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기 전에 남기는 도서전 후기(Wed)

8시에 도착했음에도 줄이 있는 것에 경이로움을 느꼈으나, 8시 정도면 매우 안정권이더군요…… 물론 결과적으로 개장 이후에 기다리는 시간을 개장 전에 미리 기다리는 셈이니 쌤쌤이 아니겠냐마는?
유일한 장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메이저 부스를 최대한 덜 복작거릴 때 방문할 수 있단 점입니다!

황금가지 매대가 더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 저요! 저요! 사실 제가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거나 알아보는 편은 아닌지라, 민음사 출판부스에서 모르는 분들에게 인사할까 걱정했었습니다. 다행히 먼저 알아봐주셔서 안심하고 반갑게 인사했다는 후문……
그런데 이야기를 길게 끌진 못했는데요, 일단 그럴 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극내향인으로선 인파의 압박 속에서 독대(?)하는 일이 부담스러웠기에 후딱후딱 넘어가버렸다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습니다.
언젠가의 목표지만 저기에 제 이름이 박힌 책을 뉘이게 하리란 다짐을 세우기엔 훌륭한 매대였습니다. 그래서 뭘 샀냐고요? 츠츠큿……

책과 향수의 조합이라니, 향수는 교보문고 향수밖에 모르던 저로선 흥미가 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근데 다 맡아보니까 저로선 자극이 최대한 덜한 혼모노가 제일 부드럽고 맡기 좋더라고요 하하. 물론 책에 대한 평가는 별개로 말이죠.

사람 생각 다 비슷하다고 케르두스님께 선취점을 빼앗긴 글손실 사진입니다. 여러분 글근육은 매일 단련하지 않으면 빠진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실로 무시무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글손실 뒤에 있는 정체불명의 막대기는 반사신경 테스트 놀이?를 하는 곳이더라고요. 김영사 부스 외에도 yes24에선 리딩런이라고 해서 최대한 정확하게 발음해서 먼저 제시된 페이지를 낭독하는 사람이 에코백 받아가는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작년에 비해 굿즈의 비중보단 체험 부스가 좀 더 늘어난 것 같아서 좋았어요. 물론 아예 쌩굿즈 중심의 부스(오뚜기)도 있었지만 하하. 책 축제니까요.

양장도 아닌데 엣지프린팅을 이정도로?! 표지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엣지프린팅 감성이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서명하시오! 책은… 장식품이다……

국제 부스를 먼저 돌았었는데 영국은 진짜로 양장의 나라인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양장 디자인이 유독 깔끔하고 예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영제국의 압도적인 엣지프린팅…… 사실 프랑스부터 영국, 독일까지 엣지프린팅된 도서가 진열되었는데, 제일 놀란 건 독일이었습니다. 내 안의 노잼 국가 독일은 내용물만 노잼이었던 건가! 하고 독일의 엣지프린팅에 감탄했다는……
근데 왜 사진이 없냐고요? 엣지프린팅만 3번 찍으려니까 변주 없는 중복을 피하려는 작가적 마인드가 그만!

그 외에 정신없이 돌아다니던 중에 B홀에서 독립출판 부스들을 모아놓은 곳이 있었는데, 거기서 발견한 인상적인 시집이었습니다. 형식의 해체는 늘 흥미롭죠. 저는 실험에 대해 꽤 보수적인 입장이었던 만큼 오모시로이하게 봤습니다. 구매를 차마 못한 건 제가 이 형식의 해체를 온전히 감상하리란 자신도 없고 돈……이…………..
하여튼 그 외에도 메이저 부스들을 차례차례 구경하느라 시간이 너무 지체돼서(6시 반에 아침 먹고 1시까지 쭈우우욱 서 있었음) 기력이 너무 소진된 고로 들르고자 한 부스만 빠르게 챙긴 뒤 빠져나와 돼지국밥 먹고 회복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피곤해서 5시에 잠깐 30분 기절했다가 깨어났다는 건 안 비밀.

그리고 대망의~~~ 오늘의 수확!!!
오늘 오픈런의 목적은 브릿g의 날조 포토카드!!! 이것만 있으면 모든 캐붕과 로맨스의 시작을 만들 수 있죠…… 후후후 그리고 본론인 포토카드를 챙기기 위한(?) 구구단편서가 시리즈를 챙겼습니다. 후후 이것도 언젠가 리뷰해서 올리는 것으로 후후후
그 외엔 수많은 책갈피와 나눔들… 그리고 열린책들에서 도저히 못 참고!!! 구매한 마지막 로마인이셨던 에코님의 위대한 강연을 샀습니다. 비문학은 정말 드물게 사는데 에코 저서는 못 참지… 선생님… 죄송합니다 기호학은 쵸큼 힘들어요…
하여튼 약 3시간 정도의 관람과 쇼핑(?)을 마친 알찬 도서전이었습니다. 2시간 기다려서 3시간 뽕 뽑은 거면 최고지 않나요…
인파는 재작년과 작년을 겪어서 그런지 솔직히 덜 복작거렸습니다. 작년은 유명인사 등장 타이밍랑 겹쳐서 너무 인파가 쏠렸었으니… 무엇보다 오픈런이라 메이저부스가 덜 복작거릴 때 후딱 다녀갈 수 있었으니까요.
둘러볼 거 다 둘러보고 나갈 때 민음사 출판그룹 부스의 결제대기 행렬을 보고 도서전 준비만으로 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이걸 닷새씩이나……? 다큐 3일… 아니 다큐 5일이 필요할지도요…
책 축제인 만큼 책을 보기 위해, 그리고 굿즈와 한정판을 얻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다는 걸 실감하고, 또 책을 만드는 곳이 이렇게도 많으며 다루는 책의 종류도 그만큼 많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역시 서울국제도서전은 못 끊을 것 같아요. 정말 너무나도 만족스러웠습니다.
금요일에 또 한 번 들를 땐 조금 더 편하게(?) 구경할 예정이지만, 혹시 모르죠! 책의 유혹은 제가 이기지 못하는 3대 유혹 중 하나니 말입니다…(나머지 두 개는 비밀입니다)
이제 진짜 방전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