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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충한 하늘에서는 비가 한 두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무언가가 쏟아질 것 같았다.

 

인영과 진철은 창문 너머로 하늘을 바라봤다. 창문에 빗방울들이 하나 둘씩 묻어 떨어지고 있었다.

 

좁은 골목들을 타고 들어간 곳, 그곳에는 사람들의 아우성이 들렸다.

 

창문은 굳게 닫힌 채였고, 쇠창살을 달아둔 곳도 군데군데 보였다.

 

조수석에서 주소를 살피던 윤창은, 한 골목 앞을 지나갈때 인섭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인섭은 그의 신호에 맞춰 차를 천천히 세웠다. 봉고의 오른쪽으로 긴 오르막이 펼쳐져 있었다.

 

사람 두명이 간신히 지나갈만한 좁은 골목 양 옆으로 집들로 들어가는 입구가 빼곡히 들어차 답답한 느낌을 주었다.

 

조사반의 인원들은 차에서 내려, 윤창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주소를 대조하며 벽을 짚어 나가던 윤창은, 짙은 갈색의 철문 앞에 섰다. 철문 여기저기에는 녹이 슬어 있었다.

 

뒤쪽에 서있던 사람들을 둘러본 윤창은 천천히 문을 두드렸다.

 

속이 빈 철문에서 울리는 텅텅 소리가 고요한 골목길을 울려댔다.

 

“계십니까?”

 

안에서 아무런 응답도 들리지 않았다.

 

윤창은 한번더 문을 두드렸다. 살짝 두드렸는데도, 쇠가 울리는 소리는 골목의 모두를 깨울 기세로 퍼져나갔다.

 

“반형식 선생님 댁 맞습니까?”

 

집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윤창은 주먹을 쥔 채로 문을 한번 더 두드리려 했지만, 소득이 없을 것 같았다.

 

어쩔수 없다는 듯 쩝 소리를 내고 돌아서려던 찰나, 문에서 잠금을 푸는 소리가 들렸다.

 

굳게 닫혀있던 문이 천천히 열리고, 작게 열린 틈 안에서 사람 머리가 쑥 빠져나왔다.

 

수염마저도 군데군데 하얗게 새어버린 남성이 고개를 내밀었다.

 

“누구요…? 나가 반형식인데…”

 

“아, 선생님… 음… 저희 시청에서 나왔습니다.”

 

고개를 조금 더 빼 집앞에 있던 사람들을 슥 둘러본 형식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고개만 절레절레 젓고는 시선을 거뒀다.

 

“거 너무 늦었소. 가시요.”

 

그는 다시 문을 닫으려 머리를 쏙 집어넣고는 철문을 잡았다.

 

“자… 잠시만요 선생님!”

 

윤창이 손을 불쑥 넣어 문을 잡았다. 형식은 당황한 듯, 윤창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이런… 문디 싸가지 없는… 이 뭐요 이거!”

 

“잠깐만… 잠깐만 대화 나누면 안되겠습니까 선생님?”

 

형식은 윤창의 말에 이를 뿌득 갈았다.

 

“그렇게 도와달라고 헐때는 눈하나 까딱 안허고 있다가 이제 와서 뭔 대화. 꺼져부러. 너무 늦었응께.”

 

“선생님, 저희가요… 저희가 선생님 이야기가 꼭 듣고싶어서…”

 

“그러면 진즉에 왔었어야제. 아덜 뒤져불고 뭐하러 왔당가? 느덜이 약만 빨리 줬어도 이런일은 안생겼을건디. 이제와서. 이제와서 이야기를 듣것다고?”

 

그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서슬퍼런 날이 선 그의 말은 낮게 깔려있었다. 속에서 터져나오는 울분을 간신히 눌러 담고 있는지, 형식의 말은 느리고 조곤조곤 했지만 짐승이 으르렁거리듯 낮게 깔려 있었다.

 

“소금 뿌리기 전에 가씨요. 할말 없으니께.”

 

“선생님!”

 

쾅. 굳게 닫힌 문은 다시 열리지 않을 것 같았다. 문 너머로 희미하게 저벅거리는 소리가 전해졌다.

 

“하이씨… 미치겠네…”

 

윤창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쪼그려 앉았다.

 

“하고 많은데 중에 여기를 왜 찾아 오셨어요?”

 

인섭은 문에 눈길을 한번 주며 물었다. 윤창은 그의 말에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제일 최근에 신청했던 집이에요. 자활급여 받던 아들이 감염되서… 긴급 지원 두번이나 받고 병원 연계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게 한달 반 전이었어요. 그래서 혹시나 해서… 왔는데…”

 

“아니 거기에 아들 죽었다고는 안써있었어요?”

 

진철이 어이가 없다는듯 물었다. 윤창은 살짝 고개를 들었다.

 

“신청서만 모여 있으니까 그런 정보가 하나도 없죠… 하…”

 

“반씨 아저씨 보러 온깁니까?”

 

골목 안쪽에서 사람 한명이 슬그머니 걸어나왔다. 남성은 검정색 츄리닝에 삼선 슬리퍼를 신고 있었고,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했다.

 

“머… 시청에서 나온거 맞지요?”

 

인영은 그를 보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네. 감염대응국에서 나왔어요.”

 

그녀의 말을 들은 남성은 피식 콧방귀를 꼈다.

 

“하이고… 빨리도 나온다… 참…”

 

침을 카악 하며 모은 그는 바닥에 큰 가래 덩어리를 뱉었다.

 

“고마 됐습니다. 인제 와가꼬 뭘 우짜겠다는긴데.”

 

그는 손가락으로 형식이 사라진 문을 가리켰다.

 

“감염 대응국이라 캐놓고 대응도 제대로 안해가 사람이 저래 죽어삣는데. 무슨 대응을 한단 말입니까? 돌아가이소.”

 

그의 말에 인섭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반박했다.

 

“선생님, 저희 시청에서 나왔습니다. 지금 막 여기 도착했는데 가라뇨?”

 

“아니 지원을 해줄끄면 지원만 해주믄 되는기지 뭘 이리 와가 또 뭐, 뭘 할라고예? 머. 어? 머. 조리돌림 하러 온깁니까?”

 

“조리돌림이라뇨, 그게 무슨말씀입니까?”

 

인섭의 질문에 남성은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넣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이라는게 조리돌림이 아니면 뭔데예?”

 

그의 말에 진철이 천천히 주먹을 말아쥐기 시작했다.

 

손이 천천히 말리는 걸 본 윤창은, 진철을 살짝 뒤로 밀고는 자신이 앞쪽에 섰다.

 

“선생님, 저희는 선생님들 상황을 모릅니다. 지금 감염 관련된 조사를 하는 중에 저희는 여길 온거구요.”

 

“아, 모른다꼬요?”

 

“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야기를 듣고 싶구요.”

 

“허… 참…”

 

남성은 바닥에 침을 퉤 뱉었다. 그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미간은 잔뜩 찌푸리고 있었고, 곁눈질로 네 사람을 흘겨보기만 했다.

 

“아니, 시청에서 왔음서 그걸 모르면 됩니까? 다 같은 공무원 아입니까?”

 

“선생님, 시청에 얼마나 과가 많은데요… 각자 하는 일이 다 다르다보니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합니다.”

 

윤창이 항변하듯 앞에 나서서 이야기 했다.

 

“아니, 감염 뭐시기라믄서요. 같은 지붕 밑에 있는거 아입니까? 그러면 우예 됐는지 알아야지…”

 

가슴에 비수가 박혀드는 느낌이 들었다. 윤창은 어금니를 악물고는 살짝 목례를 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잘못이 뭔지 알고 싶습니다. “

 

“허…”

 

남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는 팔짱을 꼈다. 몸을 살짝 뒤로 뺀 그는 고래를 절레절레 저었다.

 

“잘못… 머, 잘못 했지… 그리 무슨 개새끼마냥 여 가따가 저 가따가 뺑뺑이 굴리드만 결국은 안된다고 카고. 그라다가 디진거 아입니까.”

 

“반 선생님 자녀분 말씀이십니까?”

 

“누굴 이야기 하는거 같은데요 그럼?”

 

윤창은 한숨을 쉬었다. 벽을 두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