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처럼 쓴다 리뷰
다른 곳에서 작성한 걸 옮긴 거라 말투가 다른 점 양해 바랍니다.
비문학 리뷰니까 도입부는 쓰지 않겠다. 더군다나 작법서 가지고 리뷰 도입부 쓰는 것도 모양새가 뭔가 웃기기도 하고.
어쨌든 본 책은 ‘now write 장르 글쓰기 1 : SF 판타지 공포’를 제목 바꿔서 복간한 거다. 근데 나도 제목 보고 샀으니까 제목력은 인정해줘야 할 듯. SF, 판타지, 호러, 서스펜스 장르를 쓰는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작법 인터뷰 모음집이다.
총 66개의 인터뷰로 이뤄져 있고, 낸시 크래스는 대표로 끌려나온 거라 번역 안 된 작가들에게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아볼 작가들이 꽤 많을 듯하다. 본인은 할란 엘리슨 말곤…ㅋㅋㅋ
바꿔말하면 본 책은 어떤 일정하고 일관성 있는 집필 철학이나 실천적인 작법서라기보다는, 66인 66색 작법 팁&작법 연습법에 가깝다. 따라서 66개의 이야기 중 하나라도 본인에게 유효하거나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성공인 셈.
아, 그리고 본 작법서는 철저하게 대중을 타겟팅하며 ‘성공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얘기하고 있다. 정확히는 독자들이 좋아하고 열광하고 환호하려면 그 장르 안에서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그래서 SF, 판타지, 호러 등의 장르적 담론을 일부 다루는 작가도 있지만, 절대다수는 그런 것보다는 실제적인 문제(글이 지루해요, 인물이 너무 비호감이에요 등등)를 해결하는 법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 본인이 ‘예술’을 한다거나 순문학, 대중적 성공보다는 문학사적 의의를 더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대중적인 성공보다는 대중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면 66개의 이야기들 중 건질만 한 건 거의 없을 것이다. 설령 본인이 대중적 성공에도 어느 정도 무게를 두고 있을지라도 여기 인터뷰를 보면 ‘그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바꿔말하면 대중적 성공도 가볍게 논할 만한 일은 아니란 거겠지만, 이 책을 사기 전에 본인 성향에 얼마나 잘 들어맞을지 따져보는 건 필요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 단순히 작가들의 생각이 궁금한 거라면 적절하겠다.
나는 66개의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좀 더 집중해봤다. 진짜 면밀히 따져서 공통점을 전부 도출해낸 건 아니고, 그냥 내 기준에 인상적인, 혹은 나와 생각이 일치하는 공통점들을 뽑아봤다.
1. ‘매력적인’ 인물을 만들고자 한다면 그 인물의 일생을 창작하라. 이를 세부적으로 파고드는 방법은 작가들마다 다르지만, 일생을 창작하라는 것만큼은 동일하게 반복된다. 물론 그렇게 만들었단 것이 꼭 그걸 다 노출시키라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2. 주인공의 완성도보다 ‘악'(혹은 빌런)의 완성도를 더 신경 쓴다. 특히 호러 소설의 경우, 주인공은 지극히 평면적이고 ‘악’을 드러내기 위한 일종의 장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악’의 조형도가 곧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할 정도다. 위대한 영웅을 만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무시무시한 악을 창조하라.
3. 세계를 만들 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더 신경 쓰고, 집필할 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전자는 탄탄한 기반 속에 디테일을 살리기 위한 밑작업이고, 후자는 세계를 보여주고 싶단 욕심에 빠져 지나치게 설명으로 기울지 않기 위함이다.(이는 독자들은 늘어지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자 상대로 이기려들지 않는 게 이 책 전반에 깔린 기초적인 전제다)
4. 작가는 독창성과 창의성을 위해서 끊임없이 변화를 가해야 하고 스스로 변주해야 한다. 주변 환경, 집필 방식, 인물/사건/배경 구성, 집필 시간대, 집필 도구, 발상의 근원…… 등등 그 모든 것에 끊임없이 변화를 주고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정확히는 슬슬 한계에 부딪히고 문제가 해결이 안 될 때 변화를 가해야 하는 것에 가깝다)
5. 남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해외 문화라서 그렇겠지만, 여기 내용 중 열에 일곱여덟은 워크숍을 언급한다. 같은 목표를 둔 작가들끼리의 의견, 가까운 독자의 의견을 거리낌없이 교환하고 유용한 것은 즉각 채용하라고 한다. 사고의 유연성을 갖추는 건 4번과도 이어진다.
6. 아무것도 없는 흰 페이지에 뭘 써야 할지 모르는 건 ‘백지 공포’라고 이름 붙여지고 진지하게 있냐 없냐라고 논의될 만큼의 이야기다(…) 그러니까 본인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작가라면 공통적으로 겪는 일이니 돌파구를 열심히 찾아내자.(그러라고 여기 팁들이 있는 것이다)
7. 성실해야 한다. 사실 이건 너무 기초적인 거라 굳이 적기도 그런데 좋은 작가가 되려면 어쨌든 많이 써서 ‘대박’이 나올 작품 확률을 올리는 게 기본이다. 그리고 ‘대박’이 아닌 작품들 역시 제목을 바꾸고 퇴고를 더 하고 다듬고 다듬어서 ‘더 좋은 작품’으로 만드는 것 역시 필요하다.
대충 이정도? 쯤 얘기해볼 수 있을 듯하다. 사실 이 책의 진가는 각 인터뷰마다 작가들이 ‘실천 과제’로 적어놓은 작문 연습법인데, 어떤 건 인터뷰 자체보다 이 실천 과제가 본체인 것도 있다. 66개의 실천 과제 중 자기에게 맞거나 유효한 실천 과제가 있다면 좋은 거고, 설령 아니더라도 본인에게 ‘변화’를 줄 요량으로 활용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여기 있는 대로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대중적 작가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 경험상, 여기 있는 대로 다 노력할 정도면 대중적 성공은 몰라도 적어도 분명하고 유의미한 성취는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는 내 경험에 기반한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