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 본 작품은 무료이지만, 로그인해야 읽을 수 있습니다. —
미리보기

시간은 흐르고 또 흘러만 갔다.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또다시 해가 뜰때마다 사무실 사람들의 얼굴은 초췌해졌다.

 

서류는 날이 가면 갈수록 늘어만 갔고, 탑 하나를 무너뜨리면 전 탑보다 더 높은 서류의 탑이 조사팀을 반겼다.

 

인섭과 진철이 현장으로 나가는 빈도가 더욱 잦아졌고, 그들조차 보고서의 탑에 보고서를 얹고 있었다.

 

감염자 발생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만 있었다.

 

날이 가면 갈수록 시체들의 산도 점점 높아져만 갔다.

 

우중충한 오전, 조사팀 사무실에도 먹구름이 끼여 어두컴컴한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인호와 인섭은 보고서로 얼굴을 덮은채 잠에 빠져 있었다.

 

국장실에서 공여받은 소파에는 인영과 성아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졸고 있었고, 황 계장은 방 구석에서 담요를 덮고 코를 고는 날이 늘었다.

 

“염병.”

 

고 과장이 천천히 자리에서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일주일동안 어떻게 단 하루도 쉴 타임이 없냐.”

 

그는 떡진 머리를 벅벅 긁어대며 말했다.

 

의자를 이어 붙여놓고 자고 있던 진철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저희 인력 지원은… 더 없댑니까…”

 

초췌해진 진철의 입가에는 침이 말라붙은 자국이 남아있었다.

 

“없댄다 그런거… 긴급대응 애들은 죽어나고 있고… 관리과 애들은 지금 산발적으로 터진거때문에 인원 못빼고… 행정지원도 발묶이고…”

 

“예방과 있잖습니까…”

 

진철의 말에 성아가 고개를 들었다.

 

“예방과 폭탄 맞았대요…”

 

“예방과는 또 왜요?” 진철이 놀라 몸을 일으켰다.

 

“왜겠어요…”

 

성아는 짜증이 가득 섞인 얼굴로 팔을 주물렀다.

 

누군가가 짓밟고 지나간 듯, 그녀의 온몸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으… 허리야…”

 

기지개를 쭉 편 그녀는 눈을 부비적거리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자꾸 감염자 숫자가 늘어가니까, 방역이랑 예방사업이 제대로 안되는줄 알고 몇배로 닥달하고 있대요. 근데 예방과도 지금 우리만 바라보고 있어요. 왜 자꾸 늘어만가는지를 모르니까요…”

 

“그건 우리도 매한가진데…”

 

진철은 다시 몸을 누였다. 그조차도 근육통이 가득했다.

 

방의 구석에서 진동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고 과장은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고개를 살짝 들었다.

 

“누구냐 전화.”

 

진철이 고개만 돌려 방을 돌려봤다. 황 계장이 덮은 담요 옆으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황 계장님…”

 

진철은 황계장을 불렀다. 그의 말에도 미동이 없는 황계장은 코를 살짝 골고 있었다.

 

진철은 몸을 천천히 일으켜 황 계장을 흔들었다. 폰에서 들려오는 진동음은 연거푸 흘러나왔다.

 

연결시간이 지나 폰이 끊어질법 했지만, 누군가의 전화는 황 계장을 애타게 부르고 있는 듯 했다.

 

바닥과 폰이 마찰하는 소리는 신경질적으로 사무실 안에서 울려퍼져 메아리를 만들어냈다.

 

“황 계장님, 일어나셔야죠.”

 

인호는 보고서를 내려놓고 황계장에게 걸어갔다. 조심스레 황계장을 흔드는 것을 따라, 황계장은 이리저리 몸이 비틀거렸다.

 

“아이씨… 놔봐 좀…”

 

황 계장은 작은 투정을 부렸다.

 

“계장님… 전화 왔어요…”

 

인호는 담요를 슬쩍 들춰서는 폰에 뜬 이름을 보았다.

 

“계장님, 윤창이 형이에요…”

 

황 계장의 가슴팍에 전화를 올린 인호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폰을 집어 올려 전화를 받으려 한 황 계장은, 부재중이 뜨는 것을 보고 다시 폰을 내렸다.

 

“아이씨… 또 못받았네…”

 

황 계장은 다시 벽에 천천히 머리를 기댔다.

 

“피곤해 죽…”

 

“계장님! 큰일났습니다!”

 

사무실의 문이 벌컥 열리고, 윤창이 뛰어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라 깬 사람들은 문쪽을 향해 눈길을 흘기고 있었다.

 

쾅 소리와 함께 캐비넷에 머리를 박은 황 계장은 윤창을 보곤 입술을 꾹 물었다.

 

“왜 전화를 안받으셨어요 계장님…”

 

윤창은 울먹거리고 있었다.

 

“아니 왜 전화를… 전화를 안받으셨어요…”

 

황 계장은 눈물을 당장이라도 흘리려는 윤창의 모습을 보고는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는 담요를 대충 던져놓고는 천천히 일어섰다.

 

“너 왜그래 임마.”

 

“계장님…”

 

“아니 말을 해, 애가 뭔 죽을 상이야.”

 

윤창은 황 계장의 말을 듣고는 숨을 한번 골랐다.

 

“자살자… 생겼답니다.”

 

윤창이 내뱉은 한마디에 황 계장의 얼굴 위 핏기가 사라졌다.

 

졸음을 참지 못하던 사람들도 그의 말을 듣고는 벌떡 일어났다.

 

“뭔 개소리야 지금.”

 

황 계장은 자신이 들은 것이 거짓말이었으면 하는 말에 되물었다.

 

윤창은 눈을 질끈 감고는 정신을 잡으려했다.

 

“긴급대응팀에… 자살자 생겼댑니다.”

 

인섭과 진철이 깜짝놀라 일어섰다. 그들은 머리를 굴려봤다. 그의 기억으로는 자살을 할 만한 사람이 전혀 없는 듯 보였다.

 

“아니 거기에 그게 왜 생겨?”

 

“월곡에서… 월곡에서 발견됐댑니다…”

 

“이런 씨발…”

 

황 계장은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그의 폰에 찍힌 부재중 전화에는 100통 정도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크롤을 마구 내리며 본 발신자 목록에는, 윤창 뿐만 아니라 대응팀원들의 이름이 가득 보였다.

 

“야, 이거 지금…”

 

황 계장은 허리에 손을 올리고는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첫번째로 전화를 건 사람은 전화를 받지 않고 있었다. 미칠거 같은 예감에 황 계장은 떨리는 손으로 다음 전화번호를 눌렀다.

 

“왜 안받냐 왜…”

 

황 계장은 초조한 마음에 사무실을 왔다갔다 거렸다.

 

인섭과 진철도 자신의 전화를 집어들었다. 그들의 전화에도 부재중 전화가 몇통 와있었다.

 

“아니 자살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지금.”

 

인섭은 믿기 힘든듯 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감염자 피를 주사했대요. 그리고는 차 안에서 변한 상태로 발견 됐다고 하구요…”

 

“주사하다뇨. 자기한테요?”

 

인섭의 질문에 윤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무슨…”

 

인섭은 진철의 얼굴을 바라봤다. 진철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야, 박진철. 너 왜그래?”

 

진철은 허탈한 듯 폰을 내려놓고는 윤창에게 고개를 돌렸다.

 

“죽은 사람이 정만식이죠?”

 

“어떻게… 아셨어요?”

 

윤창은 당황한듯 얼버무리고 있었다. 그의 말에 진철은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야, 박진철. 왜그래?”

 

“씨발…”

 

진철은 인섭에게 폰을 건넸다. 그의 폰을 받아든 인섭은 화면에 뜬 메세지를 보았다.

 

카카오톡으로 보낸 메세지의 가장 앞, 만시기라는 이름으로 저장 된 사람이 보낸 메세지 알람이 떠 있었다.

 

메세지에는 짧은 두 문장이 적혀있었다.

 

– 형 미안해. 나 못버티겠어.

 

문자는 1시간 전에 발송됐다는 표시를 남기고 있었다. 진철은 머리를 감싸쥔채로 미동이 없었다.

 

황 계장은 여기저기로 전화를 돌리다 분노했는지 욕을 내뱉었다.

 

“에라이 씨발 진짜!”

 

그는 씩씩거리며 윤창에게 고개를 돌렸다.

 

“너 임마, 그거 어디서 들었어?”

 

“경찰쪽에서 연락 왔습니다.”

 

“씨발…. 진짜!”

 

황 계장은 전화기를 캐비넷쪽으로 던져버렸다. 벽에 부딪힌 전화기는 산산조각났다.

 

그는 윤창에게 다시 고개를 돌리고는 윤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