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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은 바닥에 누운 채로 헐떡이고만 있었다.

 

그의 보호복 상의는 검은색 피로 젖어있었고, 목 언저리와 얼굴에도 피가 튀어 검은 색으로 변했다. 썩은 냄새가 천천히 풍겨오고 무너지는 피부는 바닥으로 곤죽처럼 퍼졌다.

 

꿈틀대던 감염자의 움직임은 이미 멈춰 있었고, 바닥으로 서서히 퍼져나가는 피는 검은색 웅덩이를 만들었다.

 

“진짜… 개같이… 진짜…”

 

인섭은 숨을 고르다가 털썩 주저앉았다. 그가 든 빠루 끝에 회백색 뇌 조각이 덕지덕지 말라붙어 있었다.

 

진철은 아무 말 없이 천장만을 바라봤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얼굴 앞을 가득 메운 감염자의 모습은 사라졌고 불꺼진 검은 어둠이 자신의 눈앞에 드러났다.

 

“하아… 하…”

 

진철은 막혔던 숨을 터트렸다. 그는 멍하니 위만 바라보다 옆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감염자의 입과 코에서는 검은색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텅빈 눈으로 진철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흠칫 놀라며 몸을 일으킨 진철은 자신의 몸에서 썩은 냄새가 풍겨오는게 느껴졌다.

 

그는 옷을 살짝 집어 들었다. 그의 보호복에서 스물스물 냄새가 올라오고 있었다.

 

“씨… 아오… 으…”

 

진철은 얼굴을 구겼다. 옷의 여기저기에서 풍겨오는 냄새가 진철의 코를 찔러왔다.

 

인섭은 감염자가 완전히 죽은 것을 확인하고는 진철에게 다가왔다.

 

“괜찮냐?”

 

“아이 씨… 진짜…”

 

무너져 내린 살점들을 털어낸 진철은 한숨을 푹 쉬었다.

 

“좆같은 일 진짜…”

 

그는 옆에 있던 감염자의 시체를 다시 돌아보고는 고개를 홱 돌렸다.

 

인섭은 그의 몸 여기저기를 확인했다. 다행이도 물린 자국은 없었다. 옷 위로 피가 가득 쏟아져 있었고, 피로 젖은 옷 여기저기에 감염자의 살점까지 보였다.

 

그는 진철에게 총을 내밀었다.

 

“나머지는 내가 조사할까…?”

 

진철은 인섭의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됐어… 괜찮으니까… 신경 꺼…”

 

그는 인섭이 건네준 총을 잡았다. 인섭은 진철을 일으켜주러 손을 내밀었지만, 진철은 인섭의 손을 툭 쳐냈다.

 

애써 인섭에게 눈길을 주지 않으려던 진철의 모습을 보고, 인섭은 눈썹을 한번 으쓱거렸다. 어렴풋이 스친 진철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 진철은 기계실의 문을 발로 후려쳤다.

 

쾅 소리와 함께 열린 기계실 안의 집기는 모두 무너져 있었다.

 

기계실 안쪽에는 캐비넷 두세개가 벽에 놓여있고, 보건소 전체 전기를 컨트롤 할 배전반과 화학물질 파이프가 지나가고 있었다.

 

인섭은 진철뒤로 조심스레 들어왔다. 기계실은 굉장히 협소했다. 두 사람이 들어가고 나니 방이 꽉 찬것 같았다. 몸을 돌리는데도 서로 걸리적 거릴 정도로 작은 기계실이었다.

 

인섭은 조심스레 화학물질 관리기 배전반을 열었다.

 

안쪽에 달린 와이어를 살펴본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전선들이 헐거워져 있거나, 녹이 슬어 접지가 제대로 안 된 전선이 반이었다.

 

“이러니까… 강제 소각이 안됐지…”

 

배전반 안쪽을 손가락으로 쓰윽 쓸어내린 인섭의 손가락에는 붉은색 얼룩이 묻어나왔다.

 

“녹도 가득 슬어있고… 하루이틀 쌓인게 아닌데 이건…”

 

진철은 그 뒤에서 캐비넷을 조심스레 열어봤다. 캐비넷 문 안쪽에는 손톱으로 마구 긁은 흔적이 나 있었다.

 

바닥으로 랜턴을 비추니, 바닥에는 갈색 약병들이 여럿 버려진 채로 굴러다녔다.

 

진철은 조심스레 병을 집어들었다. 병위 라벨에는 테트라마이옥신이라는 라벨이 붙어있었다.

 

기계실 문고리쪽으로 고개를 돌린 진철은, 문고리 가득 묻어있는 검은색 액체를 발견했다. 손가락으로 꾸욱 눌렀다가 떼니, 액체는 끈적끈적하게 손가락에 묻어 나왔다.

 

손가락을 뗄때, 쩌억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진철은 바깥으로 시선을 옮겼다. 바닥에는 감염자가 누워 있었다.

 

손톱을 확인한 진철은 고개를 저었다. 감염자의 손톱은 모두 빠져 있었다. 손바닥은 칼집이 난 듯 찢어져 있었고, 새끼손가락에는 손톱이 덜렁거리며 곧 빠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쟤도 여기 안에 숨어있었고…”

 

진철이 기계실 한쪽에 놓인 박스에 엉덩이를 걸터앉으며 말했다.

 

“하필 왜 여기지…”

 

그의 말에 인섭은 기계실 안쪽을 둘러봤다. 천장이 다른 방들보다 조금 높았고, 선반들이 벽을 따라 빼곡히 들어차있었다.

 

“숨기 편해서였을 수도 있겠지. 근데 왜 하필 여긴지도 모르겠고…”

 

인섭은 천장을 둘러보며 주변을 확인했다. 산탄총의 불빛을 비추며 위쪽을 훑자, 반짝하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확인해 보니, CCTV가 달려 있었다.

 

“저거 확인해봐야겠네.”

 

“뭘?”

 

“씨씨.”

 

인섭은 기계실 바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인섭이 발을 뗀 곳, 종이 몇장이 남아있는 것을 본 진철은 종이더미를 손에 쥐고 인섭의 뒤를 따랐다.

 

감염자 앞에 선 인섭은 허리에 손을 올리고 머리를 쓰윽 쓸어넘겼다.

 

“이거도 치워야하네…”

 

묵묵히 가방을 열어 시체 가방을 뺀 인섭은 감염자를 다리부터 천천히 넣기 시작했다.

 

감염자가 누군가 싶어 감염자의 바지 주머니를 확인해봤다. 주머니는 텅 비어 있었고, 입은 옷을 살펴봐도 신원을 특정할 만한 단서는 없었다.

 

하얀색 티셔츠는 감염자가 흘린 체액과 부패한 피부에서 나온 액체에 젖어 있었고, 청바지는 날카로운 배전반 모서리에 찍혔는지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다.

 

진철은 인섭의 뒤를 따라 나오다 바닥에 쓰러진 감염자를 수습하는 인섭의 모습에 머리가 아파졌다.

 

머뭇거리던 진철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는 인섭의 맞은편에서 감염자의 어깨쪽을 잡아들었다.

 

하지만 그의 손에 힘이 빠졌는지, 감염자의 몸이 스르륵 빠져나가 떨어지는 소리를 냈다.

 

철퍽 하는 소리에 놀란 인섭은 고개를 들어 진철을 확인했다. 진철의 눈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의 동공이 둘 곳을 모르는 채로 감염자의 여기저기를 보고 있었다. 감염자의 얼굴, 가슴팍, 목, 그리고 손을 번갈아서 보던 진철은 눈을 꽉 감고는 그대로 주저 앉았다.

 

그의 손은 마비가 온듯 덜덜 떨리고 있었다.

 

“아이… 씹…”

 

진철은 덜덜 떨리는 오른손을 마사지하듯 주물럭거렸다.

 

“야… 괜찮냐… 진짜…”

 

인섭은 걱정스러운 눈길로 조심스레 물어봤다. 진철은 정신없이 손을 쥐었다 펴다, 인섭의 눈치를 보곤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거야… 괜찮겠지…”

 

나지막히 읊조린 진철은 시체가방을 마저 닫았다. 보건소에 남아있던 마지막 생명의 움직임이 가방속에 파묻혔다.

 

인섭은 시체가방의 다리쪽을 집어들었다.

 

“일단 나가자. 나가야겠다.”

 

그는 진철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체가방의 다리쪽을 잡고 질질 끄며 계단을 내려갔다. 손이 다시 돌아가는 걸 확인한 진철은 인섭을 도와 시체 가방을 들었다. 바들거리는 오른손에 시체 가방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시체가방을 들고 나오는 인섭과 진철을 본 용익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한걸음에 달려 온 용익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

 

“이게… 뭡니까…?”

 

진철은 용익을 살짝 째려보고는 시체 가방을 드는것에 다시 집중했다. 바로 트렁크 안의 격리 상자 안에 시체를 실어야만 했다.

 

“감염자 하나가 남아있었습니다. 수색 끝냈던거 아니었습니까?”

 

인섭은 트렁크에 시체를 올려주고는 용익을 나무라듯 말을 뱉었다.

 

“감염자가 남아있었다뇨?”

 

“2층 기계실쪽에 감염자가 하나 숨어있었습니다.”

 

“아…”

 

용익은 당황해서는 지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혜는 두사람의 말을 듣고는 서류더미를 뒤지기 시작했다.

 

“혹시 누군지 확인 하셨습니까?”

 

용익은 시체 가방을 인섭 어깨 너머로 확인했다. 굳게 닫힌 검은 가방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특정 불가능했습니다. 지갑도 없고… 이름표가 있는거도 아니고…”

 

인섭은 곤란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트렁크에서 큰 소리가 나게 문을 닫은 진철은 주머니에서 종이를 빼내어 용익에게 건네줬다.

 

“이건 있던데요.”

 

용익은 얼굴을 찡그렸다. 진철이 건넨 종이는 검은색 물이 군데군데 묻어 있었다.

 

“감… 염 위험…”

 

“괜찮을겁니다. 이걸 뭐… 입으로 물고 빨고만 안하시면 됩니다. 직접 상처내고 문지르셔도 안되시구요.”

 

용익은 엄지와 검지로만 종이를 받아들었다. 최대한 깨끗해보이는 종이부분만 잡은 그는 자료들이 가득한 책상으로 걸어갔다.

 

지혜는 미리 자료를 조금 치우고 비닐을 깔아 놓은 상태였다.

 

“고마워, 공수사관.”

 

종이를 내려놓은 용익은 핀셋으로 종이를 이리저리 살폈다.

 

“음… 그냥 노트같은거네요.”

 

장갑을 낀 진철과 인섭은 종이를 뒤집었다.

 

“죽은 그 사람이 쓴거 같고… 음… 그렇네요.”

 

인섭은 종이에 적힌 내용들을 눈으로 읽어내려가면서 이야기 했다. 그는 피로 휘갈겨 쓴 내용들을 유심히 살폈다.

 

용익은 종이 하나를 집어들었다. 양쪽 페이지에는 펜으로 쓰여진 줄글들이 있었다.

 

“음… 이거 종이가 직원 수첩 종이인거 같네요.”

 

“직원 수첩요?”

 

용익은 진철의 질문에 옆에 있던 양장 노트를 가져왔다. 손바닥정도 사이즈 종이에는 서부 보건소 마크가 찍혀 있었다.

 

수첩을 펼쳐보니, 기계실에서 발견된 종이와 똑같은 사이즈에 똑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러면 직원이 죽었던 건가요?”

 

용익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옆에 있던 직원 리스트를 훑어봤다. 옆에는 사망자와 생존자, 실종자를 전부 확인했다.

 

“음. 옷차림으로는 아닌것 같았습니다. 하얀색 티셔츠에 청바지였구요.”

 

“가운은요?”

 

“없었습니다.”

 

인섭은 기억을 더듬어봤다. 감염자에게도 기계실에도 가운이 떨어져있거나 남아있지 않았다.

 

“음… 기계실이지만 탕비실이나 창고는 아니지 않습니까.”

 

용익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렇긴 하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