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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창신 체육관으로 돌아온 인섭은 조용한 체육관의 분위기에 흠칫 놀랐다.

 

체육관을 떠날때만 해도 고성이 계속 들려왔었다. 마법이 체육관을 휩쓸고 간듯, 고요함만 남아있었다.

 

인섭은 떨리는 손으로 체육관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갔다.

 

일제히 자신에게 쏟아지는 눈에 당황한 인섭은 몸이 살짝 얼어붙었다.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리는 몇 사람의 눈치를 보고는 조심스레 문을 놓고 황 계장의 옆으로 걸어갔다.

 

“퇴근 시켰어?”

 

인섭이 들어오는 것을 본 황 계장은, 서류를 정리하며 말을 걸었다.

 

“네. 상태… 많이 안좋았습니다.”

 

“어떻게 안좋았길래?”

 

인섭은 말문이 막혔다. 고민스러웠다. 진철의 개인적인 이야기였다.

 

그는 곰곰히 생각하다 최대한 말을 줄이자 마음먹은 듯 보였다.

 

“그냥… 억울하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참…”

 

황 계장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그래도 집에 들어간거 맞지?”

 

서류철을 허리춤에 낀 황 계장은 확인하듯 인섭을 살짝 훑어봤다.

 

“네. 들어가는거까지 확인하고 왔습니다.”

 

“우리도 가야지.”

 

“벌써 갑니까?”

 

인섭은 당황한 듯 서류를 받아들었다.

 

“뭔 벌써야. 지금 갔다오는데 거의 한시간 다됐잖아.”

 

황 계장의 말에 체육관 시계를 본 인섭은, 납득했다는듯 눈썹을 으쓱거렸다. 시계는 다섯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황 계장이 서류를 챙기는 것을 따라, 옆에 있던 인영과 윤창도 서류들을 가방에 집어넣고 있었다.

 

그때, 주민 중 한 사람이 품에 물 두병을 안고 뛰어나와서는 인영의 손을 꼭 잡았다.

 

“선생님요… 꼭 부탁드립니다 꼭…”

 

인영은 살짝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선을 다 해볼게요, 어머님.”

 

주민은 윤창의 손도 잡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꼭꼭요, 꼭. 꼭 부탁드립니다…”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던 윤창은, 주민의 손을 잡고는 억지로나마 미소를 지으려 했다. 그의 입꼬리는 한쪽만이 간신히 올라가 있었다.

 

“일단 최대한 알아보겠습니다. 최대한.”

 

그녀는 품에 안고있던 물병을 윤창과 인영에게 내밀었다.

 

“날이 더워서 목 많이 마르지요? 이거, 이거라도… 참 드릴게 이거밖에 없네…”

 

“아니… 어머니도 드셔야죠… 저희는 괜찮습니다.”

 

윤창이 건네는 물을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난 괜찮습니다. 내가 물을 잘 안마시는지라… 언능 드이소, 언능.”

 

“아휴… 어머니 드세요 괜찮아요…”

 

“와그랍니까. 김영란 법때매 그랍니까? 이게 뭐라꼬… 받아주이소 언능.”

 

물병을 자꾸 내미는 그녀의 손길을 거절 할 수 없었는지, 인영은 조심스레 물병을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어머님.”

 

그녀는 싱긋 웃음을 지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진짜로…”

 

물을 건내준 여성은 인사를 꾸벅 하고는 조사팀이 나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등을 돌리고 밖으로 걸어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아니 부탁이라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인섭은 조심스레 물었다.

 

몰고 온 윤창의 차에 서류들을 넣고 있던 인영이 살짝 고개를 들었다.

 

“뭐겠어요. 사후처리 관련된거죠…”

 

“은닉된거라든가… 숨어있는거를 전부 찾으신건가요?”

 

“찾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인영은 팔을 걷어붙이고는 손부채질을 시작했다.

 

그녀가 파닥거리는 걸 본 윤창은 담배 하나를 꺼내들었다. 담뱃갑을 통채로 쥐고는 인섭에게 슬쩍 내밀었다.

 

인섭은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골초분이랑 같이 일하시면서 의외시네요.”

 

윤창은 담배에 불을 붙이곤 깊게 한모금을 빨아당겼다.

 

“그래도 이정도면 잘 해결 된거죠 뭐…”

 

그는 씁쓸한 듯 침을 한번 뱉으며 말했다.

 

“해결이라뇨?”

 

인섭은 궁금증이 들어 윤창에게 물었다.

 

“현장에서 피해자들이라든가 감염자들 찾는다고 고생하셨죠?”

 

윤창의 말에 인섭은 머리를 긁적였다.

 

“뭐… 고생이라 해야할지 뭐라 해야할진 모르겠지만… 힘들긴 했죠. 위치 잡는거도 안됐고…”

 

“그거 알아냈어요.”

 

“네?”

 

인섭은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거 알아냈다구요.”

 

“어떻게…”

 

윤창은 한숨을 푹 쉬었다.

 

“뭐… 좀… 멱살잡이가 한번 더 오갈 뻔 하긴 했지만… 황 계장님이 잘 막아주셨죠.”

 

옆에 있던 황계장이 고개를 으쓱 거렸다.

 

“그렇게 말하면 야, 내가 그 사람 죽빵 멕인줄 알겠다.”

 

“아니 뭐… 그런건 아니었지만요.”

 

윤창이 머쓱한 듯 코를 훌쩍였다.

 

“뭐… 암튼… 들어가자마자 우리가 누군지 소개를 했죠. 그러니까 뭐… 진철씨가 당했던거랑 비슷하게 싸울뻔 했죠. 근데 뭐… 엄청 설명을 했어요.”

 

“그랬지. 근데 뭐… 설득 했지. 어떻게든… 혹시나 감염자 분들중에 생존을 한 분이 계셔서 구출이 된다면 우리가 가능한 선에서는 최대한 지원을 해드리겠다고 말씀 드렸고, 이제는 병에 걸려도 죽지 않을 수 있는 약이 있다고 말씀 드렸지.”

 

인섭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것이 아니었기에, 너무나 의아스러웠다.

 

“아니, 그게 홍보가 전혀 안됐나요? 이미 보건소에 지연제 들어와 있고 보험처리까지 되게 통과 됐다면서요.”

 

“안된건 아니지만 다들 모르더라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황 계장은 숨을 한번 고르곤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제일 힘든 부분은…”

 

황 계장은 뜸을 들였다. 그는 다음 말을 이어 가지 못하고 씁쓸하게 미소만 날렸다.

 

인섭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혹시…”

 

“그래 뭐… 너도 알잖아. 이미 감염되서 변한 사람들에 대한거지 뭐…”

 

“아…”

 

인섭은 얼굴을 찡그렸다. 이미 강을 건너 간 사람을 잡을 수 없다는 걸 인섭은 너무도 잘 알았다.

 

“그 사람들에 대한게… 제일 어려웠지. 거기서 멱살 잡힐뻔 했고.”

 

황 계장은 입을 쩝쩝 다시더니, 윤창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 담배 하나만 주라.”

 

“또요?”

 

“내일 한갑으로 갚을게 임마.”

 

윤창은 담배를 한개비 꺼내서는 황 계장에게 건네줬다.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인 황 계장은 담배를 손에 든 채로 그대로 태우고만 있었다.

 

“이미 죽은 사람을 다시 돌릴수 없다는 그게… 제일 어려웠지 제일. 거기서 싸움 날 뻔 했고.”

 

“대신 대안을 줬잖아요.”

 

“하기사… 그거도 뭐… 동장이 뭐라고 안해줬으면 뒤질뻔했지…”

 

황 계장은 한숨을 쉬었다.

 

“논의의 여지는 있겠지만 산사태 사고에 의한 피해자 내지 사망자로 들어가면 안되는거냐는 말도 있었고… 일단 최대한 논의를 해본다고 했지. 가족 손조차 못잡는게 너무나 서럽다는 말들도 하더라 다들…”

 

인섭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간에… 길은 알아봐준다고 말 했지. 그게 얼마나 좋은 길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황 계장은 씁쓸함에 침을 퉤 뱉고는 담배꽁초를 튕겨버렸다.

 

“너도 알잖아.”

 

그는 인섭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를요?”

 

인섭의 대답에, 황 계장은 또다시 뜸을 들였다. 얼굴을 제대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