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인간도 세상 돌아가는 소식도 야구도 그냥 다 재미없고 싫어져서, 요즘은 클래식 FM이나 OTT로 십수 번 본 영화를 틀어놓고 책장만 파먹고 있다. 세속을 등지고 싶은 요즘이지만, 클래식 FM도 OTT도 세속인 것을… 모순이로다.
‘인간종에 대한 음모’는 번역이 쥰내 킹받긴 해도 꾸준히 읽고 있다. 아직 반 정도밖에 못 읽었지만, 읽는 내내 내가 그동안 사는 게 왜 뭣 같기만 했던 건지 하나하나 짚어주는 것 같아서 큰 위로를 받고 있다. 이 책의 존재를 알려주신 창궁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나 역시 이 책을 함부로 추천은 못 하겠지만, 일단 나는 읽으면서 행복함.
요즘 ‘백년의 고독’을 읽기 시작했다. 딱히 누가 누군지 파악하려 하지 않고 흐름만 따라가며 읽으니 재밌다. 최근 책장 파먹기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나는 장편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 책장 속 책들을 재밌게 읽고 있지만, 동시에 그동안 내가 쓴 글에 대해 약간의 자괴감 같은 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써놓은 게 싫은 건 아니다. 다만 예전에 ‘더 발전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댓글에 공감하지 못했던 게 생각났다. 솔직히 그때는 ‘나는 이걸로 완성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싶었다.
그런데 정작 나는 단편을 쓰면서 기존에 써놓은 이야기의 뒷이야기를 계속 덧붙이고 있었다. 이 또한 모순인 것이다.
사십 번째 글을 앞둔 지금, 작가 계정을 하나 더 파서 그동안 올려놓은 단편들 중 이어지는 이야기를 장편으로 만들어 올려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있다… 근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일단 책부터 더 읽어야지. 인터넷을 끊고. 근데 나 스마트폰이랑 인터넷이랑 연동되는 솜노트로 글 쓰잖아. 쥐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