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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은 불을 뿜고 있었다. 총구 끝의 화염은 어두웠던 지하 통로를 밝게 비췄다.

 

번개가 친 듯, 초록색 비상등 불이 은은하게 흘러나오던 고요한 통로에 붉은색 섬광이 터져왔다.

 

“탄창!”

 

상만이 산탄총을 위로 들고는 뒤쪽으로 빠져나갔다. 그의 뒤를 지키고 있던 인섭이 다시 산탄총을 들고 방패 위에 얹었다.

 

총구가 가리키고 있는 곳에는 수많은 감염자들이 떼지어 걸어나오고 있었다.

 

바닥에 쓰러진 서너구의 시체를 밟고 넘어온 또다른 감염자들은 손을 들고 대응팀을 향해 걸어왔다.

 

인섭은 펌프를 앞으로 밀었다. 약실에 산탄 한발이 들어갔고, 그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폭죽음과 함께 뿜어져 나온 작은 구슬들은 감염자의 어깨 한움큼을 날려버렸다.

 

저지력에 몸이 밀린 감염자는 뒤에서 밀고나오는 자신의 동료에 떠밀려 다시 손을 들고 대응팀을 향해 걸어왔다.

 

“야, 씨발 방패! 제대로 공구라고 씨끼야!”

 

방패를 교체한 기동대 분대장은 자신의 옆 부사수 머리를 후려쳤다.

 

오들오들 떨고 있던 그는 눈을 꾹 감고는 방패를 부여잡았다.

 

그의 방패 위는 이미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고, 중간중간 투명한 필름이 보일 때마다 감염자의 썩은 초록색 살이 덕지덕지 붙어왔다.

 

“부치라!”

 

분대장은 부사수의 어깨를 한번 짚어주고는 힘껏 방패를 밀어 쳤다.

 

어중간하게 기대어 있던 감염자가 크게 뒤로 밀려나갔다.

 

인섭과 진철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감염자가 살짝 밀려나 화각이 나오자마자 방아쇠를 당겼고, 가장 앞에 있던 감염자 둘의 머리가 사라졌다.

 

“와씨, 뭔 좃맨한 방에 저래 많이 쳐 쑤시박아가꼬…”

 

분대장은 얼굴을 찡그리고는 방패를 바닥에 쳐박았다. 무릎으로 살짝 꿇어 앉은 그는 방패 손잡이를 잡고 그대로 몸을 기대어 버텼다.

 

“내 이 씨… 계급… 씨바…”

 

그는 어금니를 악물고 방패를 막아섰다.

 

산탄총이 뿜어내는 총알들은 감염자들과 통로의 벽을 찢어댔다.

 

콘크리트 파편은 감염자들의 살로 날아가 박혔고, 진득한 검은 피를 바닥에 흘리고 있었다.

 

“열다섯이라고 했죠?”

 

인섭이 문득 생각나 앞쪽 소대장에게 물었다.

 

“예! 방금 추산이라고 안캣습니까?”

 

“반 왔네요, 반. 자 조금만 더 힘 냅시다!”

 

인섭은 마지막 펌핑을 하고는 총을 위로 치켜들었다.

 

“재장전!”

 

그는 뒤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지만, 옆이 무언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뒤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진철은 여전히 총을 갈겨대고 있었다.

 

손에 서너발을 더 쥐고 있던 진철은 총에 탄환을 계속 밀어넣었다.

 

“야! 박진철!”

 

진철은 인섭의 말을 못들은 것처럼 펌프를 당기고 있었다.

 

“야! 빠지라고!”

 

그의 눈은 살아나있었다. 진철은 다가오는 감염자들에게 눈을 떼지 않고 머리만을 노리고 있었다.

 

퉁퉁대는 산탄총의 소리에 소름이 끼친 기동대 분대장은 살짝 그를 올려다봤다.

 

인섭은 총알을 장전하려는 손을 쳐내고는 진철의 멱살을 잡아 끌었다.

 

“놔!”

 

진철은 질질 끌려가면서 인섭의 손을 퍽퍽 쳐댔다. 두 사람의 빈틈을 다른 대응팀이 재빨리 채우고, 또다시 통로에서 산탄총 소리가 들려왔다.

 

인섭은 진철을 벽으로 퍽 소리를 내며 밀어붙였다. 벽에 부딪힌 진철은 끓어오르는 눈으로 인섭을 쏘아봤다.

 

“놓으라고.”

 

“정신차려, 미친 새끼야.”

 

인섭은 진철의 뺨을 한대 후려갈겼다. 짝 소리와 함께 진철의 턱이 돌아갔다.

 

“너 씨발 그러다가 손 미끌리거나 총알 떨어지면 우리 다 뒤진다고. 정신차려!”

 

인섭은 멱살을 잡아쥐고는 목소리를 높혔다.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이 진철의 귓속으로 들어가자, 진철의 눈은 다시 흐리멍텅해졌다. 촛점이 풀어진 그는 옆에서 나는 총성에 고개를 돌렸다.

 

진철은 멍하니 입술을 떨고 있었다.

 

“너 왜그러냐고 새끼야! 정신차려! 나 죽기 싫으니까!”

 

인섭은 멱살을 놓고는 산탄총을 다시 장전하기 시작했다. 진철은 멍하니 인섭과 팀원들을 번갈아 쳐다봤다.

 

이내 진철은 떨리는 손으로 총알을 탄창속으로 밀어넣었다. 한두알이 자꾸 바닥으로 흘러내렸고, 진철은 무릎을 꿇어 떨어진 총알들을 집어올리는걸 반복했다.

 

“우리 차례 곧 다시 오겠다.”

 

인섭은 안전장치를 풀고는 펌프를 잡아당겼다.

 

“거의 다 잡혔다! 이제 한 넷 남았다!”

 

앞쪽에 있던 팀원이 소리쳤다.

 

“재장전!”

 

그가 뒤로 빠지자, 다시 인섭과 진철이 방패에 붙어 섰다. 신체 부위 여기저기가 없어진 감염자들은 끈임없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진철아, 우리 꼭 살아가자… 제발. 정신잡고!”

 

인섭은 방아쇠를 당겼다. 자신의 앞에 있던 감염자의 목 윗부분이 통채로 날라갔다.

 

진철은 힘이 풀린 손으로 방아쇠를 잡았다. 그의 총끝은 팔자로 흔들리고 있었다.

 

펑. 진철의 총에서 탄이 발사됐다. 그의 맞은편에 있던 감염자의 명치가 통채로 날아갔다.

 

진철은 당황한 눈빛으로 다시 펌프를 당겨 장전했다. 총을 겨누고 한쪽 눈을 감았지만, 그의 눈은 흐릿했다. 그의 손가락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방아쇠가 끼릭 소리와 함께 총으로 밀려 들어가고, 또다시 진철의 총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어깨가 통으로 날라간 감염자는 팔을 잃은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진철은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인섭은 헉헉소리가 들리는 옆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진철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야, 박진철! 정신 차리고! 조금만. 진짜 조금만!”

 

인섭은 방아쇠를 당겼다. 그의 앞에 있던 감염자가 뒤로 튕겨 날라갔다. 깔끔하게 없어진 감염자의 머리는 증발한 듯 했고, 바닥에서 몸을 움찔대던 감염자는 이내 축 늘어졌다.

 

“둘 남았잖아! 조금만!”

 

인섭은 진철이 조준하고 있던 곳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걸어오던 감염자가 벽에 몸을 쳐박고는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는 몸을 움찔거리며 목의 구멍에서 피를 꿀럭거리며 뿜어내고 있었다.

 

진철과 인섭의 총구 끝이 같은 감염자를 향했다. 남은 한손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난 감염자는 진철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다가왔다.

 

인섭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진철의 총구가 점점 아래로 내려가는게 보였다.

 

“당겨!”

 

인섭과 진철은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배에 커다란 구멍과 함께 감염자의 머리가 날아갔다. 감염자의 몸은 칼에 잘린 덩어리처럼 우수수 무너져내렸다.

 

모두의 총구는 벌겋게 달아 올라 있었고,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숨을 몰아쉬며 앞쪽을 주시하던 대응팀은 주변을 확인했다.

 

바닥으로 피의 웅덩이가 점점 그들을 향해 다가왔고, 꿈틀거리는 감염자는 보이지 않았다.

 

인섭은 산탄총에 안전장치를 걸었다.

 

“상황 종료.”

 

그는 산탄총을 위로 들고는 어깨의 무전을 잡았다.

 

“대응팀. 대응팀입니다. 응답바랍니다.”

 

– 어떻게 됐어?

 

황 계장이 무전이 오자마자 답신을 보냈다. 인섭은 옆쪽에 널부러진 감염자 시신들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선 걸어나온 감염자들은 깔끔하게 처리 했습니다.”

 

– 부상자는?

 

“없습니다.”

 

– 아효… 다행이구만 진짜… 지하실 수색은?

 

인섭은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팀원들이 엄지손가락을 들어줬다.

 

“지금부터 돌입하겠습니다.”

 

– 다 조심해라.

 

무전이 끊기고, 대응팀들은 기동대를 지나 감염자 시체로 다가갔다.

 

머리가 깔끔하게 날아간 시체들이 에법 됐고, 좁은 통로에서 도탄된 탄자에 맞은 시체들은 몸 여기저기에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었다.

 

”깔끔하네.”

 

대응팀원인 민성이 가장 마지막에 쓰러진 감염자를 발로 슬쩍 차며 말했다. 빈틈이 없었다. 실수 없이 정리한 열 다섯 감염자는 바닥의 피 웅덩이에서 구르고 있었다.

 

인섭이 기계실로 향하는 문 옆에 대형을 맞추어 섰다. 맞은편에는 상만이 서서는 인섭과 신호를 주고 받았다.

 

1팀과 상만의 팀은 당장이라도 기계실 안쪽으로 돌입할 준비를 했다. 인섭이 고개를 끄덕이고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