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슬립] 혹시 이 영화 아시는 분 있나요?
늘 구경만 하다가, 이상한 일이 있어서 처음 글 써봅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G시에 있는 대학교 호러 체험 동아리예요.
사실 말이 호러 체험이지, 놀이동산 할로윈 시즌 이벤트를 찾아가는 식이에요.
보통은 동아리방에서 공포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거죠.
우리 동아리도 그런 종류였어요. 재미있어 보이는 호러 컨텐츠 찾아다니는 거.
그런데 어느 날, A가 낡은 비디오 대여점 하나를 찾았대요.
보통 비디오 가게는 만화 가게로 대체되거나, 사라졌잖아요. 비디오 플레이어도 없고요.
저는 몰랐는데, 요즘은 결혼이나 돌잔치 비디오를 USB로 변환해 주는 업체나 기계가 있는 모양이에요.
그 비디오 대여점에서도 그런 서비스를 해주었나 봐요.
대신에 USB니까, 대여가 아니고 판매를 했대요.
USB 변환 값과 비디오값을 모두 합쳐서, A는 그걸 꽤 비싸게 주고 사 왔어요.
넷플릭스도 만 원이 안 되는데, 그걸 육만 원을 주고 사 온 거죠. 저와 B는 A를 한껏 타박했어요.
그래도 육만 원이나 줬으니 꼭 보겠다더라고요.
저는 그 영화를 라디오 삼아 책을 읽기로 하고, A와 B는 그 영화를 컴퓨터로 재생해서 보기로 했어요.
영화는 역시 여자의 비명으로 시작하더니, 피가 낭자 하는 화면이 언뜻 보였어요.
저는 이야기가 있는 영화가 좋은 거지, 고어 종류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그 소리를 듣는 것도 어렵겠다 싶어서 가방을 챙기고 먼저 간다는 인사를 하고 나왔어요.
A와 B는 저에게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영화에 꽤 열중하는구나 싶었죠.
다 보고 나면 영화 줄거리를 들려달라고 해야겠다,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집에 돌아와서 씻고 누워 릴스를 보고 있는데, A에게 전화가 왔어요.
저에게 어디냐고 묻길래,
집에 있다고 대답했어요.
대답을 했는데도 계속 묻더라고요.
어디야?
집이라니까.
이 말을 한 여섯 번은 한 것 같아요.
전화가 갑자기 뚝 끊겼어요.
별 장난을 다 친다. 당시에는 이런 생각만 들고.
더는 연락이 오지도 않아서, 저는 일찍 자려고 누웠어요.
그런데 이상한 꿈을 꿨죠.
동아리 방 안에서, A가 혼자 영화를 보고 있었어요.
화면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데, 그걸 눈을 뗄 수 없다는 듯 빤히 보고 있었거든요.
꿈인데도 기분이 이상해서, 그거 그만 보라고 말하려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저는 영화를 보는 그 애들을 보고 있었어요.
영화 내용은 앞으로 빨리 감는, 아니다. 점프하듯 장면 장면만 보여 줬어요.
보이는 것마다 토마토가 터지듯 피가 분출되고 뭔가 잘리고 그런 게 아니라, 그저 한 장면만 보여줬어요.
어떤 남자가 만세하는 장면이요.
영화가 다 끝나서 THE END 화면이 나올 때, A가 제게 말했어요.
나 다 왔어.
그대로 꿈에서 깼어요.
찜찜한 기분이 들어 곧장 A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았어요.
B는 다행히 전화를 받았고요.
B는 중간부터는 집에 일이 있어서 나왔고, A만 그 영화를 봤다고 하더라고요?
A와 연락이 닿느냐 물었더니, 자기도 모른다고, 일단 연락은 해보겠다고 말했어요.
저는 그대로 다시 침대에 누웠어요.
늦잠이라도 자는 거겠지 싶어서요.
그런데 그날, A가 시체로 발견되었어요.
만세하는 자세로 죽어있었대요.
G시의 폐가에서요.
저는 또 그 꿈을 꿨어요.
이번엔 B가 꿈에 나와 동아리방에서 혼자 그 영화를 보고 있었어요.
영화 안에서는 남자가 밧줄에 거꾸로 매달렸고요.
동아리 방을 살펴봤을 때, USB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어요.
B가 말하기를, 영화 제목을 자기도 모른대요.
파일명은 그냥 666666.mp4 였다고만 했어요.
저는 꺼림칙해서 B에게 조심하라고 일러둔 뒤, 아르바이트에 나갔어요.
그런데 그 저녁에 연락이 오더라고요.
B가 죽었다고요.
일하다가 발목에 전깃줄이 감겨 공중에 매달려 죽었대요.
혹시 이게 다 그 영화 탓일까요?
오늘 꿈에는 제가 영화를 보고 있었어요.
한 여자가 손톱으로 하염없이 자기 얼굴을 긁고 있었어요.
피가 흘러도 전혀 개의치 않고, 얼굴의 피부가 모두 다 벗겨질 정도로 긁어댔어요.
이 영화 아시는 분 계신가요?
아시면 정보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얼굴이 간지러워 미치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