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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문 너머로는 고성이 또다시 오가고 있었다.

 

굳게 닫힌 유리문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절규와 절망이었다.

 

먼 거리에서 메아리처럼 울려오는 지옥의 비명은 인섭과 진철에게도 전해졌다.

 

“가족 허락 받았냐고!”

 

“그 새끼들 데려와!”

 

분노 속에 섞인 눈물의 소리는 귀신들의 곡소리였다.

 

마이크를 잡은 진호의 목소리는 힘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선생님들, 제발 진정해주세요… 잘못하면 여러분들 집으로도 감염원이 퍼질수도 있었습니다…”

 

“우린 집도 잃고 가족도 잃은 사람들입니다. 이걸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웅웅거리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흘러퍼지는 곳의 끝, 진철은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아있었다.

 

체육관 바깥 외벽에 앉아있던 인섭과 진철은 입을 다문채였다.

 

진철의 손가락에는 담배가 끼여 있었지만, 담배의 끝은 서서히 타들어가고만 있었다.

 

– 야, 니들 어디있어!

 

인섭의 어깨에서 황 계장의 무전이 들려오고 있었다.

 

“저희 창신동 체육관입니다.”

 

– 그러니까 체육관 어디!

 

“밖에 나와있습니다.”

 

– 기다려 이 새끼들아!

 

무전이 뚝 끊어졌다.

 

“하… 어떻게 알고 온거야…”

 

인섭은 투덜거렸다. 다른 사람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진철은 무전을 조용히 듣고있다 담배를 튕겨버렸다.

 

“박진철.”

 

“가.”

 

“야… 박진철…”

 

“가라고… 씨발…”

 

인섭은 한숨을 푹 쉬었다. 진철은 고개만 떨구고는 미동조차 없었다.

 

“야! 윤인섭! 박진철!”

 

먼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인섭은 고개를 들었다.

 

황계장과 인영, 그리고 윤창이 함께 달려왔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진철을 보고는 황 계장은 한숨을 푹 쉬었다.

 

“아이고…”

 

인영과 윤창은 서류를 한아름 들고 왔다.

 

“일단 두사람 들어가봐.”

 

황 계장은 인영과 윤창을 먼저 체육관으로 들여보냈다.

 

“여기까진 어떻게 오셨습니까…”

 

인섭은 천천히 일어서서는 황 계장을 맞이했다.

 

“구청장님한테 연락왔댄다. 그래서 왔지…”

 

황 계장은 옆에서 고개를 푹 숙인 진철을 슬쩍 내려다 봤다.

 

“야 임마… 내가 조심하라고 했잖아…”

 

그의 말에 인섭이 바지를 탈탈 털고 일어났다.

 

“저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일이 이렇게 벌어진겁니다.”

 

“멱살 잡았다며?”

 

“그게…”

 

황 계장이 찌르고 들어오는 한마디에 인섭은 말문이 막혔다.

 

“너도 알잖아 임마…”

 

황 계장은 주먹을 살짝 쥐고는 인섭의 가슴팍을 툭 쳤다.

 

“민원인들한테는 멱살을 잡은거밖에 안남는거…”

 

“알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인섭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니가 잘못한건 아니잖아. 니 옆에 있는 걔가 한거지.”

 

진철은 황 계장의 말에 고개를 살짝 들었다.

 

그의 눈은 퀭하고 검었다. 눈에 눈빛이 남아있지 않았다.

 

“박진철, 넌 집에 가.”

 

“예…?”

 

진철이 말라붙은 입술을 간신히 떼내어 입을 열었다.

 

“퇴근 하라고.”

 

황 계장은 얼굴을 굳힌채였다.

 

“아직 일 남았잖습니까…”

 

진철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징계 안받고 싶으면 집에 가. 여기있다가 또 충돌 생기면 피곤해진다.”

 

황 계장은 허리에 손을 올렸다. 그는 당장이라도 담배를 꺼내들 것 같았다.

 

진철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그는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에너지가 완전히 빠진 인형처럼 표정이 사라져갔다.

 

“계장님, 저 일할수 있습니다. 해야합니다.”

 

진철은 손을 들어 황 계장의 팔을 잡으려 했다.

 

“가라고 임마!”

 

팔을 뿌리친 황 계장은 버럭 화를 냈다. 진철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해보였다.

 

“일은 무슨 일! 지금 너 민원 들어오면 내가 못지켜줘 임마! 그럴바에 그냥 집에 가서 푹 쉬다가 오라고!”

 

황 계장의 말에 진철은 멍하니 숨만 쉬고 있었다.

 

인섭은 진철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우선 알겠습니다. 제가 집까지 데려다 주고 이쪽으로 복귀…”

 

“내가 가길 어딜간다그래!”

 

진철은 버럭 화를 냈다.

 

“야, 이 새끼야! 말좀 들어!”

 

황 계장은 진철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지금 저기서 멱살잡은거 빼도박도 못해. 본 사람이 몇명인지 알긴 하는거야?”

 

“먼저 저쪽에서 말을 심하게 하고 들어온겁니다. 제가 잘못한겁니까?”

 

“니가 잘못이 없어도 니가 나랏돈 받는 이상 니가 잘못한거야. 모르는거 아니잖아.”

 

진철은 주먹을 쥐고는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는 참고만 있었다. 당장이라도 황 계장의 목덜미로도 손이 나갈것만 같았다.

 

“일단… 일단 데려다 주고 오겠습니다. 야, 박진철. 가자…”

 

인섭은 진철의 팔을 살짝 잡아 끌었다.

 

진철은 황 계장의 얼굴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입이 움찔거리고 있던 진철은 인섭의 힘에 딸려가지 않으려 버티고 있었다.

 

“가 임마.”

 

황 계장은 진철을 무시하듯 고개를 돌리고는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진철은 이를 꽉 악물고 있었다. 인섭은 조심스레 진철을 잡아끌었다.

 

“집에 가자.”

 

인섭이 진철의 팔을 질질 끌고 갔다.

 

진철의 눈은 체육관에 멈춰있었다. 뚫어지게 체육관을 쳐다본 그는 반쯤 던져지다 시피 하여 관용차에 들어갔다.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건 인섭은 조수석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렸다.

 

진철은 창밖만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진철의 집으로 운전하는 내내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앞만 보고 있는 인섭과 창밖을 멍하니 보고 있는 진철 사이에는 어색함이 가득차있었다.

 

진철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같았으면 차에서 잠을 청했을 진철이지만, 그는 창밖쪽으로 고개만 돌린채 아무런 말도 않고 있었다.

 

인섭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가족을 들먹이냐… 버러지같은 새끼…”

 

진철은 아무 말이 없었다.

 

인섭은 옆쪽으로 눈을 살짝 흘겨봤다.

 

진철은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할수 있는 말이 있고 안할 말이 있지 선을 못지키는 인간들까지 인정해줄 필요가 있나?”

 

조용했다. 인섭의 말이 끝난 후에 돌아온 대답은 침묵이었다.

 

인섭은 무안한 듯 옆으로 살짝 고개를 돌렸다.

 

“크흠… 음… 우리 밥이나 빨리 먹으러…”

 

“넌 말야.”

 

진철의 목소리가 낮게 깔려 있었다. 인섭은 침을 꿀꺽 삼켰다. 행여나 다른 무언가가 돌아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넌 집에 돌아갔는데, 집에서 피냄새가 진동하고 있으면 어떨거 같냐.”

 

진철은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창문에 부딪혀 돌아온 소리는, 차의 소음 때문인지 흐려져있었다.

 

“음… 글쎄. 지옥같겠지…?”

 

인섭이 천천히 핸들을 돌리며 이야기 했다.

 

“지옥… 아니야 그거.”

 

진철은 코를 한번 훌쩍였다. 고개를 돌리고 있는 그의 눈으로 눈물 한방울이 흘러내렸다.

 

“지옥같지? 아니야.”

 

진철은 손을 올려 입을 살짝 가렸다. 머리를 창문에 기댄 진철은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지옥… 아니야. 지옥은 죄있는 인간들이 가는 곳이잖아. 거긴말야… 거긴 도살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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