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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분의 이력서

분류: 수다, 글쓴이: 달닿, 59분 전, 댓글4, 읽음: 43

오늘 타 커뮤니티에서 본 글

이 글이 창작(주작)이냐 실제경험이냐는 논점은 아니고, 제가 눈에 딱 들어온 건 세 줄이면 끝나는 이력서에 한국 현대사의 한 덩어리가 저 세 줄 안에 들어간게 눈에 띄더군요

저 덩어리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을지 상상을 좀 해봤습니다.

재봉틀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가는 상상

할머니의 젊은 시절의 상상 등

비가오니 오늘은 그냥 정말 멍때리고, 글 쓰기연습하고 커피마시고, 그 짓만 하고 있네요.

 

 

 

이미지를 Text로 뽑아 붙여넣기 했습니다.

 

「이력서」

폐지 줍는 할머니가 이력서를 들고 왔다.

일흔여덟이었다.

경력란이 빼곡했다.

작은 봉제공장을 한다.

미싱 보조를 구한다는 공고를 붙였는데 할머니가 찾아온 것이다.

“어르신, 저희가 구하는 건…”

할머니가 이력서를 내밀었다.

‘1966~1972 평화시장 봉제

1972~1989 ○○섬유

1989~2003 ○○어패럴’

37년이었다.

“저 미싱 잘 밟습니다.”

손을 보여줬다.

손가락 마디가 굽어 있었다.

검지 끝에 굳은살이 두껍게 박여 있었다.

“이거 미싱 자국이에요.”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근데 요즘은 기계가 달라서…”

“압니다. 그래서 이력서 밑에 적었어요.”

이력서 맨 아래 손글씨가 있었다.

‘배울 수 있음. 시급 안 받아도 됨.’

“어르신, 그럼 왜 일하시려고요.”

할머니가 잠깐 망설이다 말했다.

“폐지는 아무나 하잖아요.

근데 미싱은 내가 잘하는 거예요.

죽기 전에 한 번은

잘하는 걸로 불려보고 싶어서.”

나는 할머니를 채용했다.

시급은 정상으로 드렸다.

첫날 할머니는 신형 미싱 앞에서 30분을 헤맸다.

그리고 오후에는 우리 공장에서 제일 빨랐다.

37년은 사라지지 않았다.

퇴근할 때 할머니가 물었다.

“내일 몇 시에 나오면 돼요?”

나는 대답했다.

“여덟 시요, 여사님.”

할머니가 그 자리에 잠깐 멈춰 섰다.

20년 만에 듣는 호칭이라고 했다.

 

달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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