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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셋

분류: 내글홍보, 글쓴이: stelo, 18년 4월, 댓글2, 읽음: 65

안녕하세요. 스물 세살에 군대에 왔지만 이제 스물 넷인 Stelo입니다. 어쨌든 23번째 오늘의 문장은…

그러면 안 되는 걸 아는데 떠나고 싶지 않았다. [23회 따뜻한 어둠 속에서]

 

1. 어렸을 때는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키스하는 장면이 나오면 너무 창피했어요. 눈을 가리고 방으로 들어가서 이불을 뒤집어 썼었죠. 거의 중학교 때까지 그랬던 것 같아요.

2. 전에 같은 반 애가 영어 문제를 푸는데 답을 몰라서 애들에게 물어보고 있더라고요. 보니까 마침 공부했던 부분이라서 답을 알려줬어요.

문제는 그 답이 틀렸다는 거죠. 지금도 영어를 공부하다 보면 그때가 계속 생각나요. 그때 느낀 감정은 수치심이라고 해야할까요.

3. 오늘도 여러 일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옛날에 좋은 기억을 하나 떠올린 게 가장 기뻐요. 친한 분이랑 즐거운 이야기를 나눴던 그런 기억이에요. 그런 때도 있었구나 싶었어요. 저는 자꾸 창피하고 부끄러운 기억만 떠올리곤 하거든요.

4. 저에게 순수하게 좋았던 기억은 별로 없어요. 제 인간관계는 항상 끝이 안 좋았거든요. 저는 배신당한 것처럼 느꼈지만, 사실 제 모든 걸 받아들여주길 바래서겠죠. 고등학교 때 이미 깨달았어요. 그건 지나친 욕심이라고요.

5. 제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다는 건 오래 전부터 알았어요. 남자애인데 키도 작고 체력이 약했죠. 특이하게도 책과 물리를 좋아하고요. 누군가를 죽이는 게임을 싫어했어요.

6. 게임을 하다보면 몬스터나 사람을 죽이고 전리품을 얻게 되죠. 저는 어떤 게임을 하다가 8시간 동안 ‘무법자1’ ‘탈옥수2’ 같은 캐릭터들을 수 없이 죽이고 아이템을 줍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한 적이 있어요. 더 이상 그 게임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7. 군대에 온 첫 날에 쓴 일기를 보면 이런 단어가 적혀 있어요.

‘음담패설’

저는 성적인 농담을 싫어해요. 한 동기가 어떤 아이돌이 문란한 사생활을 즐긴다는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봤다면서——-(삭제)——- 이런 말들은 생각하기도 옮기기도 싫어요. 영화에서 악당이 성폭행을 하는 장면에서 여자의 외모를 평가하고 더 심하게 하라고 소리치는 동기를 볼 때라던가요.

 

저는 정말 화를 내곤 해요. 남자끼리는 당연하게 할 수도 있는 농담인데 말이죠. 그 친구는 제가 보수적이라고 하더군요.

8. 하지만 제가 매일 화를 낸 건 아니었어요. 대부분은 웃는 척하면서 그냥 넘어가죠.

9. 제가 정말 이상한 건가 세상이 이상한 건가 고민하면서 살아왔어요.

10. 아시겠지만 결국 [짝사랑 문제] 이야기에요.

st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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