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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섭은 계단을 올라가며 무전기를 잡았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 4층으로 올라와. 4층 6호실이다.

 

“네, 알겠습니다.”

 

무전을 내려놓은 인섭은 조용히 진철의 뒤를 따랐다.

 

진철은 방아쇠에 검지를 걸었다 뺐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의 숨소리는 뒤에서 따라오던 인섭에게도 들렸다.

 

“야, 박진철… 진짜 괜찮냐?”

 

“어… 어?”

 

진철이 갑작스레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의 동공은 불안정하게 떨리고 있었다.

 

“괜찮냐고…”

 

인섭은 그의 옆으로 천천히 올라갔다. 혹시나 있을 총기 사고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진철의 총을 살짝 손가락으로 밀어 옆으로 총구를 치웠다.

 

진철은 인섭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맑은 두 눈동자를 보고있던 진철의 입가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야… 너…”

 

인섭이 걱정스러운 듯 진철의 어깨를 잡았지만, 진철은 어깨에 올린 손을 쳐내렸다.

 

“그냥. 그냥… 빨리 끝내자…”

 

인섭은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처럼 눈을 붉히고 있는 진철의 모습을 보고는 시선을 거뒀다.

 

“그래… 빨리 시마이 짓자… 빨리…”

 

인섭은 그를 앞질러서는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4층 복도에서는 윤창과 인호가 담배를 피고 있었다. 인섭과 진철이 계단으로 올라오는걸 본 두 사람은 손을 들어줬다.

 

“올라왔네.”

 

인섭은 윤창의 인사에 의아한 모습으로 두 사람을 쳐다봤다. 인호가 자잘한 기침을 하면서도 담배를 물고 있었다.

 

“너 담배피는건 본적 없는데?”

 

인섭은 인호의 손가락에 끼여있는 담배를 보곤 말했다. 인호는 담뱃재를 복도 바깥으로 털었다.

 

“끊었죠.”

 

“근데 지금은 왜펴.”

 

인호는 씁쓸한 표정으로 담배를 물었다.

 

“거지같아서요.”

 

“거지같다니?”

 

인섭의 물음에 윤창은 빌라 안쪽을 가리켰다.

 

안에는 주민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기서 하는 이야기 듣다보면 거지같아서 안필수가 없어… 빨리 들어가봐.”

 

윤창은 머리가 아픈 지,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이야기 했다.

 

“다 지금 안에 있는거에요?”

 

“황 계장님도, 고 과장님도 다 있지.”

 

인섭은 진철의 어깨를 두드렸다.

 

“내 금방 들어갔다 올테니까… 넌 밖에서 한대 피고 있는게 낫지 않겠냐.”

 

진철은 눈을 꿈벅대고만 있었다. 윤창은 진철의 어깨를 툭 치고, 담배를 건넸다. 진철은 조심스레 한개비를 꺼내서는 자신의 입에 물었다.

 

인섭은 진철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6호실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둘러 앉아 있는 사람들은 울상을 짓고 있었다. 원호로 앉아있는 사람들의 꼭지점쪽에는 황 계장과 고 과장이 앉아 있었고, 팀원들은 그 근처에 퍼져 앉아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끈임없이 풀어내고 있었고, 분노를 쏟아냈다. 절망이 섞인 그들의 말끝에는 통한이 묻어나왔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겁니까. 다 전부… 교도소 가는겁니까?”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는 남성이 울먹이며 이야기 했다.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참작 사유가 될수도 있고… 주민들 자체적으로 감염을 막으려고 시도를 했던 예가 될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건 너무 걱정을…”

 

“결국은 다 같은 사람 아니었습니까. 우린 살인자인거냐구요.”

 

황 계장이 그를 진정시키려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지만, 그의 눈에서는 이미 눈물이 터진 상황이었다.

 

“괜찮을겁니다… 우선 괜찮을거고, 인영씨… 그 지금 이쪽으로 긴급지원 할수는 있는거지?”

 

인영은 고 과장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사후관리 직원들이 와서 자세한 조사를 해야겠지만, 지금 여기서 본 것 만으로도 직권 발동이 가능한 수준이고… 그러면 긴급지원은 나올 수 있을겁니다.”

 

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선생님들께 많이 실례가 될까 해서… 여쭤보는게 쉽지는 않네요.”

 

황 계장은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울고있던 트레이닝복 남성은 고개를 들고 황 계장을 바라봤다.

 

“어떤걸… 말씀이십니까…?”

 

“그… 음…”

 

황 계장이 머뭇거리며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보고 있던 노파가 트레이닝복을 입은 청년을 쿡쿡 찔렀다.

 

“청년회장으로 들어갔었잖어, 니가. 뭘 그리 멀뚱멀뚱 있냐…”

 

“어르신…”

 

“말해야 하는건 말해야하는거야. 그래야… 그래야 사는거야… 듣고 말하고… 그게 미덕인거야 그게.”

 

노파의 말을 들은 청년은 숨을 고르고는 눈물을 닦았다.

 

“어떤게… 필요하십니까?”

 

“감염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황 계장의 한마디에 사람들은 서로의 눈치를 피하기 시작했다.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듯, 무언가를 숨기는 듯 황 계장의 눈을 피해 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서로의 얼굴도 보지 않고 있었다. 눈을 마주치는 순간 서로에게서 눈동자가 멀어졌으면 하여 눈을 두지 못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청년회장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머뭇머뭇 거리다 황 계장을 응시했다.

 

“뭐가 궁금하신데요…”

 

“처음 감염됐던 사람이 왜… 생긴겁니까.”

 

“아…”

 

청년 회장은 망설이고 있었다. 자신의 옆에 앉아있던 남성의 손을 살짝 잡고는 한숨을 푹 쉰 그는 고개를 저었다.

 

“운이 안좋았다고 했습니다.”

 

“운이요?”

 

“네. 그… 지금 다들 먹을게 없거든요…”

 

황 계장과 고 과장은 자신들이 무언가를 잘못 들은 듯 멍해졌다.

 

“먹을게 없다뇨?” 고 과장이 조심스레 물었다.

 

청년회장은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봤다. 모두들 하나같이 남은 힘이 없는 듯 흐리멍텅해 보였다.

 

뺨이 해골처럼 들어간 사람도 한둘 섞여 있었고, 배를 부여잡고 있는 사람까지 인파 사이에 들어가 있었다.

 

“지원이 안들어온지…. 조금 됐습니다. 어쩔수 없이 저기 산쪽에 창고가 하나 있거든요. 거기다가 모아두고 한게 있어서 그걸 가지고 올라다가… 물렸다고 했습니다.”

 

“지원이 안들어와요?”

 

“네… 수급품도… 급여도… 전부요…”

 

옆에 앉아있던 인영은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담당 공무원이 안찾아왔나요?”

 

“안찾아왔어요… 원래는 사나흘에 한번은 찾아왔었는데… 그게 점점 길어졌어요.”

 

황 계장과 인섭은 한숨을 푹 쉬었다. 훌쩍이는 사람이 인파속에서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 못찾아온지 어느정도 된거죠?”

 

“오늘로 딱… 이주쨉니다.”

 

청년회장이 멍하니 바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내쉴 한숨조차 없는지 숨을 멈춘듯 바닥만 보고 있었다.

 

“허…”

 

고 과장이 질문을 던지고는 혀를 차기만 했다. 사람들이 침울하고 힘이 없는게 이해 됐다.

 

“그 처음 감염되신 분부터 점점 퍼져나간거죠?”

 

“그렇다고 보셔야죠… 처음에는 성필이 아저씨… 그 다음은 아주머니… 아주머니 간호하다가 옆집에 있던 영숙 아줌마… 점점 늘어갔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고물 찾으러 나갔던 아저씨들도 감염됐었구요.”

 

“그랬군요…”

 

황 계장이 앉은 자세를 고쳐서는 다리를 살짝 주물렀다. 답답한 마음이 다리까지 갔는지, 다리가 저릿저릿거렸다.

 

성아는 목을 가다듬고는 살짝 인파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러면 감염 되셨을때… 어떻게 하셨었나요…?”

 

그녀를 보고, 그녀의 맞은편에 있던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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