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후기

21년 1월

음, 대충 1년 반 정도 되었나요?

요즘은 재밌었냐는 말이 어째 비꼬기로 통하는 일도 있는 듯합니다만, 여러분들이 진심으로 재밌으셨기를 바랍니다.

멍청한 판타지는 그걸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요.

비문도, 폭언에 가까운 사유도, 잡스런 패러디도, 되는대로 냅다 던진 문장도 한둘이 아닙니다만.

결국 이 순간이 와버렸습니다.

그래요. 후기입니다.

그래도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야 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음, 이렇게 말하기엔 완결 못 지은 이야기가 한둘이 아니라 양심에 찔릴지도.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1~300’은 이렇게 끝을 맺었습니다.

이제와 말하기도 뭣하지만 이 시리즈를 읽는 방법은 두 가지가 존재합니다.

1~200까지의 엽편으로 헛웃음 나오는 이야기들을 즐겨주시거나, 아니면 끝까지 가셔서 이 세계관의 끝자락에 도달하시거나.

가끔 생각나실 때 오셔서 헛웃음 흘리고 가주시면 큰 영광이겠습니다.

어쩌면, 유료연재로 10화씩 압축하고 비문들 좀 다듬어서 다시 선보일지도 모르겠네요.

누가 알겠습니까. 애초에 1~10까지만 썼던 엽편이 1~300이 되어버렸는데.

말이 나와서 말입니다만, 처음에 쓰려 했던 것보다 훨씬 많고 긴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좋은 캐릭터는 작가가 아니라 스스로 움직여 버린다고 하던가요?

벌려놓은 이야기와 소재를 하나씩 정리하고 있었을 뿐인데 라이브 어 라이프 중반부부터는 캐릭터들이 알아서 달려준 기분입니다.

가령 완전히 죽음으로서 깔끔하게 끝났어야 했던 고대신을 용사가 머리카락에 봉인하는 거라던가, 그냥 떠나기로 정해놨던 신들이 메타발언적인 인사를 남기는 거라던가 말이죠.

원래 그건 사신이 말하고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부분이었어요.

대신, 여러분이 이미 읽으셨다시피 멍판다운 마무리로 교체되었죠. “오우.”

돌이켜보니까 사신과 그림이 역할을 교대하는 장면 빼고 생각대로 된 게 없는 거 같네요. 대신 모든 게 생각 이상으로 좋게 되어버렸죠.

이 소설은 제가 쓴 것 중에선 유독 운이 좋았습니다.

브릿G에서 창작지원금에 선정되었고, 어째선지 장르소설 갤러리하고 타입문넷에 소개도 되고, 브릿G결산 투표에서 ‘2020 올해의 특별 작품’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죠.

그리고 팬아트도 두 번 받았습니다.

그리고 팬아트도 두 번 받았습니다.

(from 유불란님)

(from 일명님)

 

두 번이요! 그래요. 두 번이나!

이건 아주 끝내주는 숫자에요! 52만자 정도 되는 글로 천 개가 훨씬 넘는 덧글과 팬아트 두 장이라는 건 제법 훌륭한 가성비 아니겠습니까?

HELL YEAH!

으흠. 좀 진정하고.

다시 얘기를 돌려서, 눈치채신 분들이 몇 분 계시던데요.

예, 맞습니다. 이 소설의 초반부 구성은 임진광 작가님의 작품 ‘용의 종속자’의 외전 ‘궁극의 만물상’영향을 매우 크게 받았습니다.

남들이 반지의 제왕으로 판타지 입문했을 때 전 영화 드래곤 하트하고 저 소설로 입문했어요. 영향을 안 받으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거지.

개인적으로 엽편 방식을 매우 좋아합니다.

실제로 전 이런 시리즈를 만들려고 전부터 몇 번 시도했어요. 멍판하고 같은 시기에 선보였던 괴담/SF 모음집을 빼더라도 이번이 세 번째 시도였고, 이렇게 성과를 거둘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5천 자 6천 자 빽빽하게 채우는 게 업계 룰이라지만, 1천 자도 안 되는 글이 훨씬 더 날카롭게 핵심을 찌를 수 있거든요.

다 까고 말하자면, 지하철에서 출퇴근 할 때 깔짝 읽기도 편하고. 아 물론, 이건 1~200까지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건 사족인데. 직접 말은 안 했지만 문방구에 있던 500원짜리 책 같다는 말도 굉장히 기뻤습니다. 저 500원짜리 괴담 책 되게 좋아했거든요.

‘멍청한 판타지’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이야기는 우선은 이걸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다만 멍청한 판타지의 세계관은 사용한 이야기도 여러모로 생각하고 있으니, 그것도 언젠가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301 THE 우주방위군’이라던가, 시골영지 아센의 영주님 이야기 같은것들 말이죠.

현재 저는 ‘무성한 괴담 모음집’이란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괴담이죠. 철 지난 종말론이 약간 섞인 괴담.

멍청한 판타지하고 같은 시기에 집필해 100화로 끝냈던 글인데, 정말 운이 좋아서 계약에 성공했지 뭡니까.

이쪽도 멍판처럼 짧은 이야기로 조금씩 이어가다, 마지막에 전부 모이는 방식의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이걸 먼저 마무리 지었기에 지금의 멍청한 판타지가 있는 거겠죠.

문제는 이게 멍판과 달리 유료화를 전혀 생각지 않고 썼던 거라……. 좀 이곳저곳 뜯어고치고 있습니다. 당시 완결 냈던 이야기의 뒷부분도 대량으로 추가할 예정이고요. 두 배는 무리고, 플롯이 1.8배 정도 늘어나지 않을까 싶네요.

원래 멍판보다 전부터 쓰던 ‘영애님이 전장에서 죽을까 보냐!(구 엘리시온의 숲)’라던가 ‘오늘밤 누군가는 이세계인이 된다’같은 것도 있어서 돈복은 몰라도 일복은 터졌네요.

아이고. 물론 망상만 하지 말고 좀 써야 입에 풀칠하던가, 완결작 더 있다고 자랑하고 다니든가 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럼 이만. 즐거운 여행길 되셨길 바라며, 또 다른 밤에 뵙길 바라고 있겠습니다.

 

==셀프 Q&A==

Q. 왜 후기에 THE가 들어가나요.

A. 취향입니다.

Q. 오우.

 

==후원해주신 분들==

즐거운인생

환상괴담

g7788_happygoat1984

혀로긂쓺

mobius811

구름맛양갱

g5017_neoncat153

정판조아

u2cap

그리고 브릿G 익명후원 특성상 확인이 불가능한 2분

 

==팬아트==

유불란

일명

 

==최다 교정/교열 지원==

흙색불사조

 

==특별감사==

(그야 식상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봐주신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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