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 본 작품은 무료이지만, 로그인해야 읽을 수 있습니다. —
미리보기

보건소의 앞에 쳐진 바리케이트는 여전히 보건소를 지키고 있었다.

 

순경 두명이서 입구를 지키고, 주변에는 작은 천막이 하나 보였다.

 

인섭은 천천히 차를 몰아 순경들에게 다가갔다.

 

“잠깐 정차해주십쇼!”

 

경광봉을 흔든 순경은 운전석쪽으로 조심스레 걸어갔다.

 

인섭은 목 안쪽에 넣어뒀던 공무원증을 살짝 꺼내 잡고있었다.

 

창문을 두드린 순경은 창문을 내리라는 손짓을 해댔다. 창문이 아래쪽으로 열리고, 순경은 경례를 건넸다.

 

“용무 있으십니까?”

 

인섭은 그의 말을 듣고는 공무원증을 내밀었다.

 

“특조반에서 왔습니다.”

 

“아, 네. 연락 받았습니다.”

 

차 옆에 붙어있던 순경은 경광봉을 살짝 흔들었다. 그의 신호를 받은 다른 순경은 바리케이트를 살짝 밀어 길을 열어주었다.

 

인섭은 길이 열린것을 보고, 두 경관의 경례를 받으며 주차장쪽으로 들어갔다.

 

차를 몰아 천막 근처에 차를 세운 두 사람은, 화이트보드에 종이를 잔뜩 붙여놓고 서류들을 확인중인 남성과 여성을 발견했다.

 

그들은 분주하게 서류를 분류하고 있었고, 종이마다 무언가를 표시하고 있었다.

 

시동이 꺼지는 소리를 들은 그들은 고개를 들어 인섭과 진철을 바라봤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들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시청 특조반 맞죠?”

 

남성이 먼저 말을 건넸다.

 

“네. 대응팀 윤인섭입니다.”

 

인섭은 그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손을 맞잡은 남성은 악수를 하며 슬쩍 웃음을 지었다.

 

“성진지검 박용익입니다.”

 

“박진철입니다.”

 

진철이 내민 손을 맞잡은 용익은, 뒤쪽에 서있던 여성을 살짝 불렀다.

 

“지혜씨, 거 너무 일에 매몰되있는거 안좋아요. 이리 와요.”

 

지혜는 용익의 말을 듣고는 살짝 인사를 건넸다.

 

“우리 수사관님이 너무 좀 열성이라서 그런가 인간미가 없네. 응? 여기 시청에서 나오셨다고 하니까, 좀 챙겨드려요.”

 

그녀를 인섭과 진철에게 떠민 용익은 뒤쪽으로 빠져 다시 서류를 확인했다.

 

지혜는 다시 인사를 건넸다.

 

“공지혜입니다.”

 

“아… 네.”

 

인섭과 진철은 어색한듯 고개를 슬쩍 숙이고는 뒤쪽의 서류들을 바라봤다.

 

손가락으로 서류철을 가리킨 인섭을 본 지혜는 눈치를 보곤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번 보건소 관련 건입니다, 전부.”

 

“아니… 근데 보건소 격리실 터졌다고 검사가 나와요?”

 

인섭은 의아함에 물었다. 용익은 뒤에서 듣고있다 팔을 살짝 걷어붙이고는 그들에게 걸어왔다.

 

“아휴, 그냥 격리실이 터진거면 뭐. 그냥 시청이랑 보건소 선에서 징계 오지게 받고 끝내면 되는거죠. 근데 이번은 조금 상황이 다르잖아요.”

 

“상황이 다르다뇨?” 인섭은 다시 주변을 둘러봤다.

 

보건소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이곳저곳 그을린 흔적이 보였고, 보건소 2층 일부분은 새까맣게 타있었다.

 

용익은 탄쪽을 가리켰다.

 

“저쪽 보이시죠? 저기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었어요. 근데 공교롭게도!”

 

그는 종이를 하나 인섭과 진철에게 내밀었다. 건물의 설계도였다.

 

“저쪽이 하필이면 소장실쪽이에요. 거기서 냄새를 맡았죠. 아, 이거는 그냥 불이 아니라 뭔가를 저기서 좀 태운거구나.”

 

용익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서 내사 후에 나온거죠. 냄새가 나서요.”

 

“타는 냄새요?” 진철이 뒤를 돌아보곤 물었다.

 

용익은 씨익 웃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소장놈 마음이 타버리는 냄새지요.”

 

지혜는 손가락을 튕기는 용익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다시 테이블로 돌아가서는 증거들을 이리저리 분류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지혜의 모습을 보고는, 용익은 멋쩍은듯 머리를 긁적였다.

 

“뭐… 암튼… 일단 사람들이 많이 죽고 다친 사안이라 형사과에서도 그냥 두고 있을순 없고, 그리고 저런 냄새가 나는 건이 있는데 그냥 지나칠수는 없죠. 직무유기 때문에 사람이 죽었으면, 소장도 호되게 쳐맞는거거든요.”

 

“그래서 뭔가 찾으셨습니까?”

 

인섭이 조심스레 물었다. 용익은 그의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게 있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지금은 그냥 서류 쏟아지는데서 연결고리가 있나 없나만 찾아보고 있죠.”

 

“사건 터진지는 꽤 된거 아닌가요?”

 

“그렇죠. 근데 뭐… 지금까지 나오는게 없어가지고 일단은 현장 조사는 접어야하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흠…”

 

인섭은 뒤쪽 보건소를 다시 바라봤다. 감염이 터졌던 상황으로 다시 들어가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았다.

 

“안쪽으로 들어가서 확인해봐도 괜찮습니까?”

 

인섭의 말에 용익은 눈을 크게 뜨고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아니, 저 안을 굳이 들어가셔야합니까? 아직 감염자 흔적들이 남아있는 상태잖아요.”

 

“저희가 하는 일이 감염자 대응입니다. 행여나 무슨 일 있겠습니까.”

 

용익은 이해한다는 듯, 눈썹을 두어번 으쓱거렸다.

 

“그러면 뭐… 다녀 오십쇼. 저도 혹시 여기 증거들 중에서 감염자랑 직접 관련된게 있으면 따로 빼놓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잠시 후에 다시 오겠습니다.”

 

인섭과 진철은 입을 모아 말하고는, 자신들의 차로 걸어가 장비를 챙겨 입었다.

 

혹시 모를 불상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더욱 보호구를 강하게 조여입었다.

 

당장 목숨을 끊은 대응팀이 생긴게 몇시간 전이었다. 더군다나 창신동에서 손을 물려 실려갔던 대응팀 멤버도 머리속을 스쳤다.

 

진철은 인섭의 보호구를 한번 확인해주고는 산탄총을 집어들었다.

 

인섭은 진철의 어깨를 살짝 잡았다. 어깨에 드는 느낌에 진철은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야, 박진철.”

 

“왜.”

 

“너무 무리하진 마라.”

 

진철은 인섭의 말에 숨을 한번 고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용익과 지혜를 뒤로 하고 보건소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보건소 안의 불은 모두 꺼져있었다.

 

무슨 연유에서든, 전기 공급을 모두 차단한 상태였고, 보건소 안쪽은 칠흑같은 어둠이었다.

 

당연스레 켜져있어야 할 비상구 표지판까지 꺼진 보건소 안쪽은 당장이라도 감염자들이 기어나올 것만 같았다.

 

인섭은 입구에 서서 산탄총 부착 라이트를 켰다. 몇번 깜빡이던 라이트는 환하게 불을 비췄다.

 

바닥을 동그랗게 비추는 불빛이 인섭의 눈에 들어오자, 그는 숨을 헉하고 들이마셨다.

 

바닥에는 피가 가득했다. 썩어버린 검은 피와 붉은 피가 말라붙어 있었고, 두 혈흔은 섞여 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인섭은 옆쪽으로 라이트를 옮겼다. 긴급했던 현장을 대변하듯, 천장과 벽에는 흩뿌려진 혈흔들이 가득했다.

 

“와…”

 

진철은 주변을 둘러보고는 불쾌함에 얼굴을 찡그렸다.

 

“진짜 개판이었구나…”

 

신발이 쩌억 붙었다 떨어지는 느낌을 받은 진철은 나지막히 읊조렸다.

 

“그때 세팀정도 여기로 파견됐지 않았나?”

 

인섭은 바닥에 떨어진 탄피 하나를 주워들며 말했다. 회수를 하지 않은 산탄총 탄피들이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탄피는 피에 절었다가 말라 붙었는지, 평소에 주웠던 탄피들보다는 훨씬 묵직했다.

 

“야… 윤인섭…”

 

진철은 앞쪽으로 총을 비췄다. 벽 가득 총때문에 생긴 혈흔 자국들이 가득했다.

 

인섭은 얼굴을 찡그렸다. 패턴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벽 여기저기에 생겨있는 탄흔과 피의 흔적들은 검은색 수묵화를 남기고 있었다.

 

아랫등치에서 올라온 곰팡이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피의 줄기들은 그날의 참혹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운데에 구멍이 송송 뚫린 검은색 핏자국은 산탄총을 정면에서 맞은 감염자의 흔적이었다.

 

인섭과 진철은 조심스레 핏자국이 가득한 입구쪽 카운터로 걸어갔다.

 

카운터 안쪽으로 후레쉬를 비춘 인섭은 얼굴을 찡그렸다. 아래쪽은 또다른 피바다였다.

 

“이미 시체는 다 치워서 시체나 감염자 시신 확인할만한게 없네…”

 

인섭은 주변 바닥을 둘러봤다. 하얀색으로 페인트를 칠한 부분도 있었고, 피가 흐른 위로 사람이 엎어져 사람 형상으로 피가 말라붙은 곳도 있었다.

 

진철은 얼굴을 찡그리고는 카운터를 확인했다. 이미 모든 서류는 긁어간 상태였다.

 

“서류는 다 긁어갔네…”

 

진철은 아쉬운 마음에 카운터만 뒤적였다.

 

“밖에 있겠지. 그건 나중에 저 사람들한테 요청하면 되는거고…”

 

인섭은 계단쪽을 가리켰다.

 

“우리가 봐야할곳은 저쪽이잖아. 격리실쪽…”

 

진철은 인섭의 라이트 끝이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계단에는 발자국 모양의 핏자국들이 아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