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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를 실은 들것은 현장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주차장 난간에 걸터앉은 인섭은 수건으로 얼굴과 팔에 묻어 있던 피와 살점 덩어리들을 닦아냈다.

 

그의 손이 또다시 떨려왔다. 그의 머리속에서는 배를 열고 손을 부들대며 안쪽을 가리키던 주현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고, 동공이 하얗게 변해버린 채로 자신들에게 다가오던 여성 감염자의 모습이 연이어 떠올랐다.

 

감염자는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고, 주희의 ‘언니 언니’ 하는 목소리까지 같이 귓속에서 울려댔다.

 

인섭은 눈을 질끈 감고는 손에 힘을 주어 주먹을 쥐었다.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굳어오는 심장과 명치를 풀어주려 했다.

 

그의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짝 고개를 들어보니, 상만이 수첩을 든 순경 앞에서 증언을 하고 있었다.

 

“핏자국 따라 가보이까, 쩌기 뒤에 직원 화장실쪽에서 시작된거 같거든예. 추정 첫 감염자 보믄 이 긴팔 입고 팔에 붕대를 감아 놔쓰요. 아마 신원 조회 해보면 이 주변에서 숨어 살던 사람입니다. 신발도 안신고 있었고… 아마 어디 뭐 하수구 이런데서 물리가꼬 이 도망 왔다가 그 사단 난기 아닌가 싶슴다.”

 

펜을 정신없이 움직이던 순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을 맞잡은 상만은 한숨을 쉬고는 인섭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착잡한 표정으로 인섭을 보았다.

 

“니를 와 여기서…”

 

상만은 산탄총을 짊어지고 인섭에게 걸어오며 말했다.

 

눈에 쌍꺼풀이 진 인섭은 힘겹게 손을 들어 상만과 손을 마주잡았다.

 

“괘안나.”

 

“네. 다친데는… 없습니다.”

 

인섭은 팔에 묶어뒀던 잡지를 풀어헤쳤다. 피에 절어 묵직해진 잡지들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손을 풀던 인섭은 점점 저릿한 느낌이 전해져오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다시 볼라모 한달… 한 두어달은 걸릴줄 알았는데…”

 

상만은 인섭에게 물병을 하나 건네주었다. 인섭은 병 뚜껑을 따자마자 물 한병을 모조리 입속으로 털어넣었다.

 

수채구멍으로 물이 빨려들어가듯, 인섭은 생수 한 통을 남김없이 비우고는 숨을 헉헉 뱉어냈다.

 

“체한다, 임마…”

 

상만은 빈 병을 받아들고는 구겨 어깨너머로 던져버렸다. 그의 옆으로 영진이 조심스레 걸어왔다.

 

“선배님…”

 

“둘중에 누구 말하는기고.”

 

상만은 투덜거리며 이야기 했다. 영진은 고개를 푹 숙이고 숨을 고르고 있는 인섭을 손끝으로 살짝 가리켰다.

 

한번 들어봤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든 인섭은, 깔끔한 제복과 보호장구를 입은 영진을 보고 손을 내밀었다.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얼굴을 찡그리고 있던 그였지만, 작게나마 웃음이라도 보여주었다.

 

“적응 잘 하고 있어요?”

 

“아… 네…”

 

영진은 옆에서 얼굴을 굳히고 있는 상만을 힐끔 바라봤다.

 

“새로 배속된 팀 선배님이… 잘해주… 셔서…”

 

그는 말끝을 얼버무렸다. 무엇인가 숨기는게 있는 것처럼, 영진의 말끝은 뿜어낸 담배연기처럼 서서히 흩어지고 있었다.

 

영진의 등을 살짝 친 상만은 영진에게 눈치를 슬쩍 주었다.

 

“니 죽지말라꼬 하는기구만… 불평을 하고 그라네…”

 

“그래도 너무 빡세게 하셔서…”

 

영진은 손가락으로 인중을 슥 밀어 닦았다. 그는 이내 라이트를 들고 인섭의 몸 여기저기를 살폈다.

 

“혹시 물리신 곳이라든가… 그런건 없는거죠?”

 

영진은 인섭의 왼쪽 팔을 살짝 들고는 옆구리와 겨드랑이를 확인하며 말했다. 인섭은 그의 손을 팍 뿌리쳤다.

 

“없어요. 걱정마요.”

 

“아… 음…”

 

머뭇거리며 라이트를 껐다 켜던 영진은 라이트를 완전히 끄고는 허리쪽 벨트에 다시 집어넣었다.

 

“걱정 마라. 임마 이래도 지 물릴 짓은 안한다.”

 

상만은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물며 말했다. 인섭은 말없이 상만에게 손을 살짝 내밀었다.

 

“뭐. 와.”

 

“한대 달라구요.”

 

“니 담배 안피웠다 아이가.”

 

인섭은 한숨을 살짝 내쉬고는 손을 흔들었다.

 

“그냥 한대 주세요.”

 

멈칫거리며 인섭을 살짝 확인한 상만은 씁쓸한 표정으로 담배 한개비를 인섭의 입에 물려주었다. 끝에 담뱃불을 붙여준 그는 걱정스러운 듯 인섭을 위 아래로 훑어봤다.

 

“얌마, 윤인섭!”

 

담배를 한모금 빨아당기고 내뱉으려는 찰나, 마트 입구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인섭에게 달려들었고, 인섭은 손에 끼고 있던 담배를 힘없이 놓쳐버렸다. 희미하게나마 불이 붙어있던 담배는, 바닥으로 툭 떨어지고는 불빛을 잃었다.

 

“너… 씨발… 너…”

 

한숨을 푹 쉰 남성은 다시 인섭을 밀어내고는 인섭의 몸 상태를 살폈다.

 

“황계장님…”

 

“왜… 왜 또 이런데서 만나냐 왜…”

 

황 계장은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져나올 것 같은 얼굴로 인섭의 앞에 우두커니 섰다. 그의 얼굴은 시시각각으로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렇게 개고생하고도 왜… 왜 여기에 또왔어 임마 왜…”

 

인섭은 울먹이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는 시선을 피했다. 그조차도 마음속에 맺혔던 울분이 터져 나올것만 같았다.

 

“그러게요. 그냥… 그냥…”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고개를 치켜 든 인섭은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들만 멀뚱멀뚱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또다시 성진시에 먹구름이 몰려 오고 있었다.

 

“그냥…”

 

그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흘러내렸다.

 

“남들처럼 아무 불안감 없이 살고 싶었는데…”

 

인섭은 흐르는 눈물을 감춰보려 눈을 꾹 감았다. 눈가에 맺혀 고여있던 눈물 방울은, 한줄기 길을 따라 흘러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숨을 고른 인섭은 다시 고개를 내리고는 황 계장의 얼굴을 바라봤다.

 

황 계장의 눈에 드리웠던 다크서클은 더욱 넓이가 넓어진 듯 했다. 수염조차 제대로 깎지 못해 거뭇거뭇해진 수염은 황 계장의 닷새를 보여주고 있었다.

 

인섭은 한숨을 푹 쉬었다.

 

“황 계장님…”

 

“너… 너 임마…”

 

황 계장은 아무 말도 이어가지 못했다. 입을 꾹 닫고 가슴팍만 손바닥으로 툭툭 건드리던 그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인섭은 살짝 고개를 들었다. 현장에서 앰뷸런스 한대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인섭의 머리속에 주희가 스쳐 지나갔다.

 

“혹시 그 여자애는 어떻게 됐습니까? 주희… 말입니다.”

 

상만은 인섭의 말을 듣고는 떠나가는 앰뷸런스를 쳐다봤다.

 

“저 가네. 일단 크게 다친데는 없다 하드라. 니가 제때 가가꼬 잘 구출 했나보든데.”

 

“그러면… 그…”

 

인섭은 머뭇거리고 있었다. 상만의 눈치를 보는 인섭을 느낀 영진은 ‘아’ 소리를 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그… 음…”

 

그는 머뭇거리다 목을 살짝 가다듬었다.

 

“이미… 늦었죠…”

 

영진의 한마디를 들은 인섭의 심장이 철렁 내려 앉았다. 피를 철철 흘리고 있던 주현의 모습이 또다시 인섭의 머리속에 떠올랐다. 모든 배경이 붉은색으로 덮혀 있었다.

 

넘실거리는 피의 파도 한 가운데 서있는 인섭의 눈 앞, 주현은 손으로 목을 가린 채 숨을 컥컥 내뱉고 있었다.

 

고개를 흔들어 떠오르는 장면들을 흩어버린 인섭은 주먹을 꽉 쥐었다.

 

“상해도 심했고… 경동맥까지 뜯겨… 있더라구요… 그래서… 음…”

 

영진은 조심스레 이야기를 이어갔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며 굳어가는 인섭의 표정을 보던 그는, 허탈한 웃음이 인섭의 얼굴에 떠오를 때 말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하.”

 

인섭은 짧은 웃음 소리를 냈다. 황 계장은 심장을 찌르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고 인섭을 바라봤다. 인섭의 눈은 텅 비어 있었다.

 

“결국은 또 못구한거네요.”

 

비릿한 웃음을 지은 인섭은 허탈한 듯 웃음을 내뱉었다.

 

“인섭아…”

 

“사직서 내면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인섭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주변에서 분주히 움직이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