있는 곳으로 가려 뜀박질을 시작했다.

 

“주현씨! 주희야!”

 

간절한 마음으로 두 사람의 이름을 부른 인섭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행여나 들려오는 대답 소리가 있을까 입을 꾹 닫고 주변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으으…”

 

인섭이 있던 곳 바로 건너편 코너에서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늘 들어오고 또 들어왔던 소리였다.

 

또다시 듣지 않길 바라던 그 소리는 낮게 깔린 채로 울리고 있었다.

 

인섭은 침을 꿀꺽 삼키고 주변을 확인했다. 스포츠 용품 코너에 서있던 그는 바로 옆에 달린 야구방망이를 집어 들었다.

 

알루미늄 배트에 반사되는 환한 빛은 매서운 인섭의 눈을 비추었다.

 

배트의 손잡이 부분을 연거푸 쥐며 손을 푼 인섭은 뒤쪽 코너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통로의 끝으로 오자, 그르렁대는 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진열품목에 손을 올리고 있는지, 비닐이 찌그러지는 소리가 전해졌다.

 

인섭은 침을 꿀꺽 삼키고 통로쪽으로 몸을 돌렸다.

 

목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감염자는, 갓 감염자가 된 듯 피부가 깨끗해 보였다.

 

“끄으윽… 커윽…”

 

목 앞부분이 그대로 뜯겨 성대가 일부분 드러나 있었다. 커억 커억대는 공기 소리가 뚫린 구멍을 통해 새어나왔다.

 

인섭은 야구 방망이를 꽉 쥐었다. 자기방어로라도 앞에 있는 감염자를 공격 해야 했다.

 

팔을 천천히 들어올린 감염자는 목에서 피를 뿜어내며 인섭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으으…”

 

퐁퐁 솟아나오는 피는 옷 위로 흩뿌려졌고, 갈색 옷이 점점 검은 색으로 물들어갔다.

 

다 흡수되지 못하고 옷자락으로 고인 피는 바닥으로 한두방울 씩 흘러 내렸다.

 

방망이를 꽈악 붙잡은 인섭은 팔에 힘을 주었다. 절뚝거리며 다가오는 감염자의 머리에 시선을 고정한 인섭은 침을 꿀꺽 삼켰다.

 

감염자가 점점 속도를 붙여 인섭을 향해 걸어오자, 인섭은 망설임 없이 야구배트를 휘둘렀다. 알루미늄 배트가 울리는 깡 소리는 감염자의 소리를 덮고 통로 사이로 울려퍼졌다.

 

“캬윽!”

 

인섭의 방망이질에 바닥에 엎어진 감염자의 머리는 함몰되어 있었다. 운동을 관장하는 부분이 파손된 것인지, 감염자는 바닥에 엎어져 버둥거렸다.

 

들어올렸던 팔이 넘어진 몸에 깔렸지만, 감염자는 몸을 움찔거리며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인섭은 방망이를 들어 엎어진 감염자를 내리 찍었다. 썩은 호박이 깨지는 소리가 나고는, 감염자의 몸 움직임이 멈추어 축 늘어졌다.

 

터진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바닥으로 서서히 퍼지고 있었다.

 

인섭은 등쪽으로 손을 뻗어 무언가를 잡으려 버둥거렸다.

 

이내 그가 가방을 메고 있지 않는 것을 깨닫고 얼굴을 찡그렸다.

 

“씨발…”

 

인섭은 혹시나 감염자의 피를 처리할 만한 거리가 없나 주변을 확인했다.

 

감염자가 쓰러진 바로 옆쪽, 탁 트인 공간에는 이불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인섭은 옆에 걸린 작은 이불을 끌어내려 감염자 위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