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이 고작 평민 나부랭이라고…?”
– 웨인프리트의 가르크 경, 방랑 기사, 프레데릭에게 살해당하기 3초 전.
프레데릭 베어가르드는 하이머 남작령 정규군의 선임원사입니다. 하이머 남작의 개인 호위기사인 오델 경이 받은 것과 같은 전문적인 살인 훈련은 없었지만, 그가 수십년간 거쳐온 하이머의 전쟁터가 프레데릭을 날카롭게 갈아냈습니다. 그는 병사들을 잘 대해주면서도 규칙을 엄혹하게 집행하며, 하이머 남작의 정당한 통치에 반기를 들거나, 남작의 백성들을 유린하는 적들을 무자비하게 참살합니다.
프레데릭 선임원사는 공무와 여가로 바쁜 하이머 남작과 그의 호위기사들을 대리하여 정규군을 통솔하고 관리하는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하이머 남작령은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적 침공, 괴수 출몰 등 무력이 필요한 문제들을 적절히 해결하기 위해 골머리를 썩이는 것이 일상입니다. 과도한 요청에 비해 병력은 태부족이라 프레데릭 원사의 노력은 여러 곳에서 무시당하기 일쑤지요. 하지만 은근히 프레데릭을 무시하는 호위기사장 오델 경마저도 프레데릭이 없었다면 하이머 남작령이 시골 수준으로 내려앉거나, 어쩌면 영주성만이 홀로 남아 하이머 남작령의 비석이 되었을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노력은 영지민들과 영주보다는 하이머 남작령의 적들이 더 인정하는데, 특히 고블린 떼가 약탈 경제보다는 동굴에서 버섯을 키우는 자급자족으로 선회한 것도 프레데릭의 존재가 컸습니다.
프레데릭 베어가르드는 하이머 남작령의 베어가르텐 마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태생적으로 힘이 세고 우직했던 프레데릭은 묵묵히 농사짓는 법을 배웠고, 고블린 토벌대의 보급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소를 공출해갔을 때는 소를 대신해 쟁기를 매기도 했을 정도로 훌륭한 일꾼이었습니다. 그러나 프레데릭의 유년기에 하이머 남작령은 괴물들의 침략으로 몸서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농사만 묵묵히 지으면서 사는 것마저도 사치였습니다. 그렇기에 각 마을이 스스로 하이머의 정규군이 올 때까지 버티거나, 알아서 고블린이나 짐승 떼를 물리쳐야 했습니다. 베어가르텐의 자경단에서 제일 힘이 세던 프레데릭은 싸움에는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첫 싸움에서 오크 두목이 타고 있던 멧돼지의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두목의 목을 맨손으로 꺾어버리면서 자신이 땅을 괭이로 가는 것보다는 적의 머리통에 도끼를 찍는 데 더 소질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 후 고블린들이 트롤을 데리고 쳐들어왔을 때 마을의 경종을 떨어뜨려 트롤을 죽이고 고블린들을 죄 박살냈습니다. 트롤을 죽인 촌뜨기에 대한 소문은 정규군에도 퍼져갔고, 당시 선임원사였던 할츠만 토르드룀이 납치해서라도 정규군에 데려오라고 명령해 정규군에 편입되게 됩니다.
제대로 된 무기까지 받은 프레데릭은 살인 병기로 변모했고, 그의 칼에 참살당한 범죄자만 수백이 넘어갔습니다. 프레데릭은 다른 하사관들에 비해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받으며 하사관으로 선발되었고, 그 이후에는 하이머 남작령의 문제가 자기만 잘한다고 해결될 것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기에 하이머 남작령을 뒤지며 건장하거나 실력 좋은 이들을 포섭했고, 길거리의 범죄자들을 개과천선시켜 정규군에 편입시켰습니다.(리제가 이 경우에 속합니다.) 무력은 여전해 트롤도 홀로 나서서 살해했고, 그렇게 직접 살해한 100번째 트롤의 목을 하이머 남작에게 바쳐 선임원사 자리에 임명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