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더풀] 전쟁만화의 문법으로 지루하게 읽기
일본 만화계의 전쟁 극화 장르는 권태기에 빠져 있었다. 전쟁은 현실이었다. 매일 세계의 어느 곳에서는 숱한 인명들이 사라져 간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전쟁물을 쉽사리 그릴 수 없는 이유였다. 한편으로 제2차세계대전이나 냉전 소재는 이미 동시대성을 상실한지 오래, 젊은 독자들의 공감을 사기 어려운 때였다.
만화 <아인>의 작가 사쿠라이 가몬은 새로운 문법을 제시했다. 이른바 SF와 현대 밀리터리 액션을 접목한 가공전기였다.
<아인>의 메인 빌런 ‘사토’
<아인>은 상업적으로도 작품성으로도 큰 흥행을 거두었고, 의학을 비롯한 다양한 전문가들도 흥미롭게 분석할 수 있는 평론의 장을 열어젖혔다. 사쿠라이 가몬 작가의 후속작 <더 풀> 역시 이러한 가공전기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평이한 전개다. 배경은 근미래, 돌연 나타난 SF적 요소인 ‘웜홀’과 ‘외계 행성’에서 ‘그것들’과 벌이는 ‘현대적인 건 액션’은 큰 괴리감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여기에 AI로 인한 실업을 비롯한 풍자적인 요소를 어필하며 동시대성을 확보하는 영리함을 보인다.
어디서 많이 본 작품이 있다면 최근에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일 것이다. 현대적인 세계관에서 벌이는 미지의 존재와의 사투. 아니, 전면전이다.
인간은 투쟁의 생물이다. 일평생을 맹수, 가족을 위협하는 적, 경쟁 무리, 적성 도시,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국가, 자신의 존재와 싸워 나간다. 인류는 투쟁에서 존재 의의를 느끼는 종족이다. 현대 사회는 일견 경쟁 사회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투지를 거세한 채 사회의 부품으로 삼는다. 그러면서 민족적 자부심이나 국수주의 등으로 눈을 흐린다.
재미없다.
스포츠도 전쟁이다. 경쟁이다. 이겨서 나의 승리를 쟁취하고 그 영광을 누린다. 월드컵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린 자들은 웃고, 놓친 자들은 울분을 터뜨리며 다음을 기약하며 최선을 다한다. 전쟁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행위다. 본성이다. 단순히 총칼로만 하는 자들은 하수다. 진정한 전쟁은 타자, 혹은 나 자신과 죽을 때까지 벌이는 건전한 한계의 돌파다.
장르물의 재미는 이색적인 체험이다. 현대 사회의 인간에게 어느 순간 전쟁과 투쟁이 ‘색다른’ 재미가 된 상황이 서글프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